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하울의 움직이는 성!
<프롤로그>
놀이공원은 환상의 음악 속에 카니발 특유의 회전목마와 퍼레이드가 단연 압권이다. 아름다운 유럽의 풍경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상, 전쟁, 사랑, 마법의 스토리가 가득 담긴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Hawl’s moving castle), 2004>에서 복잡하고 우울한 성의 주인을 소녀가 깨끗이 청소하여 전쟁과 탐욕이라는 악의 마법에서 구해내고 사랑을 이루게 되는 과정에서 결국 모든 것을 행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은 순수한 마음과 사랑이며, 자신이 사랑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도망가지 말고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 줄거리 요약>
18세 소녀 ‘소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 가게를 계승해 모자를 만들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삶을 사는 소녀다. 어느 날 소피는 골목길에서 불량한 군인들을 만나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그 순간 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구해주고, 소피는 하울을 따라 하늘을 걷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질투심에 불탄 ‘황무지 마녀’는 소피를 90세 노파로 만들어버린다. 저주를 풀기 위해 마법사 하울을 찾으러 황무지로 간 소피는 자신과 같이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 ‘카브’의 도움으로 하울의 성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윽고 성을 움직이는 불의 악마인 ‘캘시퍼’와 하울의 제자 ‘마르클’, 그리고 하울과 함께 하울의 성에서 청소부로 살게 된다.

한편 전쟁이 발발하면서 왕실에서는 하울과 황야의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겁이 많은 하울은 소피에게 자신의 엄마를 사칭해 왕실 마법사 ‘설리만’을 찾아가 전쟁에 참전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이에  설리만이 하울을 비난하자 소피는 순수한 하울을 대변한다. 전쟁이 절정에 이르고 그동안 겁쟁이였던 하울이 소피를 위해 전쟁터에 뛰어들고, 소피도 하울을 살리기 위해 성을 대정리 하게 된다. 소피는 전쟁으로 고통받으며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하울을 구하기 위해 하울의 과거로 들어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죽어가던 별 캘시퍼와 거래를 하는 어린 하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울이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캘시퍼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어 살리고, 그 대가로 캘시퍼의 강한 마력을 받는 계약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소피는 이것이 캘시퍼와 하울에게 걸린 저주임을 알게 된다.

소피는 전장에서 생긴 부상과 악마와의 계약으로 죽어가는 하울에게 캘시퍼(심장)를 넣어줌으로써 그를 소생시킨다. 소피의 사랑으로 하울과 캘시퍼 모두 살아나게 되고, 허수아비도 소피의 키스로 저주가 풀려 이웃 나라 왕자인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전쟁을 끝내겠노라며 떠난다. 또한 설리만도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한다. 소피와 하울은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하울의 움직이는 성!
<관전 포인트>
A. 황야의 마녀가 소피에게 마법을 건 이유는?
하울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던 마녀는 하울과 소피가 함께 탈출한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해 질투를 한다. 그날 저녁 황야의 마녀는 소피를 찾아가 90세의 노인으로 변하는 저주를 걸게 된다. 하지만 소피는 자신에게 잔혹한 마법을 건 황야의 마녀가 사랑을 얻기 위해 한 행동을 알고, 왕실 마법사 설리만에 의해 힘이 빠진 그녀를 엄마처럼 정성으로 돌보아 줌으로써 결국 그녀가 가진 하울의 불씨로 죽어가던 하울을 마법을 풀어 소생시킨다.

B. 하울의 성 현관문의 색상이 4가지 변화는 의미는?
현관문의 빨강, 파랑, 초록, 검정 4가지 색상이 변할 때마다 각양각색의 도시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문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김신(공유 분)이 자신의 신부 지은탁(김고은 분)과 함께 문을 열자 바로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무기와 잡동사니로 채워진 성은 전쟁 도구로 키워지고 사용되는 마법사 하울의 운명을 나타낸다.

C. 성을 움직이는 동력은?
하울은 유성에서 날아온 악마 캘시퍼를 잡게 되고, 서로의 생존을 위해 계약으로 심장과 몸이 분리된다. 캘시퍼의 불은 하울의 심장을 본체로 불타고 있음으로 성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은 하울의 심장이다. 지저분한 성의 내부를 소피가 청소한다는 것은 하울의 복잡한 내면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상징한다.

D. 하울이 소피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는?
하울이 성의 내부에 소피의 방을 만들어 준 것은 하울의 내면에 소피의 자리가 생겼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어릴 적 마법사인 삼촌이 만들어준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은신처를 소피와 공유하면서 연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겁이 많고 전쟁으로 물든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던 하울은 소피에게 “나는 지금껏 도망쳐 왔어, 이제야 지켜야 할 것이 생겼어. 바로 너야”라며 여인을 사랑하는 책임 있는 남자로 거듭나게 된다.

E. 전쟁의 끔찍함에 대한 작가의 반전 메시지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에서 소피가 날아가는 군함을 향해 하울에게 “적이야 우리 편이야?”라고 묻자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야”라며 말하는 하울의 대사를 통해 인간을 파괴하고 괴물로 만드는 것은 전쟁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쟁은 무서운 폭력이며 그런 내용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에필로그>
국왕의 마법사 설리먼이 하울을 악마와 결탁한 나쁜 마법사라고 비난하자 소피는 “하울은 이기적이고 겁쟁이고 생각 없이 보이긴 하지만,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려는 것뿐입니다. 하울은 전쟁에 미친 당신과 타협하러 오지도 않을 것이고 마왕이 되지도 않을 거예요. 악마와의 관계는 스스로 정리할 것이라고 난 믿어요”라며 하울에 대한 강한 신념을 나타내자 늙은 할머니의 얼굴이 젊고 아름답게 변한다. 그것은 일과 의무와 열등감에 찌들어 있을 땐 바로 할머니로 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때 나이와 관계없이 젊은 열정은 그 빛을 발하게 됨을 보여준다. 결국, 하울도 소피를 사랑하게 되면서 동심의 순수한 마음을 되찾으면서 악을 피해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우며 소피를 지키는 책임감 강한 남자로 성장한다.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 OST가 하울과 소피의 사랑만큼이나 감미롭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