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힘들면 하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 가듯,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하다. 요즘 같아선 사무실 근처에 있는 중고서점 <알라딘>이 그런 곳이다. 여기저기 손 때 묻은 흔적이 왠지 모를 위안을 준다. 책 냄새도 싫지 않을 만큼 진하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애착이 가는 곳이다. 인문학 코너를 서성이다 붉은색 표지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도 확인하지 않고 책 중반부를 넘겼다. <큰 강은 소리 내며 흐르지 않는다>는 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10여 페이지를 읽어 나갔다. 마음을 빼앗긴 탓이다. 커피 한잔을 시켰다. 그리고 매장 내에 비치된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갈 만큼 몰입되고 말았다.

“작은 개천이나 도랑물 흐르는 소리는 사람들의 밤잠을 깨우기도 하지만, 한강처럼 큰 강물 흐르는 소리에 잠을 깨는 사람은 없다. 작은 것은 소리를 내지만 큰 것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군자는 군소리를 하지 않는다. 말이 많은 자는 지혜가 부족하여 속이 허한 소인배인 것이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도, 조금만 거슬린다 싶으면 대 놓고 따지거나 투덜거린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과신한 탓인지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는 법이 없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나면, 반드시 소리를 낸다. 상대가 상사인 경우엔 투덜거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제하며 따라주지 않은 것을 비방한다. 심지어는 내편과 네 편을 가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자주 노출되다 보니 그에 대한 들의 평엔 공통점이 있다

‘얻어먹는 커피는 비싼 것으로 주문하고, 사는 커피는 저렴한 것으로 주문한다’

‘순수한 의도로 밥을 사는 일은 절대 없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별 일도 아닌데, 혼자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가르쳤다는 말을 달고 산다’

‘셈이 많아서 작은 지적도 파르르 한다’

글을 접하는 순간 떠오른 사람의 이미지다. 그릇의 크기는 담을 수 있는 양을 결정한다. 욕심 많은 사람은 자신의 그릇보다 많이 담으려고 애쓴다. 제대로 담기지 못한 것들은 이동하는 중에 사방팔방으로 떨어진다. 크고 작은 소리를 내는 이유다. 반면에 큰 그릇은 많이 담아 옮겨도 떨어지는 것이 없다. 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다. 그릇의 크기는 그 사람의 도량을 뜻하는 비유로 인용되곤 한다. 도량이 큰 사람은 소소한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때문에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도량이 작으면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말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득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됨됨이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과 행동은 사람의 격(格_가지치기 한 나무처럼 잘 다듬어진 사람의 인성이나 인격)을 판단하는 특별한 잣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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