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속박의 옷을 벗어 던져라!
<프롤로그>
사람들은 일을 통해 생계와 함께 많은 것을 추구한다. 그중 하나가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은 색소폰과 드럼을 배우고 등산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간다. 영화<풀 몬티(The full Monty), 1997>는 한 때 잘나갔던 남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절망에 가까운 돈벌이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여성 전용 클럽에서 스트립쇼를 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가족을 되찾고 삶의 의욕과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스토리다.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수록 점점 사람들의 역할과 존재감은 약해질 것이다. 이때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가벗는 용기를 내는 주인공들이 대단하게 여겨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속박의 옷을 벗어 던져라!
<영화 줄거리 요약>
1970년 퇴락한 영국 북부의 공업 중심지인 셰필드, 현대화와 함께 제철소가 문을 닫고 9만 명의 근로자들이 해고를 당하는 남부 요크셔 산업타운. 그들 중에는 태평한 이혼남 가즈(로버트 카알라일 분)와 무능하고, 뚱뚱한 그의 친구 데이브(마크 애디 분)가 있다.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자신들이 다니던 공장에 가서 철근을 훔쳐 팔기도 하며 패배자로 전락했다. 가즈는 그의 어린 아들 네이선과 데이브와 함께 마을을 배회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때때로 지역 직업 알선 센터에 가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그들의 예전 공장 감독인 거만한 제랄드(톰 윌킨슨 분)와도 자주 마주친다. 이 세 남자의 사생활은 엉망인 상태이다. 가즈는 그의 예전 부인(에밀리 우프 분)이 아들 양육권을 빼앗겨 힘들어하며, 제랄드는 매일 회사에 나가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그의 부인을 속이고 있다.

우연히 동네 여성 전용 클럽을 방문한 가즈는 치펜데일 남자 댄서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돈을 벌기 위해 여자들을 위한 스트립을 할 구상을 한다. 아마추어 불룸 댄서인 제랄드가 안무를 담당하고, 여기에 몸에 자신이 있는 배관공 가이(휴고 스피어 분)와 자살을 시도하다 데이브의 도움으로 실패한 룸퍼(스티브 휴이슨 분), 그리고 오래된 레퍼토리만을 알고 있는 노년의 댄서 호스(폴 비버 분)가 이들과 합류한다. 리허설 도중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에 대한 소문이 온 마을에 퍼지게 되고, 이에 호기심 많은 여성 200명이 티켓을 구입한다. 덕분에 자신들이 더는 이 쇼를 취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음을 깨닫게 되자, 이들은 오직 한 번만 하되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다. 그것이 바로 ‘풀 몬티'(홀딱 벗음)인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속박의 옷을 벗어 던져라!
<관전 포인트>
A.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애환과 삶에 대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장면은?
젊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못하고, 몸매는 볼품없는 사람들이지만, 단 한 번의 공연이기에 완전히 벗는(Full Monty) 무대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 속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스트립쇼를 통해, 의기소침한 현실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B. 가즈가 스트립쇼를 포기할 때 격려한 사람은?
드디어 풀 몬티 쇼가 열리는 순간, 관객 중에 남자가 들어왔다는 소리를 듣고 스트립쇼를 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게 된 가즈는 그만 쇼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그동안 비상금까지 털어 아빠를 도와주었던 어린 아들 네이선은 마지막에 포기하는 자는 비겁하며, 아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동안 가즈가 쏟아왔던 쇼에 대한 열정을 무대에서 펼칠 수 있도록 아버지를 격려한다. 또한 몸매에 자신이 없었던 뚱보 데이브도 부인의 격려로 스트립쇼에 참여하게 된다.

C. 철강 산업이 망한 뒤 부상하게 된 산업은?
공장이 문 닫은 뒤에는 서비스 산업이 왕성해지면서 여성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돈을 버는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풀 스트립 댄스클럽이 인기리에 성업 중이다. 외지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팀을 불러와 손님당 10파운드를 받고 공연을 하기도 하자, 가즈는 아들의 양육권을 회복하기 위해 700파운드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립쇼에 1천 명이 오면 1만 파운드(약 1,500만 원)나 벌게 된다는데 솔깃하게 된다.

D. 공장 감독이던 제랄드가 합류하게 되는 배경은?

거만하던 공장감독 제랄드는 냉가슴 앓듯 자신이 실직한 사실을 6개월째 부인에게 감춘다. 아무것도 모르던 부인은 계속 신용카드를 쓰고, 휴가엔 스키장을 가자고 조르기까지 한다. 이때 가즈, 데이브, 가이 일행은 스트립 댄스를 하기 위해 춤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제랄드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고, 제랄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거듭되는 요청에 결국 도와주게 된다.

E. 한국에 개봉 시 사회적 상황은?
실직자들의 무모한 도전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한국의 외환위기 사태인 1998년에 개봉되었다. 묘하게도 영국 실직자들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실직사태와 매치되며 8만 5천 명이라는 적지 않은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1983년에 개봉한 영화<플래시 댄스( Flash dance)>에서 복잡한 대도시 피츠버그의 한 제철공장의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나이트클럽의 플로어 댄서로 일하는 18세 소녀 제니퍼 빌즈의 영화에서도, 여자가 남자의 직업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OST 도나 섬머(Donna Summer)가 부른 ‘매운 음식핫스터프(Hot Stuff)’도 큰 인기를 얻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속박의 옷을 벗어 던져라!
<에필로그>
중산층의 몰락과 여성의 사회진출, 그로 인한 성 역할의 역전이 된 사회에서, 직장도 잃고 못생긴 몸매를 가진 6명의 철강 스트리퍼 주인공들이 딱딱한 경찰복을 하나하나씩 벗어버리는 그 쇼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사회규범과 성별 및 인종, 성적 취향의 답답함을 벗어던져 버림으로써 속 시원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풀 몬티에 도달하는 그 순간, 그들은 진실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모두 날려버리는 그 순간에!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