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 GVC(글로벌 밸류체인)은 동유럽과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다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이후 GVC(글로벌 밸류체인)은 동유럽과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다. 그 핵심에는 199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세계화로 인한 과실의 중국 독점’의 해체이다. 중국은 자유 자본주의 경제에 진입했지만, 스스로의 시장은 여전히 독재 공산주의 식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많은 나라의 불만이 쌓여왔다. 그러한 진전이 이루어진 가운데 코로나의 출현은 중국 중심의 제조업 gvc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 골고루 퍼진 GVC가 형성될 것이다. 중국은 13억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 노동인력 공급을 무기 삼아 2012년 1200억 달러가 넘은 FDI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한 이래 2018년에는 1489억 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활발한 자금 유치와는 별개로 자국의 시장과 제도는 외국 기업의 자유로운 진출 및 퇴출을 막았다. 또한 지적 재산권 탈취 등 정부 주도의 불공정 해위가 잦았다. 중국의 이러한 횡포는 글로벌 가치 사슬의 효율적 발전을 막았다.

1990년 이후로 중국 이외 국가의 경제 성장국가를 보기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이 쌓여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었고, 코로나19는 중국 중심의 GVC(글로벌 밸류체인 –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구성에 불을 당겼다. GVC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이다. GVC는 1990년대 공산 경제권의 몰락과 중국의 자유 자본주의 시장경제 참여 이후 세계 무역의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더불어 세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GVC의 규모가 클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한 번에 1-2만개의 컨테이너를 저렴한 가격에 운송할 수 있는 해상운송 시스템의 혁신도 단단히 한 몫하였다. 원격지 국가 간의 운송비 하락은 중간재 무역의 증가를 주도하였다. 만일 중간재의 이동이 불가능하였다면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여러 국가가 관여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GVC를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개발 협력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은행, 아시아 개발은행(ADB) 등을 비롯한 다자개발 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개도국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Sustainable development)의 토대들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산업 정책, 거시 경제 안정화 정책 등과 같은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거나, 무역을 통해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무역을 위한 원조 (Aid for trade) 프로젝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원조는 단순히 개도국의 수출 규모 확대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수출의 질, 즉 부가가치 관점에서 수출의 내용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중국 대체 국가, 생산 기지는 늘어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청바지를 생산하는데도 인도부터 시작하여 파키스탄 중국 한국 등 여러 국가의 원부자재와 염색 등을 합쳐서 중국 또는 한국에서 최종 제품을 만든다. 해상 운송비의 극적인 하락에 힘입어 생산비가 최적화된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것이 한 나라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여 조립하는 것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코로나이후 GVC(글로벌 밸류체인)은 동유럽과 동남아 위주로 재편된다
세계화가 시작된 초창기 GVC의 분업구조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자본재와 중간재를 공급하고, 개발도상국은 최종재를 조립. 가공하여 선진국에 수출하는 형태였다. 세계화가 진전된 글로벌 환경에서 제조업 기반은 넓혀졌다. 특히 생산 기술의 고도화는 숙련된 기술공의 필요성을 매우 낮추었다. 기계가 복잡하거나 단순한 반복 작업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기술과 자본에 강점 있는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낮은 인건비를 이용하기 위해 자본재, 고부가가치의 중간재와 금융과 운송 등의 서비스를 공급하였다. 또한 GVC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가 늘어났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세계 공장 역할을 수행하며 인건 따먹기 식의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제조업 기지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 기술 선진국과 후발국 간의 생산기술 결과가 축소되어 생산 거점의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자 중국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베트남이 부상하였다. 베트남이 중국이 독점하던 GVC에서의 생산기지로서 틈새를 파고들었다. GVC의 변화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로 나타난다. FDI는 EU와 아세안이 중국의 대체 생산지역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EU, 아세안 등으로 그린필드형 외국인 직접투자(그린필드 FDI, 국외자본이 투자대상국의 용지를 직접 매입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의 투자)는 증가하는 반면 중국으로의 FDI 규모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 대상 그린필드형 FDI는 2003년 1287억 달러에서 2018년 1106억 달러로 줄었다.

중국을 교체할 대체 투자 지역으로는 유럽과 동남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진출 형태를 보면 동유럽은 생산기지(유럽 진출 韓생산법인의 90%), 서유럽은 마케팅 거점(유럽 진출 韓판매법인의 59%, 연락 사무소의 69%) 중심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5개년 대(對)유럽 직접투자는 서유럽에 편중되어 있으나, 동유럽의 차지 비중은 점차 증가세이며, 남유럽은 점차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 동유럽권 (발칸국)이 한국 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아세안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중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중국을 추월하며 2018년 1,486억 달러로 세계 총투자의 11.5%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액은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진출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아세안 직접투자의 목적도 과거 저임금 활용, 자원개발 등에서 최근 현지 시장 진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이 독차지했던 세계화의 공고한 위치가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대안 국가들이 품목별로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거세지면서 향후 gvc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중국이 gvc참여를 줄이고 자국 내 분업, 일명 ‘홍색 공급망’ 비율을 높인다면 이미 중국과 상당한 분업관계를 형성한 다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중국이 미구의 요구를 수용해 자국 시장과 제도 개방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이 자국 시장을 개방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