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프롤로그>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집착할수록 삶은 더 각박해져 간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고급 아파트도 어떻게 보면 자연의 공간 위에 존재하는 한낱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에서는 선진국보다 문명이 뒤떨어진 아프리카에서의 삶과 사랑이 문명국인 유럽에서,더욱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들의 사랑, 우정, 격려를 통해서 보여준다. 또한 포기하고 싶은 역경 속에서도 누군가의 따뜻한 진심이 담긴 선물을 통해 삶을 지탱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원작은: 덴마크 출신의 필명 이삭 딘슨(본명: 카렌 블릭슨)의 1937년 발표한 소설로, 케냐의 커피 농장에서 영국인 모험가 데니스 핀치 해튼과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진한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추억이 깃든 20년 세월의 회상이자, 저물어가는 유럽 제국주의의 죽음과 추방, 야만,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의 투쟁을 생생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이다. 영화는 아카데미상 7개 부문(작품, 감독, 각색, 촬영, 미술, 작곡, 녹음)을 석권하기도 하였다. 1936년 발표된 남북전쟁의 배경으로 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에 나오는 강철 여인 스카렛과 레트의 사랑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영화 줄거리 요약>
막연하게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동경하던 덴마크 부호의 딸 카렌(메릴 스트립 분)은 1913년 케냐에 있는 블릭센 남작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농장이 있는 아프리카로 건너간다. 하지만 사랑 없이 시작된 결혼생활과 경험 없던 커피 농사는 외롭고 고달픈 삶으로 이어진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남편은 카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다시피 전쟁터로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을뻔한 카렌을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가 구해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힘든 아프리카 생활에서 탐험가이며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는 그녀에게 큰 위안을 준다. 결국, 자신에게 불임의 고통을 안겨준 남편과 이혼 후 데니스와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자유로운 그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확기를 맞은 카렌의 커피농장에 불이 나서 모든 것을 투자해서 일구어 놓은 커피농장이 재로 변하고 실의에 빠진 카렌을 위해 데니스는 그녀의 고향인 덴마크로 가는 몸바사까지 태워주기로 한다. 하지만 태우러 오던 도중 비행기 사고로 데니스는 세상을 떠나고, 카렌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프리카에서의 사랑과 추억을 소설로 쓰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관전 포인트>
A. 카렌이 불임을 겪는 이유는?
자신의 돈을 보고 결혼한 남편 블릭센 남작은 카렌과 약속한 목축업 대신 고지대에서 키우기 힘든 커피 농사를 짓겠다고 카렌을 실망하게 하더니 농장일에는 통 관심이 없고 사냥을 한답시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다. 더욱이 블릭센은 전쟁터에 나가서 나쁜 병을 옮아 카렌에게 옮기게 되고 그로 인해 카렌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다. 그후 블릭센은 다른 돈 많은 여자를 얻기 위해 카렌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B. 데니스는 어떤 사람인가?
데니스는 여러모로 남편인 블릭센과는 대조적인 남자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경비행기를 타고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을 나르며 인생과 사랑에 관해 얘기할 줄 아는 멋진 남자이다. 사랑하는 여인 카렌의 문학적 감수성을 알아보고 펜을 선물하면서 글을 써보라고 격려하기도 하고, 길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나침반을 선물하기도 하는 배려심 있는 신사이다.

C. 데니스와 카렌의 생각의 차이는?
@카렌은 데니스를 사랑하면서 결혼을 원한다. 하지만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데니스는” 다른 사람의 방식대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어느 날 데니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삶의 끝에서 발견하고 싶지 않다”며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말고 자유롭게 만나자고 카렌에게 제의한다.
@카렌은 원주민 아이들에게 선교를 통해 영어를 가르쳐 문명을 전수하려 하지만, 데니스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문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글로 쓰지 않는 것일 뿐으로 더 아름답고 훌륭한 자연적인 문명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곳의 소유주가 아니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요(We are not owners here, we are just passing through)”라며 아프리카인들이 작은 영국 신사가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한다.

D. 데니스가 카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표현들은?
@힘든 커피농장과 남편의 배신으로 실의에 빠진 카렌을 자신의 복엽 경비행기에 태워 아프리카의 케냐의 광활한 사바나의 푸른 대초원과 장엄한 석양, 산,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모든 생명체를 신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삶이 얼마나 위대하고 가슴 벅찬 것임을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모차르트를 사랑하던 데니스는 초원에서 야영하면서 축음기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을 틀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아프리카 대륙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열정을 담아 위로해준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인 1971년 10월에 완성한 곡으로 클라리넷의 음역을 극한까지 넓혀 연주상의 기술을 충분히 잘 살려낸 곡으로 영롱하면서도 아련한 선율이 큰 감동을 준다]
@카렌의 머리를 정성껏 감겨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모든 것을 망설임 없이 표현하는 모습에서, 여성이 사랑받을 때 느끼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선사한다.
@남편이 배신하고 더 나아가 아프리카 척박한 땅에서의 커피 농사를 힘들게 지었으나, 불이 나서 모든 것이 재가 되는 등의 삶의 고난 속에서 좌절할 때 마다 데니스가 선물한 아름다운 추억들로 카렌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E. 커피농장이 불타고 떠날 때 원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던 카렌의 모습은?
자신의 모든 것이던 커피농장과 수확물이 불타고 사라진 참담한 상황에서도, 카렌은 케냐로 새로 부임한 총독을 찾아가 원래부터 키쿠유족 원주민들의 땅이며 삶의 터전인 농장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무릎을 꿇고 부탁한다. 이에 총독이 망설이자, 총독의 부인은 카렌의 모습에 감동하여 자신이 책임지고 부탁을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에필로그>
데니스는 푸른 하늘을 날면서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맞잡는 자유로운 영혼의 남자였다. 아프리카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 카렌을 뜨겁게 사랑했지만, 영혼이 떠날 때  오직 카렌의 추억 속에 남겨준 그의 욕심 없는 모습에서, 우리 현대인들의 삶은 언제까지나 강하게 소유하려고만 하는 집착과 갈등으로 새삼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된다. 데니스가 묻힌 나무 곁에 마사이족 카누티아의 정령과 사자들이 그의 영혼을 위안하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인생의 엔딩에서 바람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더라도,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의 존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