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카라멜 마끼아또 탁월한 선택입니다!
<프롤로그>
인생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사회적으로 등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능, 학교, 재산, 직업, 자동차, 아파트, 한우고기까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스스로가 삶을 살아가는 인격의 주체이고 중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 2002>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살기 위해 사회가 정해놓은 여러 가지 등급을 뛰어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지적능력과 재력이 뛰어나다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해진 등급 대신 각자의 소중한 삶의 가치와 방식을 존중하고 도와주는 애틋한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부족한 지능 대신 마음을 가득 채워 사랑한 샘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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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요약>
홀로 외롭게 딸을 키우고 있는 샘 도슨( 숀펜 분)은 7살짜리 꼬마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와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하고 티 없이 맑은 영혼을 소유한 보기 드문 어른이다. 그에게 있어서 딸 루시(다코타 패닝 분)는 그의 전부이자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비록 자신이 남들이 보기엔 장애인일지 몰라도 엄연히 루시의 아빠이며 항상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어느덧 루시가 7살이 되자, 사회복지관에서는 샘의 양육능력에 의심을 가지고 샘과 루시를 떨어트려 놓는 결정을 하게 된다. 시설로 옮겨진 루시를 일주일에 두 번만 볼 수 있게 된 샘은 도와주는 변호사 리타(미셸 파이퍼 분)와 함께 딸을 되찾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샘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사실은 더욱 비정상적인 생각과 문제를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을 비춰준다. 이를 통해 부족한 지능 대신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채운 인생을 사는 샘이 더욱더 인간적이고 훌륭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재판에서는 루시의 양육에 적합한 양부모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지만,  루시의 양모 랜디는 저녁마다 집을 빠져나가 항상 샘에게 향하는 루시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사랑을 자신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랜디는 마음의 문을 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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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
A. 샘이 루시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 친구들은?
외출 공포증으로 집안에서 피아노만 연주하는 이웃 애니.
샘과 같은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밝은 친구 이프티와 로버트.
허드렛일이 아닌 커피를 만드는 일을 시켜준 커피전문점 사장 조지.
이처럼 주변의 따뜻하고 친절한 도움이 없었다면 샘이 루시를 건강하고 밝게 키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B. 샘이 딸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평소 좋아하는 비틀즈의 노래가사(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에서 따온 ‘루시 다이아몬드 도슨’을 딸의 이름으로 짓는다. 또한,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수요일에는 레스토랑에서 팬케이크를 먹고, 목요일에는 샘의 집에서 비디오를 보고, 금요일에는 노래방에 함께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이, 없는 돈으로 딸 루시의 모자란 신발값을 십시일반으로 지불하기도 하고, 모두의 손에 풍선을 들고 비틀즈 앨범<애비로드>에 나온 사진처럼 길을 건너는 모습에서 샘과 친구들이 루시를 즐겁게 해주려는 노력이 물씬 묻어난다. 샘은 자신이 시간당 8불을 받으며 일하는 카페에서 손님이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하자 ‘탁월한 선택입니다’를 연발하며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생업에 종사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루시는 “난 행운아야. 다른 애들은 아빠와 함께 공원에 놀러 가지 않거든요”라며 좋아한다.

C. 샘의 양육권에 문제가 생기게 된 계기는?
루시가 7살이 되면서 아빠의 지능을 추월해 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수업을 일부러 게을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가 샘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하필 루시를 위한 깜짝 생일파티 준비 도중 샘이 루시의 친구와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를 본 복지사는 샘이 감정조절을 못 하여 루시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이 일로 복지관으로부터 샘은 아빠로서 양육 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받게 된다. 결국, 루시는 시설로 옮겨지고 샘은 주 2회의 면회만을 허락받게 된다. 샘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행복한 날들을 빼앗기고 실의에 빠지게 된다.  루시가 증언하는 모습을 옆방 TV로 지켜보던 샘은 화면 속 루시에게 키스한다. 샘과 루시를 가로막는 벽과 TV는 문명과 지능으로 뒤덮인 세상을 대신하는 듯 슬프게 보인다.

D. 샘을 도와주는 변호사 리타는 어떤 사람인가?
샘은 법정에서 싸워 루시를 되찾을 결심을 굳히고,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변호사 리타 해리슨을 찾아간다. 그녀는 정력적이고 자아도취 적인 변호사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료로 샘의 변호를 맡겠다고 공언하고 샘과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연대를 맺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샘에게는 불리한 재판으로 그가 양육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작았다. 샘이 훌륭한 아빠라는 것을 인정해줄 친구들은 재판에서 증언조차 불가능한 지적장애인들이다.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애니는 외출 공포증을 극복하고 증언대에 서지만 상대 변호사의 추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샘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어렵게 외워 재판에 나가, 그 어떤 사회의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약하고 자신만의 특이한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처음에 공명심으로 변호를 시작한 리타는 정상적이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그녀는 일 중독과 가정의 불화로, 샘의 생활에 비해 무척이나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리며 “내가 걱정되는 건 내가 더 도움을 받은 것 같아서예요”라며 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게 된다.

E. 샘이 헤어진 루시와 같이 있고 싶어 취한 행동은?
절망 속에서 샘은 루시와 함께 살 수 없지만, 곁에 있고 싶어  루시가 사는 집 옆으로 이사를 온다. 루시는 밤마다 샘의 집으로 오고 잠이 들면 루시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생활을 계속한다. 샘은 부업으로 시작한 반려견 돌보미 일과 중 개 네 마리를 끌고 루시를 찾아가고, 왜 이제야 왔냐고 질책하는 루시를 보면서 강한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사랑, 우정, 용기, 열정 같은 감정들은 반드시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갖춘 문명인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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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식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태어나서 성장기에는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나길 바라고 어른이 돼서는 가정과 사회의 한 일원으로 원만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은 정답도 없고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학교를 졸업한 자식들이 취업도 결혼도 어려워진 사회에서 부모들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지고 책임은 무한대로 넓어지기에 자신의 여생을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차츰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아빠 샘처럼 온 마음을 다해 아름다운 노래가사처럼 딸 루시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아이들은 언젠가 따뜻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것은 우리들의 사회적 편견이다. 본질에서 하나인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차이점’과 ‘거리감’을 형성하는 등급의 타성에서 벗어나 사람 하나하나를 최고의 개성 있는 명품으로 존중하는 그런 아름다운 시절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