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 자료에 의하면 ‘09. 12 현재 각 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총량은 약 30,000톤으로 전체 외화보유고 대비 금 비중은 10.2% 수준이다. 그중 미국이 8,133톤(68.7%)으로 가장 많고, 독일이 3,407톤(64.6%), 이탈리아 2,451톤(63.4%) 가량인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4.4톤으로 외환보유고 대비 비중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금 보유 비중이 이렇게 낮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금이 환율변동 위험이나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응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아니면 공공부분에서 투기적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인지 모른다.



  졸고 “금, 안전자산인가 투기자산인가? (1) ”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이 환율변동이나 인플레이션에 따르는 위험에 대처하는 수단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여간 금 보유 내지 투자와 관련하여서 다음과 같은 사실은 참작할 필요가 있다.



  # 변하지 않는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금은 일단 채굴되면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석유나 쌀 같은 것은 써서 언젠가는 없어지지만, 금은 그 주인이 바뀌기는 해도 지구촌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 중앙은행 금고에서 빠져나가더라도 기업 금고나 개인의 보석 보관함으로 자리를 옮길 뿐이지 결국 누군가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다만 노인들의 금이빨 일부가 다시 땅으로 돌아갈 뿐이다. 전 세계의 연간 금 생산량은 약 2,500톤가량인데 산업용 수요 250톤 정도를 뺀 나머지 만큼 지구촌의 금 재고량은 해마다 늘어난다.



  # 금은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보유기간이 경과하여도 이자나 배당금 같은 수익이 전혀 불어나지 않는다. 금은 무수익 자산으로 현물로 가지고 있으면 도리어 보관비용이 든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많은 금을 보관하다가는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참고로 35년 전인 1975년 금 1돈(3.75g)은 약 11,000원이었는데, 당시에는 금 10돈을 팔아야 한 학기 대학등록금(대략 110,000원 내외)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돈을 채권(회사채 복리)으로 운용하였다면 약 920만원으로 불어나, 올 해에는 두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금값도 많이 오르고. 대학등록금은 더 많이 오르고, 복리채의 위력도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으로 그냥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도 그 때와 같이 그저 금 10돈(약 160만원)에 불과하여 그 세배가 있어야 한학기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다.



  # 세계 정치, 경제 정세가 다시 소용돌이칠 때, 금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세계경제의 상호의존(相互依存)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환경에서 앞으로도 그치지 않고 벌어질 「환율전쟁」과 이에 따르는 불확실성이 반복될 것임은 조금만 생각해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량 팽창도 여러 나라에서 계속 전개될 것으로 보여 일부국가에 따라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위험을 간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화페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와 같이 가을날 낙엽처럼 흩어질 경우 금은 가치저장수단이 될 수 있다.



  생각컨대, 금은 장기적으로 약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러나 금은 경제사회의 여러 가지 불확실성과 위험을 담보하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기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인의 금 보유는 일종의 보험 수준의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즉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보험에 가입하듯 보험금 납입액 정도의 금을 보유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 우리 집에 조금 있는 금붙이는 어쩌면 수천 년 전 이집트 왕자의 팔찌였었는지도 모른다. '97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우리 애들의 돌반지들은 먼 훗날  아프리카 어떤 미인의 목걸이로 변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금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