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경험으로 보아 세상살이가 힘들거나 무엇인가 불안해지면  기복신앙 내지 무속이 판을 치게 된다. 역으로 종교가 타락하게 되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지도 모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역술인은 무려 50만 명 이상으로, 소위 운세산업의 시장규모는 4~5조원 규모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운명 또는 운세와 관련된 두어 가지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 조선 숙종 때 큰 가뭄이 거듭되어 백성들의 삶은 글자 그대로 도탄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게다가 임금의 심성이 팥죽 끓듯 조석으로 변하고, 서인, 남인 그리고 노론, 소론간의 사생결단이 그치지 않아 벼슬아치 어느 누구도 하루아침에 대역죄인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살았다. 경신대출척, 기사환국, 갑술옥사, 무고의 옥  따위, 숱한 정변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세상에서 자연히 풍수지리는 물론 갖가지 무속(巫俗)이 창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길흉화복이 조상의 묘자리에 있다고 믿는 엉뚱한 자들이 무덤을 사고팔고 하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러니 미련하고 욕심 많은 자식을 둔 부모들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해골이 되어 이산 저산으로 떠 다니는 끔직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 당시 숙종의 세 번째 장인 경은부원군 김주신은 “이사하듯 묘지를 하도 옮겨서 웬만한 산들은 온전한 것이 없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하늘이 선과 악의 구분 없이 화와 복을 내렸다 하더라도, 어찌 한 줌 흙이 운세를 바꿀 수 있겠는가?” 하고 개탄하였다.(“葬說”, 명당설의 허실, 박소동 옮김)



   # 백범 선생은 소싯적 과거 시험의 갖가지 악폐와 부정을 보고, 입신양명을 포기, 관상공부를 시작하였다. 스스로 자신의 관상을 보니 온통 천격(賤格), 빈격(賓格), 흉격(凶格)이어서 한 때는 심한 비관에 빠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라는 서경(書經)의 글을 보고 내적 수양을 다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백범일지에 적고 있다. 그처럼 큰 인물이 된 동기는 관상이 나빴기 때문이라는 역설 아닌 역설이 성립한다.



  논어에서 “군자는 점을 치지 않는다.”라고 하였는데, 나는 군자도 아니고 감히 운이니 사주를 논할 그릇이 못된다. 하지만「사주팔자」중에서 으뜸으로 중요하다는 수명과 재물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1920년대 후반에 이르러 33.7세였다고 한다.(수학사회학지 ; 인하대 구자홍). 지금은 80세를 넘어가고 있어 80여년 만에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난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명은 늘어나고 있고, 불원간에 100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수명 운이 세월이 흐르면서 자꾸 좋아진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살기 어렵다 하여도 지금 우리나라 보통사람들도 조선시대의 임금님보다 훨씬 더 큰 물질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의 재운이 옛날사람보다 엄청나게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재물이 풍부해지는 것을 어떻게 사주팔자나 관상, 풍수로 풀이할 수 있겠는가?
 
   이솝 이야기 “소몰이꾼과 헤라클레스”를 되돌아보자. 소몰이꾼이 도랑에 빠진 짐수레를 자기 힘으로 건져낼 노력은 하지 않고 신들 가운데 그가 특별히 존경하는 헤라클레스만을 찾았다. 헤라클레스가 소몰이꾼 앞에 나나타서 이렇게 말했다. “먼저 네 손으로 수레바퀴를 힘껏 밀고 소에 채찍질을 해라. 네 자신 스스로 힘쓰지 않는다면, 아예 신에게 기도도 하지 마라. 노력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신을 찾아도 헛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저 유명한 경구는 아마도 이 우화에서 따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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