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었던 큰 동력은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발달하여 실물부문 활동과 변화를 원활하게 지원하였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미증유의 1929년 대공황은 금융기관의 방만한 몸집 불리기가 유동성을 팽창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의 거품을 형성하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참사가 유발되었다는 인식이 컸었다. 그래서 1933년에는 예금을 받아 그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으로부터 증권업무 내지 투자은행업무를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gall Act)을 제정하였다.
  예금은행이 고객이 맡긴 돈을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산업자금을 중개하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과의 담장을 쳤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의 영역을 구분하여 한 부분의 위험이 타 영역으로 전파되는 것을 예방한 것이다.

  반면에 유럽의 겸업은행(Universal Banking) 시스템은 은행이 예금과 투자를 동시에 취급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은 기업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하부조직부터 고위층까지 여러 사람의단계의 조율하여야 하기 때문에 신생기업 내지 성장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신속하지 못하였다. 산업경쟁력 특히 신기술산업에서 유럽이 미국에 뒤지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위험과 수익을 투자자의 직접계산으로 하는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신기술 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적기에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참가하는 경쟁매매(競爭賣買) 시장에서는 시장정보의 확산도 빠르고 의사결정도 신속하다. 증권시장 같은 경쟁매매는 가격이 시시때때로 신축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적정가격(適正價格)이 발견되고, 위험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 의하여 분산되고 중립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실리콘 밸리로 상징되는 미국의 IT산업의 경쟁력도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속한 대응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전산처리능력의 획기적 확충이 거듭되어 복잡한 가격계산이 가능해지며 소위 금융공학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이 줄을 잇는 시장이 커져갔다. 그런데다 오랜 번영 뒤에는 피할 수 없이 퇴영이 오듯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그 스스로는 아무 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금융부문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여기게 되었다. 제조업 기반 없이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고 금융을 기간산업으로 오인하는 현상까지도 벌어졌다. 거대 금융 타이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60여년 이상 지속된 금융시장의 담장이 1999년에 이르러 허물어졌다.
  이렇게 하여 금융겸업주의가 진행되고 초대형 금융기관으로 변신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한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유동화자산을 만들어 갔다. 문제는 유동화의 유동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시장자체도 모르고, 감독기관도 모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금융혁신으로 오인하고 다른 나라 다투어 금융허브 같은 것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갖가지 시행착오를 범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 졸고 "신의 일, 악마의 유혹 " 참조

  "'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치유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약 10여년 전에 헐어버린 금융시장의 담장을 다시 세우자는 금융개혁방안 즉 “볼커 규칙(Volcker rule)”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상업은행의 예금이 무분별한 투자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이미 제기된 상황이다. 우리도 IMF 구제금융 사태이후 전염병처럼 번진 경제적 사대주의 아래서 추진되었던 금융기관 대형화, 겸업화에 대한 성과와 폐단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 외부효과(external effect), 전염효과가 유달리 커서 국민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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