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에요!”

“응~ 그래 잘 있었냐?”

“네”

“어째 목소리가 안 좋다. 어디 아프냐?”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뇨!”해봅니다.

“일이 잘 안 되는 모양이네. 그렇다고 너무 속 끓이지 말어!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거지. 너 좋아하는 나박김치 좀 담아주랴?”

며칠 전, 친정에 안부전화 드린 게 오히려 안부전화를 받은 듯 합니다. 엄마는 제 목소리만 듣고도 복잡한 제 심정을 다 꿰시는 게, 속일수가 없습니다. 차로 세 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데도 엄마의 촉수는 항상 이쪽에 와 있나봅니다.

젊어서는 월남치마 두 개로 사계절을 나신 알뜰한 엄마.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지금도 그걸 제일 잘 만드시는 엄마. 겉으로는 속 끓이지 말라고 자식을 위로하시면서, 속으로는 자식보다 더 속 끓이시는 엄마. 한 번도 엄마를 위해 뭘 갖고 싶으신 게 없으셨던 엄마. 손 한번 잡아드리면 세상을 다가진 듯 행복해 하시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아주 오랜만에 편지를 써봅니다. 눈이 잘 안보이시니 굵은 싸인펜으로 적어 내려갑니다. 『엄마~ 자식들 공부 잘하는 게 그렇게 큰 기쁨인줄 알았다면, 어렸을 때 공부 열심히 할걸 그랬어요. 자식들 웃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은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웃어 보일 걸 그랬어요. 자식들 싸우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보기 싫은 모습인줄 알았다면, 언니  오빠하고 싸우지 말 걸 그랬어요. 엄마~ 그래서 많이 죄송합니다! 그리고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약국에 들러 영양제 한통을 샀습니다. 편지와 함께 택배를 보내려 우체국으로 향하면서, 선물을 받고 좋아하실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나 흐뭇합니다. 분명히 엄마는 괜한 돈 썼다며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하실 겁니다. 그러면서 아껴 드실 영양제가 엄마에게 힘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어쩜, 싸인펜으로 꾹꾹 눌러쓴 딸의 편지에 더 힘이 나실 지도 모르지요.

“편지 잘 받았다! 영양제는 뭐 하러 샀냐? 돈 쓸 일도 많은디~. 담 부턴 돈쓰지 마라!” 역시나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내 족집게 실력도 엄마 못지않음에 웃어 봅니다. “그리고,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냐! 너는 니가 할 효도 다했다. 그런 생각 말어!” 에구, 코 끝이 찡해 옵니다. 저는 엄마 같은 엄마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멀어도 너~무 멀었습니다.

김윤숙의 행복 테라피 <김윤숙 coool6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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