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버티고 대박을 기대하자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 버티고 대박을 기대하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마스크’사업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눈에 빤히 보이는 마스크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보아도 마스크 원부자재를 만들어왔던 소재업체와 마스크 제조하는 봉제업체이다. 그런데 그 제조업체들 중 후발 주자들은 얼마큼 벌었을까? 아무래도 선발업체만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로 하는 소재업체는 여전히 대박의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대박을 기대한다. 그런데 대박은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니다. 버티기에 성공한 사람만이 대박의 기회를 가질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오래 버텼다고 모두에게 대박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버티지 못한 자에게는 소박의 기회도 없다.

동네 음식점을 열면서 온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야망을 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그것을 OK목장의 결투처럼 총잡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방아쇠를 한 번 당기는 것으로 승부가 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거의 대다수는 그나마 한 방도 맞추지 못하고, 재수가 좋으면 2-3번 방아쇠를 당겨보고 끝난다. 같은 총싸움이기는 하지만 놀이공원에 가서 인형 맞추기 게임이라고 생각해보자. 총을 잡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인형을 쓰러뜨리려면 결국 많이 쏘아보아야 한다. 500원짜리 총알을 수십 번 쏘다보면 600원짜리 인형을 자주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하루해가 다지고, 인형은 겨우 본전 어치 건져서 집에 돌아간다.

장사도 그렇다. 하다 보면 이것 조금 고치고, 저것 조금 고치고 하면서 장사 수완도 늘어나고, 제품. 서비스도 좋아진다. 핀란드에 발가락 양말을 처음 보내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양말이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구멍이 난다는 불만이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발가락 사이즈도 늘려보고, 원부자재도 더 비싼 것으로 바꾸어보고, 포장하는 방법도 바꾸어 보고, 다림질하는 방법도 바꾸어 보아도 여전히 같은 불만이 들어왔다. 그래서 결국 하는 말이 혹시 발톱이 기냐고 물어보았다. 그 후부터는 그런 불만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 과정이 거의 1년이 걸렸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한꺼번에 처음 시작하는 순간에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디지털의 신화가 마치 온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음식 솜씨, 맛, 정성은 누가 핸드폰을 수백 억 어치를 태우고 난 다음에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것처럼 바뀌지 않는다. 영화·패션·출판이 하루아침에 미국·유럽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제조기술이 뒤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의 문화가 주류시장의 흐름인 데 수 백억을 투자한다고 우리 문화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다만, 흐름에 동참하면서 나만의 독특함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차라리 세상은 쉽게 바뀌어도 내가 그렇게 빨리 바뀌지 못한다. 다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행하고, 수정하고, 그리고 또다시 바꾸고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내 물건을 좋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사가 할 만하게 된다.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 버티고 대박을 기대하자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면서 007에 나오는 황금 권총 속의 황금 총알 한 방에 세상을 점령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방이 어긋나면 어어하다가 그냥 쓰러져 버린다. 내가 보기에 사업이란 오래해야 한다. 무조건 오래 해야 한다.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난 이 걸로 돈을 빨리 벌어서 몇 살에 은퇴해서 여행이나 다니며 살겠다’고 한다. 너무 흔하고 진부한 말을 본인들은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지난 25년 동안 골백번은 더 들은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성공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고, 실패했다고 좌절해서도 안 된다. 내 나이 이제 60이 다 되어 간다. 남들은 흔히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이제는 쉬시라고 위로 아닌 약을 올린다. 그런데 따져보면 난 아직 반 겨우 넘게 살았다. 평균 연령 50이 넘지 않던 조선시대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내 나이는 그야말로 성춘향과 이도령이 광한루의 로맨스를 즐기던 이팔청춘과 같다. 최소 50년 이상은 더 버텨야 한다.

그리고 오래 버틴 놈이 일을 내지, 쓰러진 놈은 일을 내지 못한다.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푹 빠지는 사람들의 전형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운도 따라주었다. 처음 그 판에 쭈뼛쭈뼛하면서 들어갔는데, 웬걸 초짜가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러니 오직 자신이 있겠나. “아, 난 경마에 천재구나, 난 슬롯머신을 읽을 수 있어”하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그 사람을 휘감는 순간 그는 구렁텅이로 빠진다. 하지만 진짜 경마를 즐기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돈을 아주 일부만 조금씩 배팅하면서 이기면 이긴 대로 즐거워하고, 지면 진대로 다시 경주를 즐긴다. 그러다 보면 그 자체가 취미가 되고, 오래 즐길 수 있다. 장사에서 대박이란 없다. 대박을 터진 사장들 보면 이미 한두 번쯤은 있는 재산과 집을 말아먹은 후에 벼랑 끝의 심정으로 만들어 낸 제품이 시장의 흐름과 맞아떨어져서 큰돈을 번 것이지, 그 사람들이 시장이나 제품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인데 갑자기 만들어 낸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버텨야 한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하늘이 나를 도와줄 기회가 있다. 포기한 마당에 하늘이 날 어떻게 도와주겠나? 하늘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몇 번쯤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북이처럼 묵묵히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거북이도 벤츠타고 달릴 기회가 생긴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세상의 사장들이여, 어떻게든 버텨봅시다. 그러다보면 좋을 날 올 겁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