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가 된 뒤로, 아침드라마 보는 재미에 산다는 친구의 말에 혹해서 아주 오랜만에 TV앞에 앉았습니다. 요즘 드라마는 앞에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시청률도 올라가고 광고주가도 올라간다지요. 그에 걸맞게 아침드라마도 출생의 비밀이나 여러 문제들이 얽히고설킨 구성으로 되어 있더군요. 한 가지 좋은 점은 이미 방송분량이 꽤 되는데도 줄거리 파악이 쉽게 된다는 거. 드라마가 다 어디서 본 듯한 그렇고 그런 내용 이라서요.

젊은 여자 연예인이 병실에 입원해있는 장면으로 시작된 드라마를 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눈도 못 뜨는 환자가 아이라인이며, 마스카라까지 풀메이크업을 하고 누워있더라구요. 감추고 싶은 잡티라도 있었나봅니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나오고 싶은 그 마음은 알겠지만 좀 환자다운 모습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개발되는 고화질TV가 여배우들에겐 ‘공공의 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있는 모습 그대로 세상에 노출되는 걸 꺼리는게 어디 여배우들 뿐 이겠습니까. 우리도 많은 치장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외모만이 아니라,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아파도 안 아픈 척 포장하며 속을 보이지 않습니다. 척하며 살아도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으니 그대로 익숙해 집니다. 척을 잘하면 사람들에게 더 각광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사는 건 좀 피곤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속 시원히 통하는 사이는 못됩니다. 그래서 속까지 통하는 사이가 그립습니다.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난 뒤 맨얼굴의 개운함처럼, 포장하지 않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이. 포장하지 않은 나를 좋아해줄 그런 사이가 말입니다.

그런 사이는 거의 가족이거나 친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와도 그런 사이가 되지 않는다면, 좀 돌아 보셔야겠습니다. 어디서 막혀있는지, 점검 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있는 모습 그대로 정말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편한 걸 하찮은 걸로 아시면 큰 착각입니다.

가끔은 저도 그런 착각 속에 빠지긴 합니다만..

김윤숙의 행복 테라피 <김윤숙 coool6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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