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많은 사람들이 웬만한 것은 양에 차지 않아 하며, 무엇인가 큰 일만 하고 큰 것만 가지려는 안쓰러운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무엇이던 단숨에 해내고 쉽게 살려는 자세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느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기 보다 대충 대충 일하며 단박에 일확천금과 벼락출세를 갈망하는데 어찌 불상사가 생기지 않겠는가?

  먼저 개인부문을 보면 조금만 성공하게 되면, 자기분야, 전문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자부심보다는 그저 거물(?)이 되고 주류(?)에 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일도 그르치고, 사람도 나락에 빠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야망만 크고 정직한 노력은 게을리 하는 소년이 커서 무엇이 되겠는가? 사기꾼 아니면 한 낱 끄나풀로 전락하다가 사고치기 쉽다. 어느 연구결과를 보면 소위 출세하였다는 사람 중에는 뜻밖에도 업무 무능력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큰일만 하려다 보니 그저 연줄대기나 포장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 아닌가?  

  기업부분에서도 돈만 조금 벌면, 하루 빨리 대기업 또는 재벌 대열에 끼려는 조급성을 보이며,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가 사회에 짐만 남기고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보사태, (구)기아사태, 대우사태는 차치하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개발, 경영혁신을 통한 본원적 부가가치 창출 노력보다는 M&A 같은 금융기법을 통한 연금술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해는 짧고 지평선이 멀기만 하다며 큰일만 하려다 큰일 낸 꼴이다.

  공공부분에서도 단기간에 큰일을 해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단기업적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왜곡된 (거시)정책의 부작용을 (미시적) 행정조치로 보완하려는 안쓰러운 행태가 벌어지기 쉽다.
  오래전 일이다. 콜금리 인하가 턱없이 계속되자, 지각 있는 이들이 유동성함정과 부동산 투기 심리재연을 우려하였다. 그러자 당시 금통위 고위직이라는 분은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면 강력한 미시적 조치(세금부과, 투기단속반 가동)를 통하여 투기를 억제하기로 합의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후 부동산 투기 광풍과 그 후폭풍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은 나라 전체를 흔들리게 하였다.

  정말 큰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반복된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상황이 거듭되면서 각 부문의 종사자들이 본연의 의무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다보니 맡은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없어져 능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결과만을 생각한다면 일터를 단지 생계수단으로 과소평가하게 되어 일의 대한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결과만을 생각할 때, 가족을 부양하고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는 일터가 그저 노동력을 사고파는 인력 거래소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천직(天職)을 천직(賤職)으로 여기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된다. 

  # 전문가 정신을 소중히 하고 전문가를 우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전문가라는 것이 남다른 지식이나 독특한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지는 사람이 바로 전문가다. 그런데 소위 아웃소싱과 낙하산 인사가 혼동되며 비전문가가 전문가 조직을 흔드는 일이 벌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은 평생을 바쳐 한 가지 일에 종사해 온 전문가들이 이 아마추어들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오래전부터 벌어지고 있다는 일이다.  

  # 이 세상은 큰 일만 하는 사람들만 있어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음악회에 가보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구두 뒤꿈치가 반짝거리는데, 이는 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구두약과 구두 솔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혁신도 연구실보다는 오히려 작업현장에서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장인들에 의하여 더 많이 이루어지고 진다고 한다. 특히 실질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응용기술은 대부분 현장 기술자들에 의하여 개발되고 진화되어 감을 생각해보자.

  먼 생각 없이 그저 일만 열심히 해서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처할 수 없지만, 실천 없는 허황된 생각 또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한다.


                                            ☞졸고 "대통령과 하느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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