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프롤로그>
인생의 고단한 길목에서 누군가 허물을 덮어주고 대가 없는 친절을 베풀 때 그 사람은 크게 감동하게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화<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에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모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하룻밤 신세를 진 성당의 신부님에게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친절과 환대를 경험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렇듯 대가 없는 사랑은 어떤 악인도 천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인들도 서로 대가 없는 친절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살맛 나는 곳이 될 것이다. 해바라기가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래와 함께 있는 것/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노래처럼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레미제라블:불후의 명작 <노트르담 드 파리>를 쓴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무려 17년의 기간을 통해 만든 작품으로, 역사/사회/철학 /종교/인간사의 모든 것을 축약한 세기의 걸작이다. 소설< 레미제라블>을 바탕으로 1980년에 뮤지컬이 제작되었고 지금까지 40년이 넘게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오페라의 유령>, < 캣츠>, < 미스사이공> 등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힌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영화 줄거리 요약>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의 패배로 암울했던 프랑스, 굶주리는 일곱 조카를 부양하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 분)은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박해를 받다가 가석방된다. 하지만 출소 후 배척과 멸시로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그는 우연히 성당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은 식기를 훔쳐 달아나던 장발장이 경찰에 의해 다시 붙잡혀 성당으로 돌아오자 미리엘 주교는 그를 감싸며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이 사건으로 장발장은 새로운 삶을 결심하고 정체를 숨기고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시장의 역할까지 맡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의 회사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나 길거리에서 몸을 팔게 된 비운의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 분)과 마주치게 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판틴은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를 장발장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만나기도 전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 분)는 장발장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려, 오래된 누명으로 다시 체포된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아 탈옥을 감행하여 테나르디 부부의 여관에서 혹사당하던 코제트를 구해낸다. 둘은 한때 장발장이 구해주었던 포슐르방 노인의 도움으로 픽퓌스 수도원에서 숨어지내지만, 코제트가 프랑스 혁명군의 학생 혁명가 마리우스(에디 레디메인 분)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장발장은 마지막 용기를 내게 된다. 모든 임무가 완성된 날 그는 코제트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기 위해 홀연히 떠나 수도원에서 마지막 임종을 맞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관전 포인트>
A.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32년 프랑스 6월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830년 7월 혁명이 있었지만, 왕정은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에 상공 시민층과 노동자들이 선거권 확대를 요구하며 혁명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군에 진압당한 실패한 봉기였다. 이에 훗날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영화 속 거대한 바리케이드는 마침내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을 상징하며, 왕정의 붕괴를 넘어 자신의 권리를 평화롭게 주장할 수 있는 선거권을 쟁취하게 된다.

B. 혁명군들이 만든 바리케이드의 상징은?
막강한 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해 혁명군들은 시민들에게 가구들을 던져줄 것을 요청하여 바리케이드를 만든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가구와 가재도구를 던져주어 혁명군들을 돕지만, 전세가 역전되자 그들은 문을 닫고 외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혁명군들의 피는 헛되지 않고 훗날 대혁명의 불씨가 된다.

C. 허물을 덮어주는 아름다운 행동으로 세상을 바뀌게 한 일들은?
영화<레미제라블>에서는 크고 작은 친절과 배려가 사람과 세상을 바꾸게 하는 원동력을 만들게 된다.
@장발장이 마차에 깔린 노인을 구하는 행동: 자신의 죄수 신분을 숨기고 시장으로 성실하게 살던 장발장은 마차에 깔려 죽어가던 노인을 구해냄으로써 사람은 살렸지만 결국 자신을 추적하던 자베르 경감에게 들켜 위기를 맞게 된다.
@창녀 판틴을 구해내는 일: 한 때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던 판틴이 모함으로 길에서 몸을 파는 여인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을  구해내어, 그녀의 딸 코제트를 보호할 것을 약속하여 행복한 임종을 맞게 도와준다.
@자신 대신 장발장으로 몰린 사람을 구해주는 행동: 자신과 비슷한 용모를 지닌 상마튜가 재판정에 선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다가 자신이 진짜 장발장임을 밝히고 다시 도형장에 끌려가지만, 코제트를 구하기 위해 극적으로 탈출하게 된다.
@포로가 된 자베트 경감을 살려주는 행동: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괴롭히던 자베르 경감이 혁명군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닥치자, 장발장은 복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는  “난 자네를 전혀 원망하지 않아 자넨 주어진 의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그를 풀어주자, 악마 같던 자베르도 마침내 회개하게 된다.
@학생혁명투사 마리우스를 구하는 행동: 딸인 코제트가 사랑하는 청년 마리우스를 구해 코제트가 행복한 여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마리우스를 구한다.
@딸의 행복을 위해 떠나는 행동: 장발장은 떠나면서 마리우스에게 “코제트가 내가 누구인지 알면 가슴이 무너질걸세, 내가 잡히면 코제트는 창피를 당할 거야. 아주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 전해주게”라며 마지막까지 코제트의 행복을 빌며 수도원으로 들어가 임종을 맞게 된다. 이때 나타난 판틴의 영혼은 장발장에게 “당신을 결박하지 않는 곳으로 함께 가요”라며 고통의 삶을 살았던 장발장에게 영원한 안식의 길을 열어준다.

D. 혁명군 대장 앙졸라가 마리우스의 사랑을 반대한 이유는?
오직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앙졸라는 사랑에 빠진 마리우스에게 “혁명이 부잣집 도련님들의 게임인가? 우린 더 큰 목표를 이루어야 해, 개인의 삶 따윈 중요치 않아”라며 비난하지만, 운명의 만남으로 코제트와 사랑에 빠진 마리우스는 사랑도 혁명만큼이나 중요한 인간의 실체라고 생각하고 코제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

E. 자베르가 끝까지 장발장을 추적하는 이유는?
자신도 교도소에서 범죄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자베르는 법과 제도를 맹신하며 정의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 “나는 하나님의 길을 간다, 악마처럼 타락한 자는 지옥에서 불타리라, 타락한 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해”라며 악착같이 장발장을 추적한다. 하지만 장발장의 숭고한 인간미를 보며 회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된다.

F. 영화 속 프랑스 시민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은?
빈부 간의 격차가 심하고 참정권이 일부에게 제한되던 프랑스 시민들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특히 환경시설이 미흡해 전염병이 만연했고, 개인위생을 위한 제품들이 대중화되지 못해 병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같이 발전된 의약품과 화학제품이 개발되었음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위험이 시민들을 생활을 위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에필로그>
누군가에게서 대가 없는 도움을 받는 순간 그 사람은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2000>에서 어린 소년의 착한 행동 하나가 세상에 환한 빛을 선물하고, 영화<미션(The Mission), 1986>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살인자 멘도자를 구원하듯 말이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한순간의 잘못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면서 평범하지만 선하게 기억되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죄수 장발장에게 친절을 베풀어 사회의 천사로 만든 주교 같은 ‘행복을 주는 사람’이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그런 아름다운 날을 기대하게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