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밤 11시 이후 주점 영업 여부를 놓고 국가적 논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 허용 여부로 대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이 정작 대낮 정규수업시간에는 엎드려 잠을 자거나 쉰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울지도 못하고 웃을 수도 없는 풍경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말 믿기 싫은 이 일그러진 진실 말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의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남을 가르치다 잘못하면 잡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범죄교사(犯罪敎唆)도 아니고 지식의 전달이 때와 방법에 따라서는 금지되었다. 그악한 우리나라 교육 실상을 모르는 이들한테는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무엇을 배우는 것이 죄가 될 수 있어 숨어서 몰래하는 해괴한 일이 지구 역사상 얼마나 있었던가?



  알폰스 도오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프러시아 점령지가 된 알사스 지방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배우지 못하게 되는 장면을 읽으며 많은 이들이 안쓰러워했을 것이다.   “조선어가 살아 있는 한 조선을 영원한 노예를 만들 수 없다” 면서 일제가 조선어를 원천적으로 말살하기 위해 학교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를 쓰도록 강요하였다. 조선 사람들이 모국어 조선어를 지키겠다고 그들 몰래 연구하다가 끌려가 두 분이 옥사(獄死)하는 등 해방 때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초죽음을 당한 사건이 조선어학회 사건이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교육계가 구겨지고 얼룩져 있다는 기사로 가득하다.  교육이야말로 국가백년대계의 으뜸이며 경제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자원이 국가경쟁력의 거의 전부인 나라에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교육현장이 이렇게 멍들어간다면, 어느 시점에 가서 성장잠재력이 급격하게 저하될 우려도 있다.  (그래도 한편으로 안도가 되는 것은 물의를 빚은 교직자 대부분이 교육행정직으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진정한 의미의 스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깊고 붉은 상처는 비단 교육계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 장기간 누적되어온 사회병리현상 때문이다.



   # 적 치하에서, 적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자가, 적이 몰려간 뒤에도 눈을 부릅뜨고 멀쩡한 사람들을 혼내 주는 그 희극적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는지 모른다.
    # 배부른 게 제일이지 더 무엇이 필요하냐? 면서 반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리저리 곡예를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사회풍토가 스승들까지도 비틀거리게 하였는가 보다.
   # 남북으로 동강난 나라에서, 동서로 쪼개져 싫어하고, 좌우로 엇갈려 미워하고, 빈부로 나뉘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보고서, 자기들도 편을 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육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교육문제가 나올 때마다 뇌리에 떠오르는 귀절은 안중근(아명 응칠)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여순 감옥에 갇혀 있는 아들에게 쓴 편지다. 안의사 감방을 감시하던 헌병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가 감동하여 그의 일기장에 기록해두었다고 한다.
   "응칠아!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우리 동포 모두의 분노를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살려고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말고 그냥 억울하게 죽어야 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너를 일본정부에서 살려 줄 리가 있겠느냐? 기왕에 죽을 거면 항소니 상고니 하며 살려고 몸부림치는 인상을 적에게 남길 필요 없다. 혹시 늙은 에미를 남겨놓고 네가 먼저 죽는 것이 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망설일까 일러둔다." 
   이처럼 가슴을 저미는 교훈이 한국 사람들 가슴 속에 전해져 내려 왔기에, 오늘날 밴쿠버 하늘에 태극기도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우리경제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바탕을 배양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승의 기도/ 오천석
  "교사의 자리를 이용하여 어린이를 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지 않게 하여 주시며,
교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협력자요,
동반자임을 잊지 않게 하여 주시고, 그의 올바른 성장이 곧 저의 영광임을 기억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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