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씨에 카메라를 들라치면, 실루엣을 찍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을 찾아가봤다.
과거엔 난지도라고 불리었던, 서울 시내의 쓰레기가 다 모였던 곳이다.
지금은 산책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훌륭한 시민공원이 되어 있다.
공원까지는 지그재그 계단(291계단, 총 높이 98미터)으로 제법 올라간다.
그렇다고 ‘하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높진 않다.
집에 놀러 왔던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오르다 보니 이 높이에도 아이들은 금방 지쳐버린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 일찍 철수하는 바람에 제대로 공원의 모습을 담지는 못했다.

 다만 흐린 날씨가 제공해주는 실루엣이 내 눈에 잡혔다.
흐린 날엔 반사광이 약해 하늘을 배경으로 하면 웬만한 것은 다 실루엣으로 변한다.
사진을 단순화시키는 데 이보다 편한 건 없다.
특히 이곳엔 나무가 많아 일정 거리를 지나면 새로운 나뭇가지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나뭇가지의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늘공원 실루엣 -- 난지도의 角 

 

 

 

 

 

 

 

 

나목들의 실루엣 버라이어티 쇼 

 

 

 억새와 갈대를 잘라낸 하늘공원은 황량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공원은 그냥 평평하다.
황량하게 보이면서도 시원하게 펼쳐진 벌판이다.
가을엔 억새와 갈대로 물결친다고 한다. 한강변 공원들의 대주제는 ‘생태’인 듯하다.
계절이 바뀌면 한 번 더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계단에 번호를 매겨놓아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려준다.(291이 끝)

울타리 너머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생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초가지붕과 억새

입구의 인형구조물도 자연친화적 재료로 만든 듯

그리고 봄은 이렇게 조용히 찾아 오고 있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