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격지표들을 우리 신체와 비교한다면 금리는 혈압, 주가는 체중을 그리고 환율은 체력을 표상한다. 혈압이나 체중 같은 것이 적정 수준을 이탈하면 그 자체가 바로 건강의 적신호가 되고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체력도 아주 사용하지 않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쓰다보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금리, 주가, 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가 (경제상황에 비하여) 높거나 낮으면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과 위험이 잉태되기 쉽다. 그래서 경제사회의 혈압과 같은 금리가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일은 경제의 원활한 순환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금리가 경기안정 내지 경기진작 등 정책수단으로 남용되면, (시장)외부의 「보이는 손」에 의하여 금융시장 본래의 기능이 왜곡되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실물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다. 

  먼저, 금리가 경제상황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으면 금융경색이 일어나 경제의 순환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IMF 구제금융 사태이후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져 금리가 치솟으며 자금이 융통되지 않자 실물부문의 생산 활동도 움츠러들게 되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하였다. 고금리는 특히 담보가 부족한 신기술산업,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여 이들의 신규 시장진입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성장 동력을 잠식시킨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의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이윤이 커져 자본축적이 용이해진다. 그러나 사양산업,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쉽게 이어져 산업구조고도화가 지연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산업화 초기단계에서는 금융억압 환경 아래서 행해졌던 정책금융 등 초저금리에 의한 신용할당(credit rationing)이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대기업집단의 자본축적에 크게 기여하였다. 오늘날 우리사회를 괴롭히는 경제양극화 현상은 여기서부터 비롯되는 부작용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금리가 낮으면 자연 (가계)저축이 줄어들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내수부족 현상이 뒤따르게 된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저축동기가 상실되어 다가오고 있는 고령사회에서 고려장 버금가는 사회적 재앙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경제사회에서는 만약 어느 한 부분을 지원하거나 키우기 위하여 그 연결고리를 잘 못 이으면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다른 부분에서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기 마련이다.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금리가 적정수준을 이탈할 경우 그 효과보다 (특정 부분이 아닌 경제전체적으로) 그 역효과도 신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쉬운 예로 2000년대 중후반 한국경제를 신음하게 한 부동산 거품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은 저금리에 의한 과잉유동성이었다.

  “한 나라의 지성과 도덕적 수준이 높을수록 금리는 낮아진다.” 20세기 초 한계효용학파의 거장 뵘바베르크(Eugen von Bohm-Bawerk)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당시는 중상주의 환경아래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고 금리가 불로소득과 다름없는 일종의 지대(rent seeking)와 같은 기능을 하며 고금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에 경제사회에 대한 적절한 경구가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돈을 찍어 낼 수 있는 환경에서 과잉유동성이 경제를 교란하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국가 간 상호의존관계가 점점 커지는 세계화 시대에 이웃나라의 금융왜곡은 시차를 두고 다른 나라로 전이되어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되는 현상과 그 부작용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세상일수록 묘수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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