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모 정부 부처 실무진들과의 자리를 함께하여 이른바 블록체인 활성화 방안에 대한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회의를 가졌다.

해당 부서는 향후 3년간 약 2,500억원이 넘는 정부 지원 프로젝트 리스트와 블록체인 분야별 활성화 예상 목록을 준비하여 회의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물으며 정부 정책에 반영할 부분을 꼼꼼히 확인했다.

솔직히 예상외로 담당자들의 준비와 시장 파악 수준은 높았기에 살짝 감동했다.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담당 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질의 응답 시간에서 내 차례가 되자 거두절미하고 정부부처의 대부분의 블록체인 정책에는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이 빠져 있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가상자산이 빠진 블록체인은 팥소 없는 찐빵이며, 거대한 사업 기회의 대부분을 잃는 반쪽 짜리 산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1997년 IMF가 터지자 DJ 정부가 취한 가장 위대한 정책은 "규제 개혁"이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내 기억에 남는 최고의 사례가"상품권법 폐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법이 없어졌으니 더 문제가 될 것 같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1963년에 만들어진 상품권 법을 우리나라는 1998년에 폐지했다. 법이 없으니 개인은 물론 그 어느 기업이라도 상품권을 무제한 발행할 수 있다. (단, 지류 상품권의 경우는 한도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아무나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다.

신뢰가 없는 기업, 믿을 수 없는 기업이나 개인이 아무리 상품권을 발행해봐야 사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발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도 그렇다. 이제는 모든 버블이 꺼진 상태다.

지금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ICO를 한다고 해서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

이제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 또는 지자체나 신뢰성 높은 사람이 발행해야만 그나마 관심을 갖고 참여 할 것이다.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주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아니면 이제는 시장에 발 붙일 수가 없는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가상자산은 물론 금융상품에 대한 전 국민의 금융 지식 수준이 충분히 높아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더 이상 가상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위험을 전제로 또 역사상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은 ‘투자자보호’라는 이유로 가상자산을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이 블록체인 신기술과 가상자산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과감한 규제 개선을 부탁했다.

실제로 암호화폐(가상자산)가 정식 금융투자 상품으로 우리 곁에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일본은 이미 작년에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 금융권에 편입시키고 있으며, 국내 눈치 빠른 중견 증권사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인수 할 곳이 없나? 이리저리 찔러 보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새로운 기술이 태동하면 시장은 버블과 사기꾼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야 자리를 잡아 온 것이 역사였다.

버블과 투기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 투자 매력을 잃자, 개인 투자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위험하니 절대로 투자 하지 말라는 원유ETF나 폭락한 항공주 ETF에 투기하듯 돈을 밀어넣고 있다.

그리고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실력파 개미투자자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누구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도 2~3억만 남는다면 갭 투자에 전 재산을 걸어서라도 뛰어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정부 고위층의 인식은 우리 국민들 금융 지식 수준을 조선시대 농민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언론에 대서특필한 바와 같이 1,100조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 할 곳을 찾아 전 세계를 헤매고 있는 이 시점에,

행여 자신의 임기 중에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하는 조바심에 규제를 위한 규제를 목숨처럼 사수하는 관료들이 자리를 지키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잃어버린 수십 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년 전에는 주식투자를 하면 투기꾼으로 보았다.

지금은 동학개미라 칭한다.

몇 년 후에는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사람을 어떻게 부를까?

그리고 훗날 코로나19 시대의 규제 개혁 사례를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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