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빠른 시장 변화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년을 버티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관광문화 도시인 교토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가게만 3,000개가 넘는다. 이들 교토 기업이 흔들림 없이 수백 년 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비결은 무엇일까?

시장 흐름에 따른 변화와 혁신, 품질과 신용, 장인정신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고객과의 의리를 지키고,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의후리(先義後利) 경영의 실천이다. 원칙과 의리를 지키면서 고객을 이롭게 하려는 선의후리의 가치 경영이 바로 이러한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장수기업은 공통적으로 고객과의 의리, 신뢰, 그리고 품질 중시의 원칙을 지킨다. 사업을 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원가를 낮추기 위해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명분 없이 가격 할인을 하지 않은 등의 흔들림 없는 경영의 원칙을 지켜온 기업들이 장수기업으로 성장·발전해 왔다.

‘논어를 읽지 않고는 세상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논어의 사상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얘기다.  논어의 핵심은 인(仁)이다. 어진 것은 사람의 근본이고 도리라는 것이다. 공자보다 180년쯤 후에 태어난 맹자의 기본 경영철학은 선의후리(先義後利)다. 먼저 의(義)를 추구하면 이익은 나중에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이다. 즉, 상대를 먼저 이롭게 하면 이익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공자의 인(仁)이나 맹자의 선의후리를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해보면 고객을 먼저 배려하고 고객과의 의리를 먼저 지켜야 기업의 이익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2400년 전의 이러한 인(仁)이나 선의후리는 21세기에도 가치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조선 개성상인의 상도를 설명해주는 이 말은 우리 조상들이 늘 고민했던 사업의 기본 철학이었다.
비록 내 눈 앞에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지 못하더라도 사람만은 잃지 않겠다는 사업철학은 당장 작은 손해가 날지라도 영원히 장사할 수 있는 신의를 얻겠다는 경영철학이었다. 이것이 바로 선의후리의 경영이다. 이 선의후리의 경영에 대해 맹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윗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조직 전체가 이렇게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즉, 조직 전체가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조직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익을 위해 고객을 속이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심하게 갑질을 하거나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부도덕한 기업가들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이런 분들에게 선의후리의 경영이 필요하다. 사람을 소중히 하고 배려하면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더 큰 이익을 갖어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단체나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먼저 기여하거나 의리를 지키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단체나 조직은 오래가기 어렵고,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는 많은 중소·중견기업 사업주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단체이다. 개별기업들이 혼자서 경쟁력을 높여가기는 쉽지 않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런 단체에 함께 참여해서 각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서로 나누고 베풀면 서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모두가 안정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조직의 원칙을 지키면서 항상 먼저 배려하고 먼저 주려는 선의후리 경영의 실천이 결국 개별 회원사는 물론, 협회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주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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