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不畏威(민불외위)則大威至(칙대위지)

“민중이 더 이상 당신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당신에게 재앙이 닥친다”

『도덕경』 제72장. 첫 소절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떤 집단이든 그들의 대표로 선출되었다는 것은그 집단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리더로서 존중하겠다는 표면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리더의 자격을 존중받는다고 해서 리더의 능력까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권위는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주어진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하여 대중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권력의 힘으로 대중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거나, 박탈 하는 상황에 도달하면, 대중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분노하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시위나 폭동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국가 전복 사태도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중의 분노가 극을 향해 치닫기 시작하면, 리더의 권위는 바람 앞에선 촛불처럼 위태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COVID19가 극성이지만 미국은 또 다른 이슈로 시끄럽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중이 분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면서 시위의 배후에 ‘급진적 좌파’,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가 있다는 이념 논쟁에 불을 붙였다. 뿐만 아니라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도 “여러분이 제압하지 못한다면 한 무리의 얼간이로 보일 것”, “여러분 대부분은 너무 나약하다”고 말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TV에 비친 폭력과 약탈 장면을 언급하면서 “인간쓰레기”라는 극단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시위의 본질은, 백인 경찰이 고도한 진압 행위로 흑인을 죽인 일이다. 이는 미국내 잠복중인 인종 갈등의 불을 집혔고, 급기야 국민들이 동조하면서 판이 커진 것이다.
[이종범의 셀프 리더십] 부메랑 리더십
시위대가 CNN을 향해 돌을 던지고 기물을 파괴하는 장면이 뉴스 보도 화면에 잡혔다. 순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CNN을 극도로 싫어하는 트럼프, CNN을 향해 돌을 던지는 시위대, 그런 시위대를 극좌파, 쓰레기라고 비난하는 트럼프, 백악관으로 몰려가는 시위대, 테러리스트의 공격도 아닌데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하는 트럼프, 도대체 뭐가 뭔지 뒤죽박죽 엉켜버린 느낌을 받았다.

“왜 미국은 평화적 시위를 못하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파괴하고 불 지르고 약탈하면서 시위를 할까,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슨 화 같은 게 있나?시위만 벌어지면 저러네”

함께 뉴스를 보던 아내가 툭 던지듯 했던 말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시위와 한국의 시위는 많이다르다.  시위 참여자들이 기물을 파괴하고 불 지르고 약탈하는 일은 없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엔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물며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세계를 선도한다는 미국의 시위 문화를 보면, 그들이 과연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일까 싶다. 미국 내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와 관련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리더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존중받거나 인정할 만한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사안에 대해 너무 쉽게 엎었다 뒤집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상대적 약자나 약소국을 대상으로 줄을 세우고, 힘으로, 돈으로, 권위로, 겁박하고 공공연히 자랑을 일삼는 그의 행태를 보면서, 70세가 넘은 어른이기보다는 투정 부리기를 좋아하는 부잣집 아이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COVID19 바이러스가 각 나라의 리더십을 시험하고 있다면, 현재의 미국은 흑인 사망으로 인한 시위를 진정시키는 일과, COVID 19에 대한 합리적 대응, 재선을 위한 COVID 19 출구전략까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넘쳐난다. 하나같이 대중의 시선을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인데, 트럼프가 행사 중인 권력이 자칫 자신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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