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만 모르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

말로만 외치는 인간존중과 직원 감동

공장에서 현장 직원 한 명이 손가락 한마디가 크게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소식은 라인 조장까지 보고되었고, 라인 조장은 다친 직원에게 ‘공장 안전관리 시간이 깨지니 휴가 처리하고 개인 돈으로 병원치료 받으라’고 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기계 고장으로 라인이 중단되어도 공장장은 알지 못합니다.

도급회사의 직원이 크게 다치고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회사는 대책을 논의한 후 도급회사 책임으로 넘깁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보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들 회사의 공통된 특징은 ‘실수는 실패로 이어지며 경쟁에서 진다는 사고’가 구성원에게 만연되어 있습니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며 경쟁을 부추기는 회사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1등을 하려고 하니, 성실히 고생해서 성과를 냈지만 2등은 패자가 되고, 운이거나 실력, 어떠한 수단을 써서 1등만 되면 인정받습니다. 이 회사 역시 실패는 곧 패배이고 패배한 직원은 회사와 직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이들 회사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사람이 경쟁력이고 힘이다', ‘직원의 만족이 모든 성과를 창출한다’고 외치며, 인간존중과 직원만족을 회사 핵심가치로 부르짖습니다. 현실은 경쟁과 성과라는 논리로 1등만을 강조하는 문화와 제도, 경영층의 언행에서, 인간존중과 직원만족은 액자 속의 표어가 될 뿐입니다. 아무도 이를 믿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안되는 일이 있다면 인간존중과 직원만족이다’고 비아냥 합니다.

나쁜 일이 발생될 때, 왜 리더만 모를까요?

1등을 강조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서는 사심을 버리고 전체를 보며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 탓보다는 남 탓으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큰 성과가 나는 위험부담이 적은 일에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며 영향력이 큰 임직원이 독식합니다. 조직과 후배를 강하게 키우며, 당장은 손해이지만 길고 멀리 보는 의사결정은 하지 않습니다. 당장 성과나는 단기 실적 중심의 의사결정과 일을 추진합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가 팽배합니다. 파이를 키우기 보다는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자르고, 내 파이가 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화와 풍토 속에서 패배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조직과 자신의 실수와 실패는 철저히 감추려 합니다. 알려 받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위험부담은 있지만 최대한 감추려 하고, 핑계를 찾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보고하지 않고 쉬쉬하거나 담당자 선에서 처리하고 무마하려 하거나 감추고 거짓으로 포장하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잃는 것이 크거나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근원적 원인을 살피면, 경영층과 관리자의 철학과 원칙,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지면 안되고, 밀리면 전부를 잃는 인식과 문화가 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고 경영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신은 현장 경영을 한다고 하지만, 분리된 공간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최고경영자에게 나쁜 일이 보고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현장의 안 좋은 일이 최고 경영층까지 보고되게 할까요?

사장은 내 지시사항이 저 밑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는다고 힘들어 하고, 현장 직원은 자신의 건의 사항이 경영층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불만입니다. 사실 소통이 좋은 회사라면 나쁜 일, 좋은 일이 모두 보고되고 빠른 피드백을 받습니다. 왜 전달되지 않는가? 조직과 직급체계, 사람, 제도, 문화의 측면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첫째, 조직과 직급체계는 단순화, 직책 중심으로 가져가고, 대기업의 경우, 소통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소통은 층층 구조에서는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와 자료를 선호합니다. 통상 기업은 사원부터 부장까지 8단계 직급체계가 있습니다. 이를 2~3단계로 단순화한다면 경직성은 줄고 수평문화는 보다 강화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의 직급체계입니다. 직책 중심으로 가져가고 통상 5단계의 직급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은 방안 중의 하나입니다.

둘째, 사심을 갖고 전사적 결정 보다는 자신과 속한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는 임직원이 없으면 됩니다. 주관조직이 이러한 사람은 엄벌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입사원부터 한 방향 정열과 전사적 관점의 결정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이러한 행동은 금물이며, 이러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으로 지켜지면 됩니다. 이를 추진하는데 중간 관리자와 경영자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며, 이들의 솔선수범이 직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잘하는 임직원은 인정과 칭찬하고 회사내 영웅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반면, 지키지 않는 임직원은 엄벌하여 하려는 생각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시스템(일일 정보회의, 주간 이슈 회의, 실패 사례 보고 등)으로 연계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례이지만, S기업은 그 어떤 금품을 받지 않습니다. 첫 방문으로 자사 제품을 가져갔지만, 그 마음만 받겠다고 모든 임직원이 말합니다. 제도가 행동을 이끌 수도 있습니다.

넷째, 이러한 노력의 결과, 문화가 되어 체질화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내재화와 체질화를 통한 가치관 정열이 되어야 합니다.

‘안 좋은 일 하나하나가 경영층에 다 보고되는 일이 효과적인가?’ 묻고 싶습니다. 일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낮은 부가가치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은 개선하거나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장의 안 좋은 보고가 중간 관리자와 경영층을 거쳐 비중 있게 최고경영자에게 보고되어야 합니다. 중간 관리자와 경영층이 사심을 버리고 전사 차원의 결정을 할 수 있고, 일의 파급효과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성숙되어 있어야 합니다. 최고 경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권한 위임, 강한 조직장 육성, 현장을 찾는 관심과 참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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