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네 가지 문제:멍 때리는 전문가, 답답한 전문가, 골 때리는 전문가, 재수 없는 전문가

전문가란 무언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만,
그 밖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 미국 작가

오늘의 전문가는 흔히 네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외수 작가는 개념, 교양, 양심, 예의를 고품격 인간의 필수지참 4종 세트라 했다. 싸가지 없는 인간론(?)에 추가해서 ‘지식인의 싸가지’를 생각해본다. 수많은 지식인과 전문가가 있는 오늘날,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문제적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어떤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일까?

첫째, 멍 때리는 전문가다. 한마디로 멍청한 전문가다. 멍청한 전문가는 정해진 규율, 기존의 제도와 관행과 절차만 따를 뿐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 도덕적 판단력이 없다. 큰 탈 없이 편안하고 한가롭게 지내면서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려는 무사안일주의 전문가다. 상황적 특수성과 예외적 특이함에 따라 융통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냥 규율과 절차에 따라 법집행을 감행하는 전문가의 고지식함이 멍청한 전문가를 불어온다. 이들에게는 대상과 장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딜레마 상황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도덕적 판단능력이 없다. 복잡한 상황적 변수를 고려하는 게 귀찮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 자신에 다가올 불이익이 두려운 나머지 정해진 절차와 규율에 따라 획일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경우 발생하는 전문가의 멍청함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둘째, 자기 분야 외에는 무지한 전문적 문외한, 즉 답답한 전문가다. 전문가도 사람인 이상 모든 분야에 통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만 보며 달리는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에 갇히면 곤란하다. 더욱이 시야가 좁아질수록 나와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다른 분야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자기 분야가 최고라는 자만이 싹트며, 분야와 분야를 통합하는 융합형 인재는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흔히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라’고 한다. 일정한 깊이를 추구해야 우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진리다. 그러나 한 우물을 파다가 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판 우물에서만 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판 우물에서도 물이 나온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우물에서는 내 것과는 맛이 다른 물이 나온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아야 한다.

셋째, 골 때리는 무늬만 전문가, 즉 사이비 전문가다. ‘전문가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따라가 보면 사실은 전문가가 아닌 무늬만 전문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뭔가 궁금하거나 딜레마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는 흔히 전문가의 ‘고견’에 기대곤 한다. 그런데 이때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전문가 행세를 한다면? 진짜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진짜를 가장한 사이비 전문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기 쉽다. 이런 사이비 전문가들은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훨씬 과장해서 대중의 이목을 끈다.

넷째, 능력은 있으나 이유 없이 밥맛없는 안하무인형 재수 없는 전문가다. 이들은 자기 전문분야가 최고이며, 자기가 알고 있는 게 최고의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해 상대를 무시하거나 비난의 화살을 날리면서도 자신이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답답한 전문가가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안하무인형 전문가는 다른 분야를 얕잡아보는 비뚤어진 자세와 태도가 문제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지식이라는 것도 손바닥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전문가들보다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전문가일수록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전문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이해하기 어렵다. 안하무인형 전문가가 많아질수록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어지고, 소통의 가능성이 사라져 지식의 융합이나 새로운 인재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참고: 유영만(2013).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 브리꼴레르》. 서울: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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