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타던 차를 거저 넘겼을 때, 과소비를 한다는 반성과 함께 아쉬움도 있었다. 보기에는 낡았지만 주행거리가 3만여 km에 불과하고 엔진 상태도 양호하여 타고 다니는데 어떤 불편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차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사려는 사람은 그저 막연한 정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보가 비대칭적인 환경에서 수요자들은 모든 차를 거의 다 같은 중고차로 여기고 헐값에 사려고 한다. 시장에서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심화되면 품질에 따른 가격차별 현상이 없어진다. 그 결과 중고차 시장에는 성능이 좋은 차는 자취를 감추고 성능이 나쁜 차만 거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불확실한 정보 내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말미암아 상품의 가격이 싸게 매겨지는 현상을 「레몬 현상」이라 부른다(Akerlof, 1970). 외국에서 레몬은 과일 상회에서 헐값으로 팔리는 싸구려 과일을 의미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보이는 오렌지 같은 과일도 레몬 가격으로 팔리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의 불안정성 내지 비대칭성(非對稱性)은 불확실성을 잉태하여 시장을 경쟁적 균형 상태에서 이탈하게 하여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시장신호(market signalling) 기능을 마비시킨다. 예컨대 금융시장에서 국가와 기업의 신용 내지 지불불능 같은 위험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하여 무엇인가 믿지 못하게 되면 시장에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불신이 일어나면 금융부분이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게 되어 신용경색이 급격하게 초래되고 실물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다. 「리먼 브라더스」 사건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비틀거리게 하는 시발점이 된 것도 “시장(市場)”이 부실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에서 남유럽으로 그리고 유로화 전체로 퍼질지도 모르는 “통화위험” 도 각국의 재정적자의 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생각해보자. 어쩌다 사과상자에서 썩은 사과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상자 속에 들어있는 다른 사과도 썩은 사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  가게주인이 분명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오락가락하면 쓸데없는 의혹을 사게 된다. 그러다가 논리적 뒷받침 없이 썩은 사과가 절대 없다고 잡아떼며 어리석은 변명을 늘어놓게 되면 불신은 증폭되어 급기야 다른 상자에 들어 있는 멀쩡한 사과까지 썩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그런데다 힘센 주인이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만약 “썩은 사과가 들어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자는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유언비어가 입과 입을 통하여 떠돌게 된다. 무엇인가를 덧칠하려는 사회 즉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는 사실에 입각한 정보보다 헛소문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더 빨리 더 넓게 퍼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급기야 사과가게는 신용을 잃고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불신의 원인이 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한가지 길 밖에 없다. 사과를 바닥에 몽탕 쏟아 부어 모든 사과들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썩지 않은 사과들이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과들은 썩지 않게 할 수 있다. 지금껏 가장 많은 돈을 벌고 또 가장 큰 돈을 사회에 환원하였다는 빌 게이츠는 “나쁜 소식은 빨리 퍼트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기업이든 국가든 사람 사는 사회에서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찍부터 직시하고 실천한 셈이다.

                               졸고 "신뢰의 적자(deficit of trust)“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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