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경력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곡차곡 쌓아두고 보관하는 습관이다. 당신은 이제 커리어 업그레이드(career upgrade)를 위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만일 그 동안 적어놓았던 업무실적이나 프로젝트 등의 메모가 없다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내야 한다. 막상 마음이 급할수록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란 한정되어 있고, 당신이 방만하게 시간을 관리했다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제일 소중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시간인 것이다.

당신이 소중히 여겼던 것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정리해보자. 우선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볼펜, 신문, 컴퓨터 모니터에 아무렇게 붙인 포스트잇 등 잡다한 것을 떼어 내자. 다시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한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신문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것은 스크랩을 해두거나 필요 없는 것이라면, 버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파일이나 폴더 역시 제거해야 한다. 자신이 저장하기 쉬운 내문서(MyDocument)에 저장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외근이나 휴가 중에 중요한 파일을 찾는다고 전화 걸어서 귀찮게 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책상이나 컴퓨터를 확인하여 자주 쓸모 없는 것들을 정리하라. 정리할 때에는 파일의 수를 줄이고, 하나의 파일에 더 많은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큰 파일이라도 찾는 시간이 작은 파일을 여러 번 클릭 하는 것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또한 분류를 해서 폴더 안에 담아 놓는다면, 폴더가 마치 목차(index)의 역할을 해서 찾기가 쉬울 것이다.

필자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프로젝트 일지를 작성해보라는 것이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서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왜 그 회사에서 떨어졌지’ 하며 속상해 하지 말고, 그 회사에 간 시간이나 질문들을 떠올리고 답변했던 말들을 적어놓는 것이다. 한번 실패는 병가지 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두 번 실수는 적어도 용납하지 말자. 그렇기 위해 자신만의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서류전형을 보았으면, 어디에 언제 이메일로 접수했고, 통보 날짜는 언제고, 면접 시기는 언제라는 것을 적어두자. 물론 회사의 정보도 자세히 적어놓는다면, 나중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많은 인사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구직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면접 보라고 휴대폰으로 연락하면, “어디요? 무엇 하는 회사인데요?”하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니 자신이 원서를 접수해놓고도 그 사실마저 잊어버리고는 무슨 취업을 바라고 있냐는 것이 요지였다.

막상 실직을 당하거나 취업이 되지 않는 나날이 길어지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답답하다. 하지만, 실제로 발로 뛰어서 알아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우선 실직을 감추고 도피하려는 경향을 띈다. 그럴수록 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장기간의 실업으로 도서관이나 집에 있지 말고 발로 뛰어라. 자신 없으면 도움을 받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인터넷을 모르면 인터넷을 아는 주위사람을 찾아서 물어볼 수도 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자포자기한 자발적 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무작정 오지 않는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규칙적으로 공원에 나가서 운동도 하고 도서관에서 사색도 하고 “올해는 나의 휴식년이다!” 선언도 하자. 한해 쉰다고 세상이 어찌 되겠냐는 포부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늦게 일어나고 수염도 깎지도 않고 동네에서 서성거리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실업자가 되었군′ 손가락질 받는 것 같아 나가기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만일 회사를 다녔으면 동사무소에 가서 실업자 수당도 알아보고, 건강보험도 어떻게 되었나, 무료 교육은 어디에서 있나, 찾아 다녀야 한다. 실직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자신만이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의 문제이다. 사회 경험이 없는 예비실업자는 더욱더 위축되기 쉽다. 그럴수록 위축되지 말고 뛰어야 한다. 관악산이든 도봉산이든 가까운 산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언가” 곰곰이 되돌아본다면, 분명 길이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이제 다시 되돌아 와서 당신은 자그만 프로젝트라도 보관해야 한다. 몇 명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을 했으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기록하라. 그리고 당신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놓아야 한다. 회사와 별도로 당신의 프로젝트 업무 일지를 자신에 맞게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당신이 끼고 다니는 일반적인 다이어리도 좋다. 프로젝트에 대한 당신의 권한 책임을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 당신은 프로젝트의 아웃라인을 분명하게 그려야 한다. 당신이 모든 일을 다했다고 속일 생각을 말라. 단순히 몇 보 앞에 있는 이득을 탐해서는 안된다. 너무 상세한 업무까지 적을 필요는 없지만 당신의 기억을 도와 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입사 이후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업무 파악이다. 통념상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 당신은 우선 해야 할 일을 능숙히 해야 한다. 어느 정도 능숙하다 싶으면, 그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 해야 한다. 정말 경력관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많은 일을 할수록 경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일이 즐겁지 않겠는가.

현대사회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당신은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인가.

기업에서는 빌트인(built-in)된 사람을 구하지, 그 회사에서 인재를 키우려는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업에서는 자기분석이 뛰어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더욱더 개인경력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 이 칼럼은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윤영돈의 직장인 눈치 코치 > 칼럼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새로운 칼럼을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