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대!
<프롤로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의 수명은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랑할 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외모나 조건 등에 초점을 맞추는가? 그렇다면 그 조건이 사라지는 순간 사랑도 빠르게 식을 위험이 있다. ‘기예르모 델 토르’가 감독한 영화<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2017>에서 기막히게 기괴하고 외롭고 차가운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 있다. 이들은 서로의 불완전한 점 그대로를 인정하고 아끼며 존중한다. 여주인공은 주변에서 괴생명체와 사랑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에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라며 행복해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대!
<영화 줄거리 요약>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한 1960년대 냉전 시대, 볼티모어 오컴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언어장애인 청소부 엘라이자(셀리 호킨스 분)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곁에는 수다스럽지만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분)와 서로를 보살펴주는 가난한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분)가 있다. 어느 날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녹색 괴생명체(더그 존스 분)가 수조에 갇힌 채 들어온다. 엘라이자는 실험실 보안책임자인 스트릭랜드(마이클 새넌 분)에 고문당하는 괴생명체에게 연민을 느껴 자신이 먹으려고 가져온 삶은 계란도 주고 음악도 함께 들으며 서로 교감하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본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 분)는 그 생명체에게 지능 및 공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로 그를 해부하여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하고, 엘라이자는 주변 친구들의 협조로 그를 자신의 집으로 도피시킨다. 비 오는 날 바다로 연결된 운하에서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는 쫓아온 스트릭랜드의 총에 맞게 된다. 하지만 초능력이 있던 괴생명체는 잔혹한 스트릭랜드를 처치하고, 총에 맞은 엘라이자를 데리고 물속 깊은 곳에서 살려내어 그들만의 사랑의 길로 떠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대!
<관전 포인트>
A. 제목 사랑의 모양 의미는 ?
원제<The shape of water>에서 물의 모양은 곧 사랑의 모양이다. 물과 사랑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사랑이라는 가장 순수한 감정으로 채우고 있다. 이로써 서로가 함께라면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 되는 것이다. 엘라이자는 아무런 형태도 구속도 없는 물속에서 둘만의 사랑을 즐긴다.

B. 엘라이자가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말을 못 하는 장애가 있는 엘라이자는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로 외롭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괴생명체와 조우하면서 그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점심으로 가져온 삶은 달걀을 건네주고, 음반을 가져와 음악을 틀어주고, 춤을 추며 그와 공감을 시도한다. 그런 노력에 괴생명체도 엘라이자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옆집 아버지 같은 친구 자일스에게 “그가 날 볼 때면 내가 뭐가 부족한지 그는 몰라요.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몰라요. 그는 날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날 봐요. 그는 행복해해요. 매일, 매번 날 볼 때마다요. 이제 그를 구하거나 죽게 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C.엘라이자의 주변 인물들의 공통점은?
장애인이며 청소부인 그녀의 주변은 모두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배척받는 소수자와 약자들이다.
@자일스: 다니던 회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쫓겨난 가난한 화가이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엘라이자와 진심으로 소통한다.
@젤다: 엘라이자와 같이 청소를 하는 흑인 여인으로 장애를 가진 엘라이자를 대변하고, 지각하는 엘라이자의 출근부를 대신 챙기는 등 인간미가 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은 이기적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인간이다.
@호프스테틀러 박사: 연구소의 박사이지만 실상은 소련의 첩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괴생명체를 제거하라는 소련의 지시를 받고도, 과학자적 양심으로 지시를 거부하고 엘라이자를 도와 괴생명체가 탈출하는 데 도움을 주다가 살해당하게 된다.
@괴생명체: 고대 아마존에서 신으로 숭배되었던  어인 종족으로 영화에서는 주류에서 밀려났거나 어울리지 못한 사람들의 상징이자 은유의 존재이다. 영화 <헬보이>에서 인간을 초월한 수생 인간 ‘에이브 사피언’을 연상케 한다.

D.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의 백인우월주의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행동이 노골적으로 나온다. 그는 권력과 출세를 위해서는 어떤 불합리한 짓이라도 하는 대표적 인물로 자동차를 살 때도 딜러가 청록색의 캐딜락은 성공한 남자를 의미한다는 감언이설에 차를 사기도 하고, 부부관계를 할 때도 고압적인 요구를 하기도 하는  미국 사회의 전형적 마초맨의 모습을 보여준다.

E. 엘라이자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여준 것은?
괴생명체를 구출 후 자신의 집 다락방 화장실 욕조에 물을 가득 틀어놓고, 그곳에서 사랑을 나눌 때 그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띤다. 그와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빨간 머리핀, 구두, 원피스를 입으며 여자로서의 행복을 만끽하고, 친구 젤다에게 자신 남친의 멋진 점을 자랑한다. 영화의 엔딩에서 총에 맞은 엘라이자를 구출한 괴생명체는 그녀의 목에 나 있던 상처를 아가미로 변화 시켜 그녀를 자신의 왕국으로 데리고 떠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대!
<에필로그>
지적인 생명체와의 소통에서 언어나 문자가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속마음을 언어나 문자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선입견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여주인공은 손과 발로 하는 수화, 눈빛, 몸짓, 음악, 춤 같은 예술로 더 깊고 진실성 있는 소통을 만들어 낸다. 그런 소통수단은 더욱더 집중해야 하고 감성적 교감이 절대적이기에 인내심이 깃들게 되어,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의 생각을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물질적 가치와 화려한 외면보다는 따뜻한 인간애와 측은지심이 깃든 배려심이 인간관계에 있어 더 깊은 공감과 사랑을 만들어 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