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달러로 중국 등 신흥국의 물건을 사주고, 그 돈은 미국 국채로 다시 모인다. 다시 거둔 달러로 미국은 삼성 등 신흥국의 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세계를 지배한다.


이른바 ‘신비로운 길’이다. 그 길을 지키기 위하여 미 항공모함을 배치한다. 중국이 일대일로 등으로, 위안화로, 남중국해 인공섬으로 그 길을 방해하며 도전에 나섰다. 미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박대석칼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때리는 이유

▲ 미 대통령 누가 당선돼도 한반도 정책에 큰 차이 없다.    


오는 11월 3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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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후보의 대선 공약을 놓고 비교해보면 대북정책을 빼고는 한반도 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제재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중국에 더욱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이고 그 여파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왜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때리고 있을까?


▲ 먼저 미국의 ‘신비로운 길’을 알아보자. 


1989년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구소련과 냉전이 끝나면서, 전 세계 국경 또한 열려서 자본, 기술, 문화,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미국은 전후 최장기의 호황을 누렸다.  미국은 이때 아주 신비로운 길을 만들었다.


2004년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어 달러 가치가 지켜지는 과정을 ‘신비로운 길’이라 하였고, 이를 통해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표현했다. 그 신비로운 길은 간단하다.

[박대석칼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때리는 이유

제조업이 약한 미국은 공산품과 원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할 때 그 대가로 달러를 중국 등 신흥국에 지급한다(기초 자본순환).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은 신흥국은 달러가 쌓일 것이고, 이들 국가는 여유 달러로 미국의 예금이나 국채, 그리고 주식을 매수한다.


중국 등 신흥국은 외화 보유액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자동으로 해결됨과 동시에 자금까지 풍부해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다.


자금이 풍부해진 미국 경제는 과소비를 통해 고성장을 이룬다. 그리고 일부 자금은 다시 미국 이외 국가의 주식·채권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재투자된다. 달러 자본의 2차 자본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은 60%에 가깝다. 전 세계에 막대한 양의 물건을 수출하는 우량기업이고 장래도 밝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렇게 달러를 이용해 한국의 삼성전자 등을 사서 배당을 받는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찰스 A 쿱찬이 저술한 ‘미국 시대의 종말’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흑자를 기록한 나라의 흑자액 70% 정도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신비로운 길’이다. 미국 이외 국가나 개인 간의 상거래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력보다 더 많이 소비하지만 부족한 자금을 공산품을 수출한 국가가 대신 갚아 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미국으로서는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얼마나 경이로운(?) 현상인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시니어 부시 전 대통령조차 이를 주술(Voodoo) 경제학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신비로운 길이 무너지면 세계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런 국제자본 흐름의 균형을 ‘공포의 균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신비로운 길을 유지하기 위하여 바다에 무역항로를 개척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부터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항로 보호를 위하여 곳곳에 해군기지를 설치하였다.


이러한 무역항로를 통해 손쉽게 무역을 해야 미국도 신흥국도 이익이다. 당연히 결제 통화는 미국 달러이다.


신흥국이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system) 시스템 때문이다. 미국의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사우디 왕가와 비밀계약을 맺어 사우디 왕가를 지켜주는 대신 사우디 원유는 반드시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신흥국은 원유를 사려면 반드시 달러가 필요하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미국과 신흥국 간의 확실한 선순환 구조가 생긴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신비로운 길을 기초로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고 유지하는 세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첫째는 세계 국방비 총액의 40%를 지출하는 강력한 국방력이다. 이를 토대로 전 세계 800여 곳에 미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둘째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토대로 한 금융패권과 ICT 기술이 결합한 과학의 힘과 경제력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제기구들과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미국적 가치로서 민주주의와 개인적 자유주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중국이 미국이 만든 ‘신비로운 길’을 깨려고 한다.   


신비로운 미국 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드는 방법은 이론상 복잡하지 않다. 중국 등 신흥국들이 미국과 무역 거래에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하면 된다. 원유 거래 역시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이용하여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 된다.


또한, 새로운 무역항로를 무력을 동원하여 장악하면 된다. 중국이 이 방법을 실제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 원유 선물거래소를 통해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자국 통화로 상품 결제를 하고 있다.

[박대석칼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때리는 이유

2014년부터 무려 62개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새로운 육로 중심의 무역항로를 만들고 있다. 중국의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계획은 지구 상 인구의 63%에 해당하는 44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이와 관련한 GDP는 전 세계 GDP의 29%인 21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새로운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만들고 지키기 위하여 지부티,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의 군대를 파견하고 항구를 조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신비로운 길이 훼손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무역항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미국이 바라보고만 있을 리는 없다. 그래서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히 무역에 관한 관세전쟁이 아니다.


▲ 미국 GDP 40% 넘는 국가에 대하여 미국은 강하게 반응한다.


20세기 초부터 미국은 자국 GDP의 40%를 넘는 경제대국이 부상할 경우 무역, 금융, 자원을 이용해 도전을 좌절시켰다. 첫 번째가 1970년대의 소련이었고, 두 번째가 1980년대의 일본, 이제 세 번째로 2000년대의 중국이 된 것이다.


소련이 미국 GDP의 42%에 달한 1970년에 미국이 전략 방위구상(SDI)을 포함해 대대적인 군비경쟁을 촉발했고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석유가 하락으로 소련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박대석칼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때리는 이유

일본이 미국 GDP의 38%에 달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비롯해 본격적인 엔고 현상을 만들어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에 빠져들게 했다.


중국이 미국 GDP의 40%를 뛰어넘게 된 계기는 2007~8년 무렵으로, 당시 미국은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의 발생으로 중국에 적극 대처할 수 없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경제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이라크 전쟁에서 한 발 뺀 뒤 ‘아시아 재균형정책’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고속성장을 계속해 2019년 미국 GDP의 63% 수준까지 뒤쫓아온 데 이어, 최근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올해 말에는 70%에 이르러 격차를 좁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서둘러 강하게 때려야 하는 이유이다. 바이든이든 트럼프가 당선하던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중국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하는 패권전쟁이다. 따라서 이 전쟁은 어느 하나가 완전히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무역항로와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피할 수 없는 응전, 패권전쟁이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은 무역, 환율, 금융, 정보통신 및 첨단기술, 석유 등 에너지, 코로나 배상, 무력전쟁 등 6가지 형태로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관세 보복 등 무역 전쟁 1라운드가 어느 정도 끝났다. 그리고 ZTE, 화웨이, 틱톡, 위쳇, 알리페이 등 환율, 정보통신과 대만으로의 미국 무기 판매, 남중국 해 인공섬 항공모항 충돌 들 등으로 전선이 확대된 2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박대석칼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때리는 이유

그런데 중국이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하여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 페인 DCEP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추진하고 있다.


신비로운 길을 근본적으로 깰 수 있는(?) 반격의 카드를 가지고 치고 나오는 것이다.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무기로 3라인의 전선을 만들어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3일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이 무기 수출 등으로 대만과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대미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오늘 세계에서는 어떤 협박이나 봉쇄, 극단적인 압박, 독선적 행태와 패권적 횡포도 결코 통할 수 없다.” 면서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국의 신성한 영토를 침범하고 분열시키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고, 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반드시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무력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음 ②회에서


2라운드까지 진행과정과 미국과 중국의 성적표는 어떤지,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무기에 대하여 미국의 대응은 무엇인지, 과연 시진핑 주석의 경고대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이론처럼 무력전쟁까지 갈 것인지, 미중간의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지 알아보기로 한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