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시작할 즈음 나는 혼자서 카메라를 매고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면  불량배를 만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몰래 찍다 혼쭐 난 적도 있고,
보안상 문제로 군인들에게 필름을 뺏길 뻔한 적도 있었다.  
 
과거에는 길을 가다가 흥미를 끄는 피사체가 있으면 우선 카메라로 겨누어 봤다.
파인더를 들여다 본다고 해서 셔터를 다 누르는 것은 아니었다.
열 번 겨누면 2~3번 셔터 누를까 말까 였다.
그냥 찍어두자는 식으로는 사진을 하지 못했다. 필름 값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훈련을 많이 하다 보니 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지 않아도
어떻게 잡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자신이 잘 사용하는 렌즈에 대해서는.
 
一擊必殺의 각오로 사진을 찍었지만,
한 번 출사에 2통 정도 찍으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두 장밖에 못 건졌다. 
 
 사진은 수백 분의 1초, 수천 분의 1초와 같은 짧은 시간 내에 그려진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 그 짧은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일까?
  오랜 노력과 많은 고뇌가 투여된 결과이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절망에도 빠져 보고…
 
 우연히 사진이 잘 나올 수도 있다.
사진은 우연의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그러나 말대로 우연으로 얻은 사진이라면 그런 사진을 계속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등대에 카메라 가방을 내려 놓았다가 ... 쉽게 찍었지만 어렵게 포스트에 올렸다 

 외국작가 중 한 자리에서 사계절의 장면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가 먼저인지 몰라도 여러 사람을 보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진을 시도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이런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앞에 찍은 사진을 뽑아 들고 가서 현장에서 비교하며
같은 렌즈로 앵글을 맞추어 1년에 4번만 찍으면 된다.
결과물만 보았을 땐 그렇다.

그러나 이런 장소를 잡아서 사계절을 담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이 장소를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다.
그만큼 그 장소에 특별한 감정과 애정을 가지고 관찰했을 것이다.
그리고 촬영 시 광선 상태가 맘에 꼭 들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4번이 아니라 10여 차례는 갔어야 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사진을 찍을 때 마구 찍는다.
디지털 카메라의 역기능이다.
과거 필카 시절엔 셔터를 누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찍는다.
필름 값도 안 드니 막 찍다 보면 한 장 걸려 나오겠지 하는 생각…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에도 여느 예술에서처럼 작가의 혼이 들어가 있어야 된다.
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명확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후배의 사진을 보니 기록성, 재미성, 예술성, 다 감안을 해도, 왜 찍었는지 의도를 찾을 수 없었다.
“ 이 사진 왜 찍었어? ”하고 물으면
“ 예뻐서요 ”한다.
“ 그럼 네가 찍은 이 사진도 그 만큼 예쁘냐?”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이며 또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잘 가르치면 사진이 는다.
사진 초심자들에게 있어 문제는 표현력(술)이 느낌을 못 따라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간혹 사진도 예쁘다고 끝까지 우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가르치기 힘들다. 에고(ego)가 강하면 자신의 하는 일에 콩꺼풀이 씌워진다.

사람은 모든 사물이나 상황을 보면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느낌이 크면 감동을 받는다.
그 감동을 전달 내지 표현하고자 하는 의욕, 이것이 예술의 출발이고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문화, 예술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
이는 삶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다른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의도 했던 그 느낌이 전달되느냐 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엉뚱한 발상으로 셔터를 누를 때로 있다. 

모든 예술의 표현수단 중에 방법론적(도구)으로 가장 용이한 것이 사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 용이성만큼, 자신의 의도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진이다.
계획적으로 만들어내는 상업(목적)사진이 아닌 이상, 순수창작 사진은 강조나 과장이 다른 예술 장르보다 제한적이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사진을 보면 그 감흥이 더욱 특별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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