지방시의 영원한 뮤즈 오드리 햅번, 그녀만을 위한 향수 I’Interdit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란 영화를 떠올릴때 우리에게 각인된 단어는 단연 오드리 햅번, 티파니, 그리고 지방시 일것이다. 지방시의 블랙 드레스를 입고 뉴욕의 티파니 상점 앞에 크라상을 들고 등장 하는 오드리 햅번.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도 이 세가지 단어 만으로 영화의 제목과 첫 장면을 기억 하는건 어렵 지 않다. 실지 영화를 들여다 보면 그렇게 행복하지 만은 않았던 그녀의 일상 속 지방시와 티파니가 주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다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녀의 지방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리고  L’Interdit (랑떼르니)

그녀의 영화 속에 등장 하는 지방시 제품 중에는 그녀만을 위한 향수도 있다. 현관 앞 우체통에 넣어 두고 그녀가 외출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뿌리던 바로 그 향수, 그녀의 영원한 소울메이트로 평생을 함께했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오직 그녀만을 위해 제작했던 L’Interdit (랑떼르니) 였을 것이다. 불어로 “금지’라는 뜻을 지닌 이 향수는 그녀가 장난처럼 자신 이외에 아무도 사용할 수 없다고 던진 농담으로 시작된 단어 이지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지방시의 첫 향수 모델이 된다. 랑떼르디의 향을 모르는 이도 누구나 이 스토리를 듣는다면 그 향기를 맡아보고 싶은 충동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 엄마의 화장대 가장 높은곳에 예쁜 향수병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아빠가 선물했던 첫 향수 이기에 평생을 아끼느라 지금까지 남아 있는 추억의 향수병이 하나 있다. 1970년대 생산된 지방시의 랑떼르니 였다.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향수의 또다른 대명사, 샤넬

마릴린 먼로는 잠들기전 잠옷 대신 샤넬 No.5를 뿌린다고 이야기 했고, 그렇게 샤넬의 향수는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향수를 뿌리지 않는 여자에겐 미래가 없다” 는 다소 극단적인 말을 남겼던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에게 있어 향수는 여성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모든 향수 브랜드가 가지는 저마다의 스토리는 분명 매혹적이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향수를 구입한다. 완벽하게 성공한 브랜드 마케팅이다. 향수를 접하면 접할 수록 조금씩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이 중독되어 버리는 향기의 매력은 이렇게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투영된 스토리를 각인 시키기도 한다.

파리 드골 공항, 그리고 Allure (알뤼르)

모든 향수는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고, 향수를 구입한 개개인 에게도 저마다의 히스토리를 남겨준다. 십년전 나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출장을 가는 일이 많았는데 그중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을 찾는일이  잦았다. 학창시절 부터 나에게 이미 파리는 현실 그 자체 였지만, 특히나 이곳 공항의 음식은 늘 최악이었다. 그렇게 배고프고 칙칙한 추억만 가득했던 드골 공항은 우연히 같은 출장지로 향하던 거래처 동료를 만난 날 또다른 향기의 추억이 되었다. 오랜 파리생활로 현지를 더 잘 알고 있던 그 사람은 나에게 잠시 짐을 맡겨 놓고 사라지더니 공항에서 제일 맛있는 마카롱을 찾아냈고, 샤넬 알뤼르 향수를 함께 건네주었다. 평상시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향을 찾았다는 말과 함께. 어찌보면 너무 뻔한 멘트 같았지만 그는 잘생겼고 매너가 좋았던 것 같다는 식상한 기억 보다는, 결코 뻔하지 않았던 그의 향수에 대한 안목이 맘에 들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향 취향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고, 나는 처음으로 타인이 그려준 나만의 향기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드골 공항은 그날 이후 나에게 파리의 또다른 추억이 되었고, 특별한 미팅이 있는날 나는 알뤼르를 사용한다.  만약 그날 그가 샤넬 No.5를 선물 했다면 나는 여전히 파리를 최악의 도시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는 성공했고, 코코 샤넬은 역시나 영리했다.

정말 향수를 사랑한다면, 나만의 니치향수 (Niche Perfum)

비지니스 미팅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알뤼르 향수를 사용한다면 평상시에 나는 그날의 느낌에 따라 니치향수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알고 부터 니치향수의 매력에 좀 더 빠져들었고, 파리골목의 한 Perfumery (퍼퓨머리) 에서 내가 원하던 최적의 향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음악감독과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던 Alexandra Cubizolles and Philippe Solas (알렉산드라 쿠비졸 & 필립솔라) 부부가 발리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첫번째 브랜드, UNE NUIT A BALI (윈뉘아발리: 발리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FLEUR DES FLEURS (플뤠르 데 프뤠르) 였다. 불어로 “꽃중의 꽃” 이란 뜻을 지닌 이 향수는 발리의 새벽공기를 마시며 일랑일랑 꽃밭을 거니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향이라 했는데 이들이 완성한 일랑일랑과 자스민, 베르가못 향의 조합은 나에겐 적어도 완벽했다. 명품 브랜드가 찍어내듯이 만들어낸 향과는 그 깊이부터 달랐기에 그들의 스토리와 함께 이 멋진 향을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막을 수 없었고,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에게  최고의 향수로 남아있다. 이렇게 나만의 향을 찾아가는 즐거움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 나의 또다른 아이덴티티가 생기는 일, 향수가 주는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비지니스 향수 에티켓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비지니스 에서도 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미팅을 할 때 상대에게 나의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는 향기를 준비 하는 건 또다른 나만의 무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기억하는 내 모습에는 그날의 향기도 함께 기억이 될테니. 다만 너무 강렬한 향은 자칫 무례할 수도 있고, 그날의 미팅을 망칠 수도 있다. 특히 식사 자리에서 너무 과도한 발향은 그날의 기억 또한 네거티브 이미지로 각인 될 수 있는 마이너스 포인트 임을 잊지 말자.

French Way (프렌치 웨이)

흔히 향수를 뿌릴 때 손목이나 귀 뒷부분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맥박이 뛰는 곳에 발향이 좀 더 자연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룰은 없다. 향수를 처음 사용할 때부터 나는 머리 정수리 부분에 향수를 뿌리는 버릇이 있는데, 프랑스 사람들만의 독특한 방식 이라 하여 FRENCH WAY (프렌치 웨이) 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발과 두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향기가 하루 종일 내 기분을 업 시켜 줄 수 있다.

향기와 소비 심리학

비지니스 에서 향기 마케팅은 향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자의 소비심리 패턴을 분석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오렌지나 시트러스 계열의 향은 기분을 업시켜 소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라벤더 계열의 향은 반대로 사람의 맘을 가라앉혀 다소 산만한 아이들이나 불면증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저마다의 향을 디렉팅 하여 매장에 들어서면 자신의 브랜드를 향기로 각인 시킬 수 있도록 매장마다 발향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단순히 브랜드의 느낌을 살린 향이 아닌 철저한 소비심리학을 바탕으로 계산된, 자신만의 브랜드 소비에 도움이 되는 과학적인 향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나만의 향기로  표현하라, Express My Person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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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씩 단지 향기를 맡고 싶어 외출을 한다. 대중 적이지 않은 새로운 향기를 찾고 싶은 날이 있다. 또다른 나만의 향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며 소비하는 시간들은 결코 소모 적이지 않았다. 그 순간의 나는 행복했고, 또 하나의 비지니스 무기를 개발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 한다. 이런 나의 호기심은 2015년 직접 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할 당시에 십분 발휘되어 나의 첫 제품 속 세럼에 나만의 로즈향을 입힐 수 있었다. 조향사는 말한다. 세상에는 같은 립스틱도, 같은 로즈향도 없다고. 내가 만든 단 하나의 로즈 향이 있다는건 참으로 특별한 일이 아닐까. 
[국제경영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향기로 기억되는 브랜드
향기는 기억을 저장한다.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 속 하루가 더디게 간다면 한번쯤 내가 좋아하는 향과 나에게 어울리는 향은 무엇인지 찾아보는건 어떨까? 유명 브랜드 에서 대량 생산된 향만으로 자신을 표현 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 단순히 지하철 옆 드럭스토어 향수 코너에라도 가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것이다. 향기가 주는 작은 행복은 꼭 비싸지 않아도 된다. 향수가 절대적인 자기표현 방식은 될 수 없지만 좀 더 특별한 비지니스 매너를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오늘 나만의 향기를 한번쯤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제시카 정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