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ASA/DIN 100/21 negative daylight type”


이 말은, 24*36미리 프레임 사이즈로, 감광도(感光度)가, 미국 표준으로는 100 독일 표준으로는 21이며, 현상을 하면 흑백이나 색상이 거꾸로 나오는 주광(晝光)용 필름이라는 이야기다.


 이 필름이 과거 일반인들에겐 사진촬영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 필름이었다. 20~30년 전 ‘DP점’(DP&E ; Developing Printing & Enlarging)을 가면, 가게 주인은 용도와 상관 없이 이 필름을 줬다. 물론 코닥이냐, 후지냐, 사꾸라냐 하는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이 세가지 필름들은 포장색과 똑 같은 색상인 노란색, 녹색, 빨강색 표현을 각각 잘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필름의 포맷을 분류하는 숫자인 135는, 코닥에서 지금 형태의 필름(매거진)을 개발하면서 붙인 숫자에 불과하다. 필름의 폭이 35미리라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다면 120포맷(one twenty: ''''원퇴니''''로 발음 해줘야 된다)은 폭이 20미리라야 하는데 60미리가 넘지 않은가. 과거에는 통째로 넣었다가(drop in) 리와인드 하지 않고 그냥 빼내는 카트리지 필름(인스타메틱 카메라용)엔 126, 110포맷도 있었다. 


누구나 입문 초기에는 필름 넣는 것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필름을 걸쳐놓고 뚜껑만 닫으면 로딩이 되는 QL시스템 같은 것이 나오기도 했다. 필자의 경우도 초기에 필름을 잘못 넣어 필름이 헛도는 바람에 하루종일 고생한 것을 다 날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더 환장할 일은, 찍은 필름을 다시 넣어 찍는 경우다. 이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2롤에 찍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가 사라지는데, 몇 컷은 몇 일 동안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디지털 시대에는 그럴 일 하나도 없다. 딜리트 버튼을 잘못 누르지 않는 한… 그런데 이런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지울 땐 꼭 되묻지 않는가..


 


빛을 느끼는 민감도인 감광도는 ISO(국제표준규격)로 통일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전에는 ‘아사’(ASA;미국표준규격)로 불렀다. 독일의 입김도 강해서 독일표준규격인 DIN을 병기하기도 했다. 후지, 사꾸라 등 일제 필름은 JIS를 병기하기도 했으나 일본은 미국규격과 수치가 같았으므로 별 의미가 없었다.


감도가 높을수록 어두운 곳에서, 빠른 물체를 찍는데 유리하지만, 입자가 거칠어지고 콘트라스트가 약해지는 결점이 있었다.이후 90년대 들어서는 기술의 발달로 이를 보완, 필름의 중심이 ISO 100에서 200으로 바뀌어 가기도 했다.


이제는 디지털시대로, ISO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고, 촬영환경에 따라 ISO마저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대가 됐다.


 


필름에 어찌 네가티브만 있겠는가.. 슬라이드 또는 리버설(reversal ; 사진에서는 제대로 나오는 것을 거꾸로라 한다)이라고 부르는 포지티브 필름도 있다. 필자는 이 필름을 약 10년간 애용했다. 이 필름은 관용도가 낮다. 즉 안 봐준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네가티브 필름은 2~3스톱의 노출 과부족을 현상, 인화 과정에서 보정할 수 있지만, 슬라이드 필름은 0.5 스톱 정도밖에 안된다. 이 관용 없는 놈이 난 참 맘에 들었다. 필름값도 비싸고 아무데서나 팔지도 않고 현상도 충무로까지 나가서 해야 했던 번거러움이 있지만, 인화를 안 해도 되고, 찍은대로 나와서 좋고, 색감이 맘에 들었고, 보관하기 좋고, 인쇄하기 좋았다. 네가티브 필름을 동네 현상소 여러 군데에 맡겨 보라. 같은 필름이지만 모두 다른 색 내지 밝기로 뽑아놓을 것이다. 이 사실이 네가티브의 가장 네가티브한 현실이었다


슬라이드 현상 후엔 뷰박스에 필름을 올리고, 루페로 오만 인상 써가며 맘에 드는 사진만 골라서 마운트에 끼는 작업이 귀찮기도 했지만, 이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흑백 네가, 칼라 네가, 칼라 슬라이드...그리고 루페


 


색에도 온도가 있다. 피부로 느끼는 온도가 아니라, 눈으로 느끼는 온도다. 그런데 차고 따뜻함의 느낌이 기온과는 거꾸로다. 온도가 높으면, 푸른 기운이 돌고 낮으면 붉은 기운이 돈다.


밤하늘의 별이 여러가지 색을 띄는 것 역시 색온도 차이 때문이다. 태양광은 보통 6000캘빈도 정도인데, 일반용 필름(day light type)은 모두 여기에 맞춰져 있다. 스트로보(플래시)도 태양광 색온도에 맞춰져 있다.


색온도가 낮은 석양이나 백열전구 밑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붉게 나오고, 색온도가 높은 새벽이나 형광등 밑에서는 푸르게 나온다.


그래서 백열조명 밑에서 사용하는 텅스텐 타이프의 필름이 있다. 이 필름으로 백열조명 밑에서 찍으면 정상적인 색상이 나오지만, 태양광 밑에서 찍으면 푸르딩딩하게 나온다. 마치 블루필터를 쓴 것처럼. 나의 경우, 색온도 조절은 필름보다는 색필터를 이용하여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디카는 어떤가…… 화이트밸런스(WB)로 색온도를 맞춘다. 말 그대로 흰색이 희게 나오면 다른 색깔은 따라서 맞기 때문에 흰색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몇 단계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조차도 자동으로 놓고 찍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색이 좀 잘 못되더라도 포토샵 등의 사후작업으로 쉽게 보정이 되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런데 그만큼 사진도 재미 없어졌다.


 


현재 필카가 디카에게 유일하게 큰 소리칠 수 있는 것은 해상도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이제 디카가 곧 해상도도 뒤집을 기세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필름 유제개발에 뼈빠지게 노력했던 회사들은 ‘닭杆던 개 지붕 쳐다보기’ 처지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회사들도 결국 필름 개발보다는 디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니꼽지겠만 어떻게 하겠는가……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을…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