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19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국가는 물론 가정의 안녕(安寧)을 해치고 있다. 하나는 국가 및 가계 경제의 위축이고 또 하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수칙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다.

우린 ‘안녕’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안녕이란 安(편안 안)과 寧(편안할 녕)를 쓰는데,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무탈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安(안)을 파자하면 宀(집 면)과 女(여자 여)가 결합한 것으로, 여자가 집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는 내치를 담당하는 아내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가정이 평안하고 안정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寧(편안할 녕) 자는, 宀(집 면), 心(마음 심), 皿(그릇 명), 丁(못 정)이 결합한 모습이다. 이는 남편의 외치가 더해져 심리적, 물질적으로 만족스러운 가정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외치는 남편, 내치는 아내라는 인식이 지배적일 땐 부부간 역할이 분명했다.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가정이 안정되고 편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남녀 간 구별의 차이가 사라지면서 가정을 평안케 하는 역할 인식도 변했다. 즉 외치도 내치도 이젠 부부 공통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두 말할 필요도 없다.

10년 전, 노후 준비 차원에서 다가구 주택을 지을 때, 정보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진 지인의 이야기다. 요즘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로 걱정이 늘었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자신의 다가구에 입주한 가구 중, 두 가구에서 월세가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한 가구는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로, 조그마한 일식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3종 규제 조치와 함께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점포 운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발 코로나가 터지면서 가계 운영은 바닥을 뚫고 지하를 파고 있는 형국이다. 그 여파로 월세를 8개월이나 밀렸는데, 느닷없이 8.15 광복절 집회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하다 보니, 이젠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며 울먹이더란다. 그런 상황에서 밀린 월세를 독촉하는 건 죽으란 이야기나 진배없는 만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한숨만 나온다는 이야기다.

질병관리본부의 예측대로 코로나와의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다. 혹자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 상황이다. 때문에 여기저기 시름 깊은 한숨 소리만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소, 상공인의 피해는, 앞선 사례처럼 생존을 위한 사투에 비견될 만큼 그 피해가 막심하다. 하다 못해 쇼핑 천국 명동에도 빈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몇십 년을 이어오며 수많은 단골이 확보된 점포도 나가떨어지는 판국에, 유동인구도 유명세도 없는 지역 점포는 말해 무엇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사람들은 실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루속히 이 어려운 상황이 지나가길 학수고대할 뿐이다.

“사람은 능력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운(運)을 잘 타야 하는 법이다. 때(時)를 잘 만나야 하고 사람(人緣)을 잘 만나야 한다. 그러나 운(運)을 잘 타려면 역시 운(運)이 오기를 기다리는 둔한(鈍) 맛이 있어야 한다. 운(運)이 트일 때까지 버텨내는 끈기와 근성이 있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이 말하는 운(運) 둔(鈍) 근(根)이다. 둔한(鈍) 맛이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우직함이다. 국가,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극심하고, 일상적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참고 견디고 버티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더구나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심리적 방역까지 위협받는 지금, 대한민국 사람 중에 누구 하나 힘들고 고통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방역 정책에 반하는 일탈을 일삼는다면, 이 어려운 상황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철부지 같은 행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안녕(安寧)을 헤치고, 국가적 위험을 촉발하는 위험천만한 일과 다르지 않다. 제발, 하루라도 빨리 성숙한 어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아니 선량한 국민의 이름으로 부탁한다. 이 어려운 상황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당신의 이웃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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