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아들 며늘아, 올추석은 고향에 오지말고 선물만 보내거라!
2020 달라질 한가위 풍경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코로나19가 잡힐듯 잡히지 않으면서 올해 한가위 모습도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의 이동 자제명령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는 귀성·역귀성을 자제하는 호소문이 쏟아지고 있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도 귀성 자제에 팔을 걷어 붙였다.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사례, 동선 불명 확진 사례가 지속하면서 귀성행렬로 전국적인 대확산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운좋아야 구입했던 코레일 추석 승차권



추석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출향인에게 서한문을 발송해 이번 추석에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추석 승차권 예매율은 52.6%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체 공급좌석 50만석 중 26만석이 팔렸는데 지난해 47만 석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50%만 팔린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비대면 추석’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도 지난 정례브리핑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을 방문하게 되면, 부모님들의 연령대가 고령층이고 감염에 따른 위험도가 훨씬 높다”며 “다시 한 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들이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와도 된다!



추석을 앞둔 이 맘 때 쯤, 전국 지자체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지만 올해는 귀성·역귀성을 자제하자는 문구로 가득했다고 한다. 각 지역의 사투리로 표현한 귀성 자제 현수막이 알려지며 ‘정겹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한 지역에서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또 ‘애들아 이번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 너희는 오지말고 편히 쉬어라~ ‘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곳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들아! 명절에 안 와도 된다. 며늘아! 선물은택배로 부쳐라” 라는 현수막도 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일동이 내건 펼침막에는 고향 방문을 두고 아들보다 깊은 고민에 빠질 며느리를 향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엿보인다.
[박영실 칼럼] 아들 며늘아, 올추석은 고향에 오지말고 선물만 보내거라!
불효자는 옵니다!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제목을 패러디한 현수막이 있다. 바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추석명절 기간 코로나(감염) 제로의 의지가 돋 보인다. 이 밖에도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배로 받을게’,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등 재치만점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올해보다오래



아예 거리로 나가 방문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연 어른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지역 주민들은 ‘며늘아 명절에는 안 와도 된다’, ‘명절은 집에서 보내자, 영상통화 OK’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공식 페이스북에 ‘#올해보다오래’ 해시태그로 고향 방문 자제·벌초대행서비스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야야 고향에 오지 말고 집에서 지내거라’라고 먼저 전화해 주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냅시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낸 경우도 있다.



걱정하는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해당 현수막 사진이 퍼지면서 “걱정하는 부모님 말투가 떠올라 정겹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줄지않아서 당연히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런걸 섭섭해 하지는 않으실 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는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것만 같아 죄송스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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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인사는 마음을 담은 비대면으로



추석에 고향에 오지 못하는 객지의 자녀들에게 제공된 영상들도 있다고 한다. 한 지역의 생활지도사들이 홀몸 노인의 집을 방문해 동영상 등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추석에 고향을 오지 못하는 객지의 자녀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비록 직접 함께 못해 아쉽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자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여지고 있다. ‘올해 추석 계획’을 발표한 결과, 고향에 가지 않거나 고민중이라고 답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과반수가 넘는 64.7%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고향 방문 계획이 없다(31.3%)’고 답한 사람들의 이유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코로나 확산이 염려돼서(52.4%)’였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견과 ‘코로나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추석 앞두고 달라지는 벌초 풍경



실제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벌초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추석 앞두고 ‘벌초 대행 서비스’ 급증하고 있다. 산림조합 중앙회 충북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도내 10곳의 회원조합의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은 2900여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45%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가족 친지들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우리국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대면 성묘 및 추석 온라인 차례상



고향 방문 자제가 권장되는 가운데 온라인 성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성묘는 장사시설에서 고인의 사진과 봉안함을 찍어 온라인 차례상에 올리고, 가족들은 추석 온라인 차례상에 헌화, 분향, 추모글, 사진첩 등을 꾸밀 수 있다. 묘지를 직접 찾지 않아도 돼 코로나19 속 비대면 성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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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족친지들의 안전을 위해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성’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올해 추석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중 30.8%(응답률)의 응답자가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집콕)’이라 답했다. 귀향을 해도 부모님만 보는 등 대면접촉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힌 직장인이 28.8%로 뒤를 이었다. 보고싶은 가족친지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너무 보고 싶고, 너무 가고 싶지만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만나기 위해서 올 추석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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