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를 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에 대해 스스로 진실하고 엄정해야 하므로 심령이 가난해야 하고, 애통해야 하며, 의에 주려야 한다. 특히 다른 이들의 삶에 관한 일을 하니 화평케 해야 하고 온유하며 긍휼하며 청결해야 한다.

바른 건축을 하기 위해 권력이나 자본이 펴 놓은 넓은 문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여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않아야 하며,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는 일을 거부해야 한다. 다른 모든 사물에 정통하고 박학하고자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야 한다. 결단코 불의와 화평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그런 행동 때문에 집이나 고향에서도 비난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람 사는 일을 알고자 더불어 먹고 마셔야 하지만 결코 그 둘레에 갇혀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수시로 밖으로 추방하여 광야에 홀로 서서 세상을 직시하는 성찰적 삶을 지켜야 한다. 오로지 진리를 따르며 그 안에서 자유하는 자, 그가 바른 건축가가 된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한 건축가의 죽음” 중에서

세상사는 일이 다 중하고 만나는 모든 것이 귀하다 했다. 건축을 하는 일이 이처럼 치열한 것인 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건축을 위해 모든 삶을 바치는 것, 그것이 건축가의 길이고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컴퓨터 엔지니어의 길인 듯 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지난 30년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엔지니어로서의 나의 삶이 초라해 보인다. 내가 나의 일을 위해 오롯이 나의 삶을 집중할 때라야 비로소 나는 “컴퓨터 엔지니어”라고 불릴 수 있으리라.

그래서 스스로를 밖으로 추방하여 광야에 홀로 서서 세상을 직시하는 성찰적 삶을 지켜야 하고, 나에게 부여된 일에서 자유하는 자, 그가 바른 “컴퓨터 엔지니어”가 된다.

조민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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