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벗어야 확실하게 보인다 

니체는 시종일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누구냐?” 그는 나의 존재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니체 철학의 핵심적인 질문 중의 하나는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 대로의 우리가 되는가?”이다. 모든 지적 탐구의 주체는 ‘나’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은 어느 과학자도 알아낼 수 없으나,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자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적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문제는 나는 나로서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또 다른 나로 변신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나는 지금의 나일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다. 새롭게 변신한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저편 미지의 세계를 지향하는 인간 존재는 주어진 상태로서의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신하는 과정으로서의 동적인 존재다. 니체에게 존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즉, 인간은 존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힘들이 투쟁관계를 통해서 부단히 생성되는 것이다.

니체는 끊임없이 벗는다. 존재의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벗고, 색다른 생각의 임신을 방해하는 두터운 각질을 벗겨내며, 변신을 방해하는 과거의 허물을 벗는다. 니체는 스스로 나체가 되어 또 다른 자신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니체는 그렇게 벗고 또 벗는다. 니체는 말한다. 존재는 벗어야 그 정체가 드러나며 비로소 본질을 알 수 있다고. 나무의 본질은 나목(裸木)일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인간 존재의 본질 역시 나력(裸力, naked strength)에서 비롯된다. 나는 나(裸)일 때 참모습이 드러난다. 나의 본질은 나의 나체(裸體), 일말의 포장과 허식도 모두 걷어내고 마지막 남은 알몸에서 존재의 본질과 정체(正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니체는 인간의 신체(身體)를 나체(裸體)로 드러내고, 신체가 추구하는 욕망과 인간 전체(全體)의 모습을 탐구한 욕망의 철학자다. 알몸을 적나라(赤裸裸)하게 보여줄 때 “야!” 하는 탄성이 나온다. 이것은 경이로운 발견, 낯선 마주침, 즐거운 상상 뒤에 찾아오는 감탄사다. 감동과 감탄의 탄성이 많은 사람은 야한 기질, 야성(野性)이 풍부한 사람이다.  

야성은 길들여지지 않은 품성이다. 변신은 지성(知性)으로만 되지 않는다. 변신은 감성으로 시작해서 야성(野性)으로 완성된다. 에로스가 로고스를 이기는 것처럼, 이 야생마적 기질이 야성이다. 꾸밈없는 생각, 길들여지지 않은 생각이 바로 야성이다. 생각의 임신을 방해하는 각질과 생각의 때를 벗겨내야 새로운 생각이 잉태되고, 새로운 변신이 시작된다. 야성은 기존의 생각, 중심부의 문맥에 갇히지 않고 변방에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야심찬 마음이다. 야성이 있어야 야망을 꿈꿀 수 있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가슴이 뛰고 피가 끓고 불끈 주먹이 쥐어진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시련과 역경도 파도를 타고 넘듯 유연하게 넘어선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했던 니체. 그가 말하고 싶은 한 가지 화두, 그것은 ‘생존미학’이 아니라 ‘존재미학’이다. 니체가 던지는 화두는 먹고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현대인들에게 얄팍한 자기계발 비법이나 던져주는 생존미학이 아니다. 니체의 화두는 스스로를 발가벗기고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존재미학이다. 나를 나로 올곧게 세우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안주하고 있는 나를 스스로 흔들어 깨워야 한다. 과연 나는 진정한 나로 살고 있는가? 근본에 관한 질문은 존재의 모습에 관한 물음이다.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질문이 존재를 더욱 튼실하게 만든다. 세차게 흔들려본 사람은 더 큰 시련과 역경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흔들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흔들린다. 내가 먼저 나를 흔들어야 남도 흔들 수 있다. 흔들어도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는 낡은 나를 망치로 부술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두뇌를 수술하는 일이니 고통이 따르겠지만, 심하게 부서진 그곳이 바로 내가 다시 일어설 지점이다. 스스로를 파멸시켜야 또 다른 나로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흔들고 깨부수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길만이 생존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니체의 이 존재미학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부디 이 아름다운 ‘나체’의 힘이 내가 니체를 만나면서 느꼈던 그 후끈한 감동처럼 당신에게도 화끈하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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