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는 곡선형 사고

모든 생각은 처음부터 빨리빨리 돌아가지 않는다. 고민하는 문제, 해결해야 될 과제를 눈앞에 놓고 처음에는 골똘히 상념의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주어진 문제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묘안은 처음부터 번뜩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이미 내가 습득한 지식과 체험을 문제해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가벼운 고민으로 시작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고 고심 끝에 일말의 서광이 비추는 것 같으면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제 고민과 고심은 문제의 본질을 캐내기 위해서 더 깊이 파고들어가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고뇌하는 시간을 보내다 막판에 번뜩이는 영감이 다가온다. 곡선으로 헤매다 직선으로 직관과 통찰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곡선적 사고의 유형을 6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본다. 

①u자형 사고: 원점사고
가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하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경로가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따라가는 성향이다. 예를 들면 1867년 레밍턴 1호기라는 타자기를 설계하면서 자판의 배열을 QWERTY의 순서로 하였다. 초기 자판의 배열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두개의 키가 동시에 부딪히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자판 배열이 개발되었다. 많이 쓰는 글자를 아랫줄에 배치하고, 4줄 대신 3줄로 줄이고, 5개의 단모음과 많이 쓰는 3개의 자음을 가운데 배치하고, 양손 사용을 균형 잡는 등의 새로운 상품이 속속 개발되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이미 QWERTY 자판에 익숙해져 다시 새로운 자판 배열을 익히는 것은 심리적으로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 타자기나 키보드의 자판 배열보다 훨씬 효율적인 타이핑이나 키보드 입력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자판 배열이 나왔어도 사람들은 혁신하지 않는다. 이미 기존의 것에 익숙해져 새로운 것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 기존의 익숙한 것을 따라가려고 한다. 사람들은 한 번 익숙해진 길을 어제의 연장선상에서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매번 하던 대로 하는 방식’은 직선형 방식이다. 어제 했던 대로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타성에 머물며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이다. 혁신은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몰상식한 발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접어 들어보고, 합리적인 사고가 습관적으로 반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사고가 곡선형 사고다. 곡선형 사고는 일종의 U턴형 사고다.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른 채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데에는 직선형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②y자형 사고: 블루오션 사고
갈림길이 나타나면 우선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라. 

최근 윤철호 교수는 베르그송의 이러한 엘랑비탈 개념을 인생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힘과 에너지인 동시에, 인생에서 도약을 이룬 사람이나 상태로 풀이하면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서 위대한 도약을 이룬 사람들을 해명하고 있다. 남들의 눈에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길을 모험심을 발휘해서 여전히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멀쩡하게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잡지사를 차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면서 남다른 꿈을 꾸면서 전대미문의 상상을 현실로 보여준 모험인간이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길,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길에는 기회의 땅이 숨어있지 않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유행이나 경쟁자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1945년 연합군 중위로 한국에 부임한 칼 밀러, 제대 후에도 한국의 자연에 심취한 나머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만리포 해변으로 거닐다가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내야 된다고 땅을 사달라고 조르는 노인을 만나 6천 평을 사들인다.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땅을 사달라는 부탁으로 땅을 더 사들여서 1만 6천 평이 된다. 그가 사들인 천리포는 토지가 척박해서 고민 끝에 나무를 심어보기로 한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나무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면서 천리포 땅에 다양한 나무를 꾸준히 심는다. 1979년 그는 아예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국적을 취득한다. 그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 수목원의 민병갈 원장이다. 곡선형 사고로서의 엘랑비탈은 세상의 그 누구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 남들이 한계라고 생각해서 도전을 포기한 금지의 땅에서 멀리 그리고 길게 내다보고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엘랑비탈은 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선택,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천천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열정과 도전정신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남의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 남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은 남을 따라잡을 수 없다. 남이 즐기는 행복한 길에는 나의 꿈이 꿈틀거리지 않는다. 자신만이 갈 수 있는 길을 가야 내 가슴이 뛴다. 말만 많고 실천을 않는 사람은 잡초만 무성한 정원과 같다. 미국 격언이다. 지금 갈림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어디로 갈지를 선택하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③c자형 사고: 우회축적(迂廻蓄積) 사고
가던 길이 막히면 돌아가라.  

남들이 걸어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으면 이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야 된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남다른 실력을 쌓아야 한다. 꿈의 목적지로 가는 여정에서는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재능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재능에 기술을 추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자만심이 생긴다. 기술은 실력을 의미한다. 실력은 하루아침에 축적되지 않는다. 부단한 연마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빛나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실력은 처음에는 늘지 않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면서 묵묵히 실력을 연마해야 된다. 여기서 "기다림과 느긋함의 미학"이 필요하다. 인간사의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 모두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1-29-300 법칙 또는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있다. 본래 하인리히 법칙은 미국의 보험관리자가 대형 사고나 사건이 터지는 패턴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태는 29번의 사고가 누적된 결과이고, 29번의 누적된 사고는 300번의 사건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을 밝히는 과정에서 발견된 법칙이다. 하인리히 법칙을 거꾸로 해석하면 한 번의 위대한 성취는 29번의 작은 성공체험에서 비롯된 결과이고, 29번의 작은 성공체험은 300번의 진지한 실천을 반복한 결과 탄생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한 번의 위대한 성취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결과가 아니라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300번의 진지한 실천을 반복하는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탄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는 한 번의 위대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매일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엄청난 연습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통해서 탄생된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보이지 않는 힘이 만든 결과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④S자형 사고: 시행착오(試行錯誤) 사고
앞이 잘 보이지 않으면 걱정하지 말고 좌우지간 시도해보라.

요리조리’ 머리로 고민함 하면 되는 일은 없다. 곡선형 사고는 ‘이리저리’ 행동으로 옮기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가운데 더 좋은 방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사고방식이다. ‘요리조리’는 요렇게 머리 굴려보고, 조렇게 머리 굴려서 이해타산을 따지는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요리조리’ 머리 쓰는 사람은 생각의 폭과 깊이가 좁고 얕다. ‘요리조리’ 머리 쓰는 사람은 생각의 스케일 작아서 미시적이고 부분적이며 단편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반해서 ‘이리저리’는 시련과 역경이 다가와도 겁먹지 않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되 서두르지 않으면서 손발을 움직여 실천하는 모습니다. ‘이리저리’는 이렇게 하다 안 되면 저렇게 해본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리저리’ 행동으로 옮겨 보는 사람은 ‘요리조리’ 머리만 쓰는 사람에 비해 계산적이고 얄팍해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행동으로 옮겨보는 사람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서 일이 예상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수정하면서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이리저리’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침착하지만 과감하고, 큰 그림을 그리지만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는다. 세상은 ‘요리조리’ 잔머리 굴리면서 고민하는 사람보다 ‘이리저리’ 행동으로 옮기면서 고통 체험하는 사람이 바꿔나간다. 고민은 머리로 하지만 고통은 손발이 한다. 고민한다고 일이 저절로 풀리지 않고 지금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 변화는 고통이 따라야 일어난다. 더욱이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익숙하지 않은 변화일수록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가운데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 ‘이리저리’ 실천하다보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일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이리저리’ 실천하다보면 비록 시행착오를 경험했지만 앞으로 일이 더 잘 될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⑤V자형 사고: 전화위복(轉禍爲福) 사고
걸림돌이 나타나면 재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라. 

곡선형 사고는 ‘내려감’은 곧 ‘올라감’이라고 해석한다.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오름 중독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진정한 성공은 잘 내려가야 더 높이 올라가서 오랫동안 날 수 있다. 곡선형 사고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낮춤’이 ‘높임’이라는 사실이다. 소싸움의 기본자세는 머리를 최대한 낮추는데 있다. 머리를 들면 상대방의 소머리로 받쳐 죽을 수도 있다. 결국 이기려면 머리를 상대 소머리보다 낮춰야 한다. 겸손한 ‘낮춤의 미학’이 거들먹거리는 ‘높임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릴 수 있다. 벼 이삭도 익어갈수록 고개를 숙인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낮춰야 이길 수 있다. 곡선형 사고는 V자형 모양처럼 다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 우선 바닥까지 내려간다. 바닥은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내려가는 절망의 무덤이 아니다. 오히려 바닥은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언제나 자세를 낮추고 기회를 엿보는 희망의 터전이다. 기회의 땅은 높은 곳에 있지 않고 바닥에 있다. 바닥에 가봐야 올라갈 수 있는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바닥에 가봐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초와 근본, 본질과 본성은 바닥에서 닦는 것이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초심이다. 처음 시작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언제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달성’은 바닥에서 ‘각성’할 때 서서히 다가온다.

 
⑥W자형 사고: 파란만장(波瀾萬丈) 사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삶이 드라마인 것은 '반전'과 '역전'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가 안 좋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미리 포기하지만 몇 안 되는 사람은 이제 끝났다고 하는 순간 '반전'을 시작한다. 한 편의 드라마는 '반전'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삶의 드라마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삶이 드라마틱하려면 상식과 통념을 깨는 '반전'이 긴장감 속에서 쉼 없이 벌어져야 한다. 남이 보기에는 '반전'이 보기 좋지만 '반전'을 만드는 사람은 '반전' 이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던 사람이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 마침내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폴 포츠. 그러나 그의 인생 역전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매순간의 노력이었다. '역전'의 감동은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 수없이 '반전'을 시도하면서 일어난다. 지금이야말로 반전과 역전을 준비하는 절호의 찬스다. 나의 위기를 능동적으로 감지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시도와 감행을 하지 않는다면 나의 위기는 누군가의 기회로 너무도 편안하게 넘어간다. 나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지금 바로 반전과 역전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펼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하라!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류는 전혀 다른 실수와 실패를 하지만 이류는 언제나 동일하거나 비슷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새로운 시도, 전혀 다른 시도, 발상을 뒤집는 전대미문의 감동적인 드라마는 반전과 역전 속에서 시작된다! 지금 나는 어떤 반전과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생각해본 곡선형 사고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곡선형 사고는 앞만 달리지 말고 때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내가 어디로 왜 달려가고 있는 지를 생각하는 U턴형 원점사고이며, 갈림길에서 낯선 길을 선택하는 Y자형 블루오션 사고다. U턴형 원점사고와 Y자형 블루오션 사고는 ‘초심’(初心)에서 비롯된다. 늘 습관적으로 가던 길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처음 길을 출발할 때 가졌던 초심에 비추어 반성해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갈림길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은 내가 진정 추구하는 궁극적인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초심이다. 둘째, 곡선형 사고는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지 않고 우회했다가 도약하는 C자형 우회축적 사고이며, 좌우지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깨달음을 얻는 S자형 시행착오 사고다. C자형 우회축적 사고와 S자형 시행착오 사고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열심’(熱心)과 관련이 있다. 우회축적과 시행착오는 남 다른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회는 기다림 속에서 탄생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비로소 위기 속에서 위대함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초심을 기반으로 최선을 다하는 노력, 열심히 없으면 좌초되고 만다. 마지막으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자세를 낮추고 바닥에서 시작하는 V자형 전화위복 사고이며, 반전과 역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기회를 잡는 W자형 파라만장 사고이다. V자형 전화위복 사고와 W자형 파란만장 사고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뒷심’과 관련이 있는 곡선형 사고방식이다. 걸림돌에 직면해도 포기하지 않고 내려갔다가 치고 올라가는 V자형 사고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뒷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을 즐기면서 반전과 역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승리의 월계관을 쓰기 위해서도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는 뒷심이 필요하다.

출처: http://kecologist.blog.me/70092911986
이 글은 10월 중순 경에 웅진 윙스에서 출간될 곡선(가제) 책의 일부입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Twitter: @kec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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