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속 말춤이 미대륙을 찍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올 모양입니다.  세계적으로 불어난 인기와 유명세를 치르느라 싸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두툼한 배가 호~올쭉 해 지지 않을까 싶네요.  가사도, 리듬도, 뮤비도 하나같이 재미있는 게 인기 비결입니다.  그런데 가사 속 '오빠' 대신에 다른 단어가 들어갔으면 어땠을까요.  ‘우린 강남스타일’ ‘김대리는 강남스타일’이었다면 스타일 구겼겠죠.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외국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노래 속 ‘오빠’라는 말의 뉘앙스를 아는지 궁금하네요.  뜬금없이.



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오빠’는 연인사이에서 남자를 말합니다.  요즘은 연상연하커플이 늘고 있지만, 그런 커플조차도 여성이 남성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더군요.  아무튼 결혼 전 까지, 결혼 후 잠깐 동안도 남자는 ‘오빠’로 지냅니다.  비록 ‘오빠’라는 호칭의 수명은 짧지만 그 효력은 큽니다.  남자가 오빠일 때, 남자의 헌신이 극치를 이룹니다.  저는 그 이유를 ‘오빠 호르몬’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신생호르몬(?)의 분비여부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오빠일 땐 1박2일 여행을 가자고 조르더니, 남편이 되니까 집에서 쉬자고 버팁니다. 오빠일 땐 지갑을 잘 열더니, 이젠 지갑을 숨겨요.  오빠일 땐 내 앞에서 최고의 옷을 입더니, 이젠 최악의 옷(늘어난 런닝과 팬티)을 입습니다.  오빠일 땐 피곤하지 않다더니, 이젠 항상 피곤하대요.  오빠일 땐 컴컴한 영화관을 좋아하더니, 이젠 TV 앞을 좋아 합니다.  오빠일 땐 가방을 들어주더니, 이젠 자기 몸도 무겁대요.  오빠일 땐 절대 방귀 뀔 사람이 아닌데, 이젠 방독면이 필요합니다.  오빠일 땐 나랑 하는 전화 못 끊게 하더니, 이젠 빨리 끊으라고 합니다.



남자들에겐 ‘오빠 호르몬’의 향수가 있나 봅니다.  업소 언니들의 비염 걸린 ‘옵빠~’소리에 쉽게 지갑을 엽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오빠’소리에 무장 해제하는 순진무구(?)한 남자들이 있어 ‘옵빠~ 사업’은 불황도 비껴가는 사업입니다.  결혼한 여자들에게도 ‘오빠 호르몬’이 철철 흐르던 때가 그립습니다.  해바라기처럼 바라봐 주고, 뭐든지 해 줄 것 같던 그 ‘오빠’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좀 어색해졌지만 다시 ‘오빠~’라고 불러보면 돌아올까요.



아무래도 다시 ‘오빠~’라고 불러서 ‘오빠 호르몬’ 효과를 보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닭살이 먼저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같이 산 세월이 20년이니 그렇잖아도 닮았다고 하는데 딱 남매로 보일 겁니다.  대신 ‘남편 호르몬’을 기대 해 보지만 영 신통치 않습니다.  그나마 밉지 않은 ‘아빠 호르몬’이 있어서 봐주고 삽니다.  그나저나 ‘오빤~ 강남스타일’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Open~ Condom Style'로 들린다는데 뭐라고 설명해줘야 하죠?
<김윤숙 coool6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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