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해가 뜨면 ‘호랑이 장가 간다’ ‘여우 시집 간다’… 이렇게들 이야기 한다. 그런데 눈 올 때 해가 뜨면? 북극곰이 장가 가나…

 

 10여 년 전 한참 슬라이드 필름에 ‘삘’이 박혀 있을 때쯤 지인들과 함께 장흥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겨울 새벽의 냉냉함과 아침의 따뜻함을 담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장흥엘 갔다.

색온도 차이 때문에 새벽엔 보는 것보다 푸르게 나오고 아침엔 다소 붉게(노랗게) 나온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는 자동으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주는 기능이 있어 그 느낌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수동으로 조정을 하면 더 강조를 시킬 수도 있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져(느낌으로) 손가락 감각이 없어지는 바람에 셔터를 찾을 수 없어 촬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타고 갔던 차 --- 차창에 붙은 수증기가 결정되서 얼 정도로 추웠다.

 

 어느 정도 촬영을 마친 후 얼어 있던 몸을 풀기 위해 새벽에 연 찻집 같은 곳을 찾으러 다니는데 마침 문을 연 집이 보였다. 차도 팔고 동동주 같은 것도 파는 집이었다. 불을 쬐면서 몸을 녹이고 나오니 벌써 환한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찾은 찻집--백열전구 빛은 실제보다 더욱 노랗게, 전체 분위기는 더 푸르게 나온다.

 

  눈이 올 때면 일반적으로 눈이 사진에 도움을 주기 보다는 사진을 다소 지저분하게 만들 경우가 많다. 또 어두운 날이나 밤에 눈 오는 것을 스트로보를 이용해 촬영을 하면 눈이 동글동글 환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원경이 어둡게 나오고 특히 가까이 내리는 눈송이가 스트로보 빛을 받아 화면을 가려 화면 대부분을 허옇게 만드는 수가 많다. 따라서 기념사진이라도 여러장을 찍어 운 좋은 사진을 골라내야 한다.

 동행자들은 이제 촬영은 글렀으니 아침부터 막걸리나 하자며 눈을 피해 다시 찻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근처에서 몇 장 더 찍을 요량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찻집 뒤쪽 너머 산 위로 해가 떴다. 순간 산 그림자를 배경으로 눈송이들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선녀님들이 내려주는 떡가루..’

 때 맞춰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도 역광을 같이 받아 조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었고, 초가지붕 역시 분위기에 맞게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이 작아서 눈송이가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이런 장면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해가 뜬 시간은 1~2분 남짓. 밖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본 동행자들이 황급히 카메라를 들고 나왔으나 해는 야박하게도 구름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였으면 그 자리에서 LCD 화면으로 더욱 놀려 줄 수 있었을 것인데… 그날은 이 사진 하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침부터 얼큰하게 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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