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우주화폐 토파보기] 초연결사회, 스타워즈, 그리고 ‘크레딧’
역대 SF 영화 중 가장 많은 열성 팬을 거느린 영화는 단연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다.

루크 스카이워커, 오비완 케노비, 한 솔로, 주인공들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이 영화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은하제국 멸망 이후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활약이 시리즈 물로 만들어져 1977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꿈과 이상을 선사했으며,

스타워즈는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 광팬들의 휴가와 결석이 당연시(?)될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 전설의 영화 스타워즈에서 우주선 수리비나 배상금 등에 사용되는 우주 공식 화폐의 이름이 ‘크레딧’이다.

은하 공화국 성립과 동시에 탄생한 ‘크레딧’은 공화국의 힘이 약해지자 약소국의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 푸대접을 받듯 우주 외곽지역에서 ‘크레딧’이 푸대접 받는 장면도 나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속 가상화폐인 스타워즈 동전이 2011년부터 뉴질랜드 자치령인 남태평양 작은 섬 폴리네시아의 니우에 (Niue)에서 아예 공식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워즈 캐릭터인 루크, 레이아, 요다, 다스베이더, C-3PO 등이 새겨진 동전을 만들어 수집가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2016 년에는 ‘Niue Silver 2달러’짜리 레이아 공주 코인이 한정판 발행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영연방인 탓에 동전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새겨졌으며 실물 화폐가 아닌 수집가들을 위한 한정판 화폐 역할이 더 강해 교환 수단보다 투자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류는 화폐를 통한 무역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부를 축적하며 경제활동을 이어왔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화폐의 진화과정은 인간의 활동영역 확대와 비례했는데, 말(馬)이나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소규모 부족 중심의 경제 체제인 까닭에 일정 지역에서 귀한 물건 예를 들어 조개나 둥근 돌, 또는 소금과 같은 것이 화폐의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이때는 어느 일정 지역에서만 인정되는 화폐 기능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점차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인류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바다와 대륙을 넘나들면서 국가와 국가간의 무역활동으로 확대 되자 결국 다른 나라에서도 가치를 인정해 주는 화폐가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금화(금본위 화폐)와 같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귀하게 여기는 재화를 기본으로 하는 화폐가 등장하게 되었고, 점차 수 많은 전쟁을 통해 강대국과 약소국으로 국제 질서가 정립되면서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국가의 화폐가 자연스레 기축통화로 자리잡게 된다.

세계 2차대전 이전까지 해가 지지 않은 초 강대국 영국의 파운드화는 오랜 기간 기축통화의 역할을 해왔지만,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미 힘을 잃은 파운드화는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국토가 폐허가 되고, 전후 복구 비용조달조차 만만치 않게 되면서 기축통화 자리를 내 놓게 된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을 통해 미국 달러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현재까지 부동의 기축통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발달과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는 초 연결사회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세계 단일통화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환전과 송금 등 경제 기초 활동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실시간 처리되어야 할 필요성(Needs)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미리 예견했는지는 몰라도 지난 2011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공지를 통해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처럼 금융거래의 흐름과 시스템을 규제하는 일종의 ‘세계 중앙은행’ 기능을 수행할 기관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발표한바 있다.

금융산업은 이미 테크핀의 시대로 접어들어 레거시시스템(Legacy System)과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전통 금융기관들은 거세게 몰려오는 신 기술과 환경변화에 갈팡질팡 하고 있는 실정이며, IT 거인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대국 중국은 홍콩과 더불어 국가차원에서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 IT기업들도 디지털 자산이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세계 IT 공룡들은 호시탐탐 민간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고자 회심의 칼을 갈며 결전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결국 국가 단위 화폐는 점차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세계화폐”로 대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의 탄생으로 등장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만들어가는 거대한 변화는 어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인류 문명 발전 단계의 하나로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영향과 인터넷과 IT기술의 발달에 따른 초 연결사회로의 전환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의 형태를 바꿔 실시간 국경을 넘어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으며, 비대면 거래와 영상회의는 일상적인 비즈니스 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와 같이 일면식도 없는 먼 타국에 있는 거래 상대방과의 거래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 여부일 것이다.

이렇게 신용, 신뢰의 유무 여부는 거래 상대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며, 결국 불가역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공황이나 금융위기 등이 닥쳐오면 어김없이 대부분 금값이 폭등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의 시조격인 비트코인 가격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금 만큼 전 세계인이 귀하게 여기고 가치 저장 수단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재화는 없다.

그만큼 금의 희소성과 변하지 않는 금속의 성질 등은 지구상에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인류 문명 탄생이래 유일하게 귀한 재화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로 나가보면 얘기가 다를 것이다. 지구상의 물처럼 흔한 물질이 금인 행성도 있을 것이며 우주인들은 아예 금에는 관심도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공상 소설 속이지만 스타워즈에서는 필요한 물건이나 재료를 원자의 결합에 의해 쉽게 만들어 사용한다.

금도 쉽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누가 금을 귀하게 여길 것인가?

이렇게 모든 물질이 어디서나 귀하지 않은 세계에서는 무엇을 교환 가치로 사용할까?

기본적으로 화폐 주고받는 행위의 기저에는 화폐에 대한 믿음,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된다.

“이 화폐는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 화폐는 상대방이 다른 재화로 바꿔 줄 거야”  “이 화폐는 두고두고 모아놓으면 큰 자산이 될 거야”

결국 화폐란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거래 수단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비록 영화 속 이지만 스타워즈의 광활한 우주에서 사용되는 화폐의 이름을 신뢰와 신용을 의미하는 ‘크레딧’이라 이름 붙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낸다.

20200924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