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관심 갈구 시대!
<프롤로그>
현대사회가 초연결 사회로 가고 있지만,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기에, 그러한 관심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어떤 모험과 비용도 감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관심에 대한 집착은 자아의 파괴를 가져와 결국 타의에 의해 자신의 삶을 평가당하는 왜곡된 심리적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영화<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에서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난 소녀는 범죄집단의 희생양이 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소외된 병사는 영웅 심리에 빠져 관심 인물로 인정받고 싶어 일탈을 꿈꾼다. 비대면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현대인들은 깊은 고독감에 방황할 수 있다. 이때 열정적으로 일하고 성숙한 사랑을 통해 건강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며 행복한 인생을 완성해 나가자.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관심 갈구 시대!
<영화 줄거리 요약>
월남전 참전 후유증으로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트래비스 비클(로버트 드 니로 분)은 심야 택시 운전사로 취업하게 된다. 평소 그는 “짐승들은 밤에 활동을 시작한다”라며 뉴욕의 어두운 현실을 혐오한다. 여가시간에는 성인영화관을 찾아 시간을 보내던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인 팰런타인의 선거운동원이던 천사같은 여인 베시(시빌 셰퍼드 분)에게 첫눈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트래비스는 그녀를 성인영화관으로 데려가는 실수를 하고, 이에 베시가 크게 화를 내며 떠난다.

이 사건으로 트래비스는 점차 사람과 사회에서 더욱 소외당하게 되고, 깊은 고독감으로 인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그는 권총 4정을 사서 휴대하고 다니다가 단골 편의점에서 마주친 권총 강도를 살해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중적인 사회적 강자인 팰런타인 후보의 암살을 시도하고, 밤거리에서 몸을 파는 어린 소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 분)를 감금하고 매춘을 시키는 유명 갱단의 포주와 행동대원 3명을 살해한다. 이후 “갱단을 물리친 택시 운전사”로 뉴욕의 영웅으로 신문에 등장한다.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트래비스는 시민영웅으로써 만인의 관심을 받게 되고, 아이리스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정신이상적 증세에 의해 이루어진 이 사건은 실제로 소외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비정상적인 시민의 관심 집착 사건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1976년 같은 해에 개봉한 아빌 드센 감독의 <록키>가 큰 인기를 얻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역작인 이 영화가 수상하지 못했지만,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관심 갈구 시대!
<관전 포인트>
A. 트래비스가 사회에 대한 반감이 가득했던 이유는?
승전한 세계 2차 세계대전과 달리, 패전한 월남전에서 돌아온 그에게 사람들은 아무런 칭찬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사실상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회는 인간쓰레기들로 가득 찼다는 생각”을 가지고 폭력적으로 사회에 대항해 나가겠다고 마음먹는다. 특히 자신을 거부한 여인 ‘베시’가 대통령 선거운동원으로 있는 ‘팰런타인’후보를 저격하려다 실패 후, 거리에서 만난 ‘아이리스’라는 창녀를 잡고 있던 ‘매튜’와 포주들을 처단하고 언론의 관심을 받는 영웅으로 주목받는 엽기적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B. 트래비스가 최초로 저지른 살인은?
자신이 좋아하던 여인 베시에게 거절당하고 난 뒤, 트래비스는 “그녀도 차갑고 냉정한 인간 중 하나였다”라고 생각하고 더욱 큰 외로움과 좌절감에 권총 4자루를 산 뒤 몸도 단련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 편의점에 무장강도가 들어와 주인을 협박하자, 트래비스는 무장강도를 살해한다. 이에 주인은 자신이 처리한 것으로 하겠다며 트래비스를 돌려보낸다. 그 이후 트래비스는 아이리스에게 새 출발을 당부하는 편지와 우편으로 돈을 보낸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전쟁을 위하여 머리를 모히칸 인디언식으로 삭발한다.

C. 조디 포스터는 어떤 배우인가?
어린 매춘부로 등장한 이이리스 역의 조디 포스터는 실제로 14세에 이 영화에 캐스팅되어 아역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미국 배우다. 영화<피고인, 1988>과<양들의침묵, 1991>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 이후에도 <넬, 1994>, <콘택트, 1997>같은 영화에서 두각은 나타내기도 했다.

D. 이 영화와 비슷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는?
영화<조커, 2019>의 주인공 아서도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회의 소외와 멸시 속에 점차 정신이 이상해져 살인을 일삼는 범죄의 괴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이 모습이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와 닮았다.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택시 드라이버와 조커 같은 절망감, 피해망상, 분노가 가득 찬 사람들이 범죄자로 변질하기 전에 사회적인 반성과 치유의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 트래비스가 대통령 후보를 암살대상으로 삼았던 이유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인들의 자존감은 크게 떨어졌고,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는 등 정치적인 면에서도 부패가 심해진다. 평소 자기 삶이 주인이 되지 못한  현실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던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를 암살함으로써 소외된 자신의 존재감을 살리고, 뭔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확인받고 싶어 사건을 결행하게 되지만, 경호원들에게 발각되자 바로 쉽게 처치할 수 있는 갱단의 소굴로 가서 그들을 살해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관심 갈구 시대!
<에필로그>
모든 미디어 채널에 나오는 출연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어 많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다. 심지어 “플렉스(flex:자신의 화려한 일상을 자랑질) 해 버렸지 뭐야”는 말까지 하면서 겸손보다는 자기 과시까지 드러낸다. 그러나 실상, 과도한 자신의 표출은 자신을 왜곡하여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제3의 인물로 변질할 수 있다. 성숙한 정체성의 완성을 위해서는 지적, 정신적 통찰을 통한 인간미 있는 인격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피곤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과 행복관에 맞는 빛나는 삶의 시간을 완성해 나가면 몸과 마음이 편한 진정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