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자유를 향해 쏴라!
<프롤로그>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바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열정과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삶일 것이다. 부와 명성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욕심을 내는 현대인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일까, 쇠사슬 가득 묶인 구속일까 “생각해본다. 지나간 날과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중한 삶을 포기하고 살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는 법과 제도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을 도망 다니던 주인공들은 결국 자유를 위해 죽음을 향해 총을 쏘며 달려 나간다. 일도 사랑도 거침이 없던 그들을 보면서 저런 무모함과 용기는 어디서 생길까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런 모습은 이소룡의 영화<정무문(Fist of fury), 1972>에서도 볼 수 있다. 자신이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것을 위해 일본군들이 총을 들고 서 있는 정무문을 향해 혈혈단신으로 용맹스럽게 달려 나가는 모습은 뜨거운 삶의 한 장면으로 오랫동안 기억된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두 주인공이 자유로의 귀환을 위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던 장면에서, 죽음도 인간의 희망과 유머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의의: 로버트 레드포드를 명사의 반열에 올리고 극 중 인물의 이름을 따서 Sundance 영화제(독립영화를 다루는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를 창설하는 데 기여함. ‘조지 로이 힐’의 명작으로 ‘서부의 종말’이라는 코드를 계승해 애상의 정서를 조명한 영화로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가 실존 인물이었고, 영화가 실화에 상당 부분 기초하고 있어서 사라진 과거를 현재로 다시 불러오는, 사진을 그림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지나간 시간을 복기하는 형식으로 영상미 높은 작품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자유를 향해 쏴라!
< 영화 줄거리 요약>
1890년대 미국 서부, 부치 캐시디(폴 뉴먼 분)와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만 전문적으로 터는 은행 강도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하는 양심적인 강도들로, 보스인 부치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인심은 좋지만, 총은 그다지 잘 쏘지 못한다. 반면 선댄스는 부치와는 정반대로 구변은 별로 없지만, 총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돈이 생기면 써버리고 없으면 은행을 터는 그들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매우 낙천적이며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하들이 부치를 몰아내기 위해 반기를 드는데 부치는 특유의 구술과 임기응변으로 잘 마무리한다. 그러다 몇 차례 열차를 턴 것이 화근이 되어 부치와 선댄스는 추격의 귀재인 볼티모어 경의 표적이 되어 할 수 없이 볼리비아로 간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한 나라로 영어가 통하지 않자 부치와 선댄스는 에타에게서 스페인어를 배운다. 이후에도 은행을 털고 도망치고를 반복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까지 이들을 체포하러 온 와이오밍의 보안관 조 러포얼즈에게 잡혀갈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강도질을 그만두고 정당한 직업을 찾아 주석광산의 노동자에게 지급할 봉급을 호송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치와 선댄스는 은행에 돈을 찾아 돌아오는 길에 산적들에게 습격을 받지만, 오히려 산적들을 모두 소탕하게 된다. 이후 마을에 내려와 식사하는 도중 한 소년이 이들이 탄 말의 표식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부치와 선댄스 그리고 경찰과의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부치와 선댄스는 총상을 입고 막다른 곳으로 피신하는데, 그곳으로 경찰의 신고를 받은 군대가 출동한다. 수백 명의 군인이 밖에서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이번엔 “호주로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권총을 치켜들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이후 군지휘관의 사격 명령 소리와 함께 비 오듯 퍼붓는 총탄들의 사이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기념사진처럼 멈춰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자유를 향해 쏴라!
<관전 포인트>
A. 주인공들이 악당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언변이 뛰어나고 늘 유쾌한 부치와, 과묵하지만 총솜씨가 일품인 선댄스는 갱단의 실력자로 패거리를 이끌고 강도질을 일삼는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행위는 밉지 않고 오히려 어딘지 모르게 유쾌해 보인다. 갱단이 은행이 아닌 열차를 새로운 표적으로 하여 야만과 혼란의 서부를 문명과 질서의 동부로 대체하는 역사의 변화를 시각화하여 공간 이동에 따른 비주얼과 스타일의 변화를 준 이유이기도 하다.

B. 주인공과 대비되는 캐릭터는?
자본과 권력의 대명사 ‘유니온 퍼시픽 사’의 열차를 터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반복해서 만나는 우드콕은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다. 그는 부치와 선댄스처럼 자본과 권력에 구속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배가본드로 확연히 대비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C. 철도회사가 부치와 선댄스를 잡기 위해 한 시도는?
실제로 철도회사는 핑거튼 탐정사무소를 고용해서 추격을 의뢰했다고 한다. 긴 호흡으로 도주 경로를 비추는 장면에서 제대로 비춰주지 않는 추격대의 존재는 동부의 도시적 질서가 미치지 않은, 점과 선이 아직 닿지 않은 ‘면’을 잠식해 들어가는 초월적인 힘을 상징한다. 부치와 선댄스는 추격의 귀재 볼티모어 경의 막강한 추격대에 사력을 다해 도피한다.

D. 정상적인 일을 했지만, 생활고에 빠진 이유는?
추격대를 피해 뉴욕을 거쳐 막연한 기대감으로 볼리비아로 간 일행은 생활고로 광산 일을 구하지만, 이들에게 지급될 봉급은 그들 자신이 은행을 털었던 이유로 받기 어려운 자승자박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법과 제도의 외부로 빠져나오려는 이들도 거스를 수 없는 자본과 상업의 논리가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E. 주인공들이 막다른 곳으로 몰린 이유는?
부치와 선댄스가 들판이나 산속에 있을 때는 경찰들이 그들을 잡지 못한다. 그러나 분지인 ‘산 비산테 마을’의 마지막 총격전에서 경찰과 군대는 주인공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자유롭던 이들은 열린 공간이 아닌 닫힌 공간에 들어오면서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세상의 밖으로 나와서 멋대로, 내키는 대로
살려고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길은 봉쇄되어 있었고, 유랑의 길을 전전한다 해도 그들을 받아줄 곳은 없었다. 도망을 거듭하던 그들은 마침내 죽음을 통해 자유를 얻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자유를 향해 쏴라!
< 에필로그>
영화의 주인공들은 현실적인 계산이나 미래에 대한 욕심 없이 오직 자유로운 현실을 위해 거침없는 삶과 죽음을 선택한다. 그만큼 자유는 그들에게 소중한 가치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것들을 소유하기에 자유로움보다는 구속의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부치가 에타를 자전거에 태우고 돌 때 나오던 경쾌한 주제곡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에서  [우울하게 괴롭히는 상황도 나를 꺽진 못해, 울음은 나와 맞지 않아/오래지 않아 행복이 다가와서 나를 반길 거야/불평한다고 비가 그칠 것도 아니고/내 마음은 자유로워, 내겐 아무 걱정도 없는걸]처럼, 역경에 굴하지도 우울해하지 않고 희망과 유머를 가지고 달려가는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