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시간과 공간의 주인공!
<프롤로그>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면 시간과 공간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삶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때가 되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고플 때 밥을 먹는 것과 내가 원하는 공간을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선택권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에서 남과 거꾸로 된 생체 리듬을 태어난 벤자민이 헤치고 나가는 삶과 사랑에서 인생의 주도권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반지의 제왕>에서 힘들어하는 호빗 프로도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사는 방식은 스스로 정할 수 있다”고 말한 마법사 간달프의 얘기가 떠오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시간과 공간의 주인공!
<영화 줄거리 요약>
1914년, 1차 세계대전에 한 시계공의 아들이 참전했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거꾸로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를 만들어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이 시계의 영향인지 어느 마을 단추공장의 사장 토머스 버튼의 부인이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는데, 그의 아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은 80세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절망한 아버지는 그를 양로원에 버리지만 퀴니 원장은 극진히 키운다. 그곳에서 할머니를 만나러 오는 데이지(케이트 블란쳇 분)라는 소녀와 만나게 되고, 서서히 나이가 들면서 그는 마이크 선장의 배에 선원이 되어 세상 여러 곳을 다니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벤자민은 데이지와 사랑을 나누고 딸을 낳지만, 거꾸로 어려지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기 싫어 다시 정처 없이 떠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치매가 걸린 어린 소년이 되어 데이지의 품으로 돌아와 보살핌을 받다가 8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데이지는 그동안 숨긴 아버지의 존재를 딸 캐롤라인에게 이야기하며 파란만장한 그녀의 아버지 일생을 전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시간과 공간의 주인공!
<관전 포인트>
A. 벤자민의 아버지가 그를 양로원에 버린 이유는?
토마스 버튼은 자신이 사랑하던 아내가 아기를 낳다가 죽고, 아기는 외모가 80세의 아들로 충격을 받아 원망으로 요양원에 갖다 버리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연히 홍등가에서 만난 노인이 자기 아들임을 알고 그와 가끔 만나 술을 마시다가, 죽을 때가 가까이 되어서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 분노했던 벤자민은 번개를 7번이나 맞았지만 살아남은 노인이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라는 말을 통해 아버지를 용서하면서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운명을 저주해도 되지만,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 한다”던 마이크 선장을 말로 임종을 맞은 아버지를 위로한다.

B. 벤자민이 최초로 정을 나누게 되는 여인은?
원양어선의 선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그는 러시아의 겨울 궁전이라는 호텔에서 ‘영국해협을 건너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 싶었으나 실패한 엘리자베스라고 하는 여인과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애욕에만 심취한 여인으로 어느 날 돌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나가게 되면서 벤자민은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C. 벤자민이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여자는?
어릴 적 양로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쳐 주던 어떤 할머니의 손녀 데이지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뉴욕에서 발레리나로 성공한 데이지는 자유롭게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데이지는 교통사고로 더는 춤을 출 수 없는 비운을 맞고 실의에 빠진다. 벤자민이 시간이 지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데이지가 자신의 진정한 여인임을 깨닫고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고 아기까지 낳게 된다.

D. 벤자민이 다시 데이지를 떠난 이유는?
데이지가 자신의 아이를 낳자, 벤자민은 점점 어려져 가는 자신의 생체시간을 딸에게 보이기 싫어서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팔아 돈을 남기고 다시 방랑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멀리서도 자신의 딸 생일 때마다 엽서를 보내며 사랑을 다 한다. 그는 엽서에서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싶구나, 네가 5살 때 학교 입학식에 데려가고 싶고, 피아노도 가르쳐 주고 싶어. 네가 슬플 땐 안아주고 싶어, 아빠 노릇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텐데, 살아가면서 너무 늦거나 이른 것은 없어 넌 뭐든 될 수 있단다. 인생이 조금이라도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렴”이라며 절실한 정을 표시한다.

E. 벤자민에게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들은?                                                                  벤자민의 남다른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사람들이 나온다.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외로움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마주침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피그미 오티, @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7번 번개 맞은 노인,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었던 피아노 치던 할머니, @자유와 꿈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마이크 선장, @도전의 가치를 가르쳐준 엘리자베스, @용서를 알게 해 준 아버지,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 양로원 엄마 퀴니, @사랑을 알려주고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준 데이지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시간과 공간의 주인공!
 <에필로그>
벤자민 버튼의 삶에서, 인간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더라도 결국은 한 마리의 벌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속적인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여행을 통해 어떤 공간이동도 자유롭기에 시간과 공간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만들어 간다면 그것은 분명 소중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