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쫓긴다는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사진을 게을리 하다가, 문뜩문뜩 ‘쌈빡한’ 사진을 찍으러 가야된다는 강박감에 휩싸인다…


 


몇 년 전부터 골프를 하기 시작했는데, 약 2년차까지는 틈틈이 인도어에 나가서 연습도 했지만, 그 이후엔 필드에 나가서 연습을 하는 꼴이 됐다. 주말 골퍼 주제에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최근에는 필드에 나가는 횟수도 줄어 빈둥거리다가 사람들이 불러주면 기어나가는 상황이다. 날짜가 잡혔으면 샷을 점검해보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마저 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필드에 나가면 과거 잘 맞았던 때만 기억하고 ‘오늘 왜 이러지?’ 한다. 이 말이 주말 골퍼들이 제일 즐겨 하는 말이란다. 그날만 그러는게 아니면서도..


 


 평소에 사진에 대한 구상이나 연구가 없는 채로 사진기만 덜렁 들고 나서면, ‘오늘 찍을 게 없네’라는 소리를 하게 된다.


 사진기를 들고 있지 않더라도 항상 사진을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특별히 먼 곳에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포털 사이트 같은 곳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의 좋은 사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때마다 반성과 더불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게 중에는 포토샵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진도 많긴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그게 큰 문제될 게 있겠는가?


 일상에 쫓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효율적으로 사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봤다.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지만 말이다. 사진이 우연의 예술이라 하지만, 우연도 노력하는 자에게만 온다. 또 노력하지 않는 자는 우연한 행운이 와도 그것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사진을 과거만큼 열심히 하지도 못하고 좋은 사진도 못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 그나마 찍은 사진을 버리지 않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른바 게으른 찍사의 사진 즐기는(버티는) 방법이다.


 

 


색상에 포인트를 둔 사진-- 부분촬영 함으로써 사진에 여운의 미를 살린다.


 


그것이 바로 ‘DSLR’카메라와 망원 줌렌즈(VR)의 결합’이다. 일반 똑딱이 카메라는 휴대가 편하긴 하지만, 화소수와 렌즈 해상도가 떨어져서 작품활동엔 지장이 있어, 렌즈교환이 되는 DSLR 카메라를 선택했다. 디지털은 필카의 현상 인화의 단계를 생략해주고 필름값을 삭감시켜주었다.


또한 망원렌즈는 사물을 자유로이 트리밍하게 해주어 특별한 상황이나 장면이 아니라도 그 일부를 잘라 표현함으로써 단순화된 이미지컷을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광선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나의 블로그 이름도 ‘렌즈가 잘라낸 세상’이고 포토로그 이름도 ‘빛의 조각들’이다.


 

   

칠포 바닷가 -- 망원렌즈로 트리밍을 하여 한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면 밖에는 정신 없을 정도의 인파가 있다.


성산 일출봉 -- 소나무가 외로워 보이지만 망원렌즈로 트리밍한 것. 화면 밖에는 많은 나무가 있다.


 


특히 줌렌즈는 그 자리에서 자유로이 트리밍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VR(vibration reduction ; 손 떨림 보정) 기능은 조금만 어두워져도 잘 흔들려 나오는 망원렌즈의 단점을 어느정도 보완해주어 번거롭게 삼각대를 펼치지 않아도 되게 했다. 이러한 조합과 방식은 많은 시간과 많은 발품을 절약하게 해주었다.


 


 

어두운 장소라 고속셔터를 사용할 수 없어 그냥 흔들어버렸다. 가지가 다 잘려나갔다.


 


문명의 이기에 편승하여 사진의 연을 이어가고 있어, 가장 긴 기간 동안 사용했던 필카와 표준렌즈의 결합 형태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못내 섭섭하면서도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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