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125에 8, 그늘 또는 흐린 날엔 60에 5.6.


처음 카메라를 접했을 때 아버지가 나에게 알려준 카메라의 기본이었다.


적정 노출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맑은 날엔 셔터스피드 1/125초에 조리개 수치 8에 놓고 찍고, 그늘이나 흐린 날엔 셔터스피드 1/60초에 조리개 수치 5.6에 놓고 찍으라는 말이다.


과거 125에 8, 60에 5.6 같은 셔터와 조리개의 결합은 현재 디카에서 P라는 자동노출모드가 제시하는 수치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흔들림도 어느 정도 방지하는 셔터스피드와 포커싱에 무리 없는 조리개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1초는 사진에 있어 매우 느린 시간이다. 군대말로 ‘집에도 갔다 올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셔터스피드는 1/60~1/500초 정도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데 흔들리지 않게 찍으려면 당연 빠른 셔터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면 들고 찍을 수 있는 한계는 얼마일까. 그건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 다르다. 망원렌즈일수록 흔들림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렌즈의 초점거리 분의 1초’가 들고 찍을 수 있는 한계라고 말한다. 이보다 느린 셔터에서는 삼각대를 놓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표준렌즈는 1/50초까지, 200미리는 1/200초까지 들고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큐걸이’에 따라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겠다. 어쩔 수 없이 슬로셔터로 들고 찍을 경우에는 사격하듯이 ‘숨을 멈추고, 긴장을 풀고, 방아쇠 1단..2단’ 이런 식으로 여러 장 찍어 고르면 된다. 필자는 이런 연습 덕분에 군대에서 사격을 잘했다. 요즘은 흔들림을 방지해주는 렌즈(VR)가 개발되어 한계보다 2~3스톱 느린 셔터까지 촬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 1, 2, 4, 8, 15, 30, 60, 125, 250, 500, 1000, 2000 … 셔터스피드 숫자들이다. 1스톱에 빛의 양은 2배씩이다. 지금은 한 단계를 2~3으로 쪼개놔서 이 수치들은 의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1.4, 2, 2.8, 4, 5.6, 8, 11, 16, 22… 이 것은 조리개 숫자다. 셔터스피드(시간)는 1차원, 조리개는 면적이므로 2차원이다. 따라서 한 스톱 수치가 한 칸 걸러서 2배로 오르는 수열이다. 이 숫자 역시 요즘은 큰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맑은 날 125에 8이라는 숫자가 절대적 노출 수치일까? 당연히 아니다. 조리개 수치를 한 스톱 넓게 해주면 2배로 빛의 양이 많아지므로 셔터스피드를 한 스톱 빨리 해주면 노출량은 똑같아진다. 즉 250에 5.6과 같은 노출이고 반대로 60에 11과도 같은 노출이 된다. 비유컨대, 면적이 1인 파이프를 통해 4초 동안 받은 물의 양과 면적이 2인 파이프를 통해 2초 동안 받은 물의 양은 같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노출인데 굳이 바꿔가며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리개의 넓이에 따라 피사계 심도(被寫界深度 ; depth of field)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리개가 열리면 심도가 얕아지고, 닫히면 깊어진다. 미미하지만, 콘트라스트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중학교 시절 이 원리를 배우고 나서 확인해 보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당시 가장 찍고 싶었던 사진 중의 하나가 배경이 뭉개진(out focus) 사진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는 28미리 광각렌즈가 달린 하프사이즈 카메라(캐논 EE17)였다. 대충 찍으면 대충 나오는 카메라였다. 그래도 다른 하프사이즈 카메라와 달리 거리, 조리개 셔터스피드를 맞춰 찍어야 하는 카메라였다. 야외에서 아웃포커스를 시도해봤으나 번번히 실패를 했고, 결국 조리개를 완전 개방할 수 있는 어두운 실내에서 이것을 미약하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심도가 얕은 사진의 조건은 조리개 개방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두번째 조건은 렌즈다. 같은 조리개라 할지라도 망원일수록 심도가 낮다. 그래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배경을 날려버리는 것이 인물을 살리기 좋다. 중학교 당시 광각렌즈로 시도를 했으니 잘될 턱이 없었다.


 

    

좌측 35mm, 우측 200mm 렌즈---초점거리에 따라 배경의 흐림 정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원근감도 주목)


 


세번째는 피사체와의 거리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는 얕아진다. 한 예로, 조리개를 완전 개방하여 인물의 상반신을 찍었을 때 인물과 배경이 분리되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얼굴 일부만 찍을 때는 코끝에 핀 맞추면 눈은 흐릿하게 나올 수 있다.  


이 원리의 연장선에서 한가지 팁! 핀트 맞은 지점에서 앞뒤로 핀트 맞는(엄격하게 이야기해서, 맞아 보이는) 범위는 앞쪽으로 1, 뒤로 2이다. 예를 들어 계단에서 4열 횡대로 앉은 사람들의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2번째 줄에 핀트를 맞춰야 전체적으로 핀트가 잘 맞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좌측 15초 f36, 우측1/2초 f5.6 --- 접근한 경우 심도는 더 낮아진다


 


 


 

 


표준렌즈 이상의 초점 거리에서 조명도 어두운 상태에서 접근을 시도하면 자동으로 심도가 얕아진다


 


 


디카에는 여러 자동모드가 있는데, P(program)모드는 적정한 노출과 적절한 셔터와 조리개의 조합을 찾아낸다. 생각하기 싫고 막 누를 때 사용하면 되겠다.


S(shutter우선)모드는 셔터스피드를 정해주면 여기에 맞는 조리개 숫자를 찾아내는 모드인데, 빠른 물체 등을 찍을 때 흔들림 방지를 우선으로 할 경우 유용하다.


 A(aperture ; 조리개 우선)모드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피사계 심도를 고려할 때 사용하는 자동모드다. 심도를 얕게 하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열고, 반대로 깊게 하고자 할 때 닫으면 된다. 그러면 적정 노출에 맞는 셔터스피드를 찾아낸다. 아주 쉬워졌다. 물론 상황에 맞지 않게 지나친 요구를 하면 카메라가 촬영을 거절할 수도 있다.


찍기 전에 눈으로 어디까지 핀트가 맞아 보이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는 (D)SLR카메라에서만 가능한데, 보통 파인더상으로 보이는 상은 조리개가 완전 개방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찍는 순간 조여짐)이어서, 실제로 찍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마운트(렌즈 꽂는 곳) 주변에 조리개를 줄이는 레버 내지 버튼이 있다. 이것을 누르면 세팅된 조리개 수치에 맞게 조리개가 조여지는데, 화면이 어두어지긴 해도 실제로 어디까지 뚜렷하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학창시절,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친구가 있으면 항상 피사계 심도는 아는지 물어보곤 했다. 이것은 지금도 사진에 입문을 했는지를 확인하려면 이걸 묻곤 한다. 이는 디지털시대에도 상관없이 중요한 사진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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