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선진국 수준으로 다가갈수록 (잠재)성장률은 차츰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 자본, 기술 같은 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였을 때, 즉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이룩할 수 있는 최적 성장률을 의미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다가가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게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자. 

 # 성장이 지속되면서 후발 개도국의 특권이랄 수 있는 기술이전 효과 즉 학습효과가 차츰 줄어들게 된다. 기술선진국들이 최첨단기술은 국가차원에서 보호 장벽을 높게 쌓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낙후기술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전하려 한다. 이웃 나라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추격해 와야 부품수출도 가능하고 완제품 소비시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초기단계에서는 큰 힘 안들이고 저급기술을 이전 받아 성장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다가갈수록 기술이전 장벽이 높아지고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하여야 하기 때문에 성장률은 차츰 낮아지기 마련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는 분해공학(reverse engineering)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 경제성장이 진행되면서 유휴노동력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개발초기에는 사실상의 실업인 잠재실업률이 높아 저임금 노동력이 무제한 공급되기 때문에 고성장이 가능하고 기업의 자본축적도 단기간에 형성된다. 좋은 예로 중국이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서쪽의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산업예비군 투입이 가능하여 연 15%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였다. 또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고 우리가 기술을 제공하면서 시장이 형성되면 초기단계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연 몇 십%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 신분이동 내지 신분상승 욕구에 따라, (한민족의) 우수한 노동력이 부지런히 일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절대빈곤상황을 벗어나면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려 한다. 생각건대, 너나 할 것 없이 살기 위하여, 더 잘 살기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지 일 자체를 취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얼마나 되겠는가?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 누구라도 개성이나 삶의 보람 같은 무엇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자연히 값싼 노동력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고 임금도 오르는 일이 당연하다. 그리고 좀 더 고급스러운 일 그리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성이다. 그러니 남이 하기 싫은 일에 대하여는 보다 나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허드렛일을 하기 좋아 취미 삼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고 착각할 경우, 갈등과 불화가 생겨나게 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잠재성장률 하락은 다른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도 불가피한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이미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소득에 비하여 행복지수가 낮다든지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는 사실은 성장보다는 성장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여야 한다는 값비싼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성장지상주의에 포위되어 성장의 속도에 연연하기 보다는 성장의 질 내지 성장의 내용을 충실히 하여야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덩치만 크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가계나 기업도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 가능했던 고성장 시대의 경제의식구조를 전환하여 저성장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불확실성과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다. 예컨대 과거와 같은 레버지리 운영을 지양하여야 한다. 정부에서도 주변 환경을 무시하고 고도성장에 연연할 경우 경제력 집중, 인플레이션 내지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같은 치명적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음을 주지하여야 한다. 성장률 그 자체보다 사회적 보상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립하고, 문화수준과 의식수준 향상을 통한 사회적 신뢰 관계를 높이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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