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한다. 거북이는 목표점을 향하여 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뛰는지 기는지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에 토끼는 뜀박질에 있어서는 거북이의 적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는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길 수 있었다. 어떤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것일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거북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유지하면서 꿋꿋하게 목표점으로 나아갔다. 반면에 토끼는 거북이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속도를 믿고 경주 도중에 낮잠을 청했다. 거북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거북이와 토끼는 어떤 생각을 붙잡았던 것일까?

거북이는 토끼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뛴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토끼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었을 것이다. 반면에 토끼는 낮잠을 자고 뛰어도 느림보 거북이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자만은 결국 패배자의 이름표를 안기고 말았다. 그렇다면 거북의 진짜 노림 수는 토끼의 자만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명량>을 다시 보았다. 명량은 볼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한다. 13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군사도, 백성도 패배를 직감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누가 보아도 절대적 약세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순신은 한 줄기 빛이 될 만한 생각을 쫓고 있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위기(危機_ Crisis )란 안전, 경제, 정치, 사회, 환경 등의 측면에서 개인, 조직, 지역 사회 또는 사회 전체에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수 있는 돌발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위키 백과)

그렇다면 명량 해전을 앞둔 이순신과 조선 수군은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이 맞다. 단 13척 배로 어렵게 버티고 있었던 조선 수군이, 명량 해전에서 괴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의 고뇌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야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과 위험>, <용기와 기회>는 서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중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C19는 온 세계로 퍼지면서 뜻하지 않았던 기회로 다가왔다. C19에 대응한 대한민국의 방식이 코로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지구촌의 교본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선제적 검진과 방역, 선별 진료서와 4단계 격리 방식, 진단 키트와 면봉,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재난 문자 및 위치 추적 시스템, 효율적 마스크 공급, 하다 못해 코로나 정국에서 치른 총선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혁신적 대응책을 쏟아내면서, 온 세계가 대한민국을 따라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국민적 자부심으로 이어졌고, K-방역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세계 각국의 협조 요청이 쇄도할 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친구란 생각을 공유할 만큼, 국가적 위상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C19 사태는 수많은 나라의 국가적 역량을 시험하는 과제를 안겼다.

그중에서도 경제 상황은 치명적이다. 여기저기 국가 파산을 걱정하는 비상등이 속속 켜지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C 19 여파로 인한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지구촌 절반의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만 보아도,C19가 촉발시킨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자료:이종범의 도해 카드

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재난기금을 마련하고 자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나누어주는 극단적 조치도 극히이례적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C19 가 몰고 온 위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먼저 각 나라의 수장, 기업 CEO, 가계 경제를 책임진 가장,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들까지, 어떤 생각을 붙잡아야 할지고민하면서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또 하나는 바이러스 앞에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선진국 지위를 누리며 큰소리치던 국가의 수반들이 자국의 의료 시스템을 자만한 결과,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했는지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C19 방역 강국으로 인정받던 대한민국도, 이태원 발 재 감염 사태를 맞으면서 C19가 얼마나 통제하기 어려운 바이러스인지 실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어깨 힘 빼고 자국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실과 이상(정상적인 경제 활동) 사이에서 발견된 GAP을 지혜롭게 메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되, 현실과 이상 중, 어디에 어떤 먹이를 얼마큼 줄 것인지 결정하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섣부른 출구전략은 또 한 번 지구촌을 바이러스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 발 C19 감염이 심상치 않다. 감염 경로는 물론 클럽 참여자들 파악이 어려운 것도 걱정이다. 세계는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또 한 번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위기 상황을 어떤 처방전으로 극복할지 모르겠지만, 온 국민의 자발적 협조가 중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또 한 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역량을 기대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