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결국은 돈 문제야!] 비트코인, 10만 달러 간다…?
미 워싱턴을 여행하던 중 발걸음을 멈추게 한 강렬한 문구가 있었다.

‘Freedom is Not Free.’

필자가 비행기를 타고 이 곳으로 와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건 결코 나 자신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말이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대가로 지금의 내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엄숙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그 ‘자유’를 위한 ‘희생’은 꺼린다. 인간이 본래 게으르고 이기적이기에 ‘자유를 좋아하지만 희생은 싫어한다’고 변명하고 싶진 않다. 또 모든 이들이 희생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당시 기록으로 100만 명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 100만 명을 집회로 이끈 이들은 소수였고, 이 소수가 ‘희생’을 감수했기에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 정신을 만천하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치 체제로 이해되고 있다. 이 민주주의가 훌륭한 정치 체제로 자리 잡은 건 인간의 본성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정치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가치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유재산 제도를 전제로 개인의 자유와 만인의 평등을 법적으로 확립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최소한 자신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받지 않고 지켜질 때, 다른 이들을 향해 포용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존재다. 결국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가가 사유재산 제도를 최대한 공정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전제가 지켜지지 않고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할 때 민주주의 사회에 속한 이들은 민주주의라는 정치를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는 조국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대립하는 진보와 보수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고 있다. 필자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최대한 중립을 지키면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싶다. 나아가 단순한 정치적 성향이 아닌 경제학적 관점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싶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사유 재산 제도가 보장 받지 못하는 현대의 정치 구조에 있다고 본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라고 다들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유 재산 제도의 공정성, 합리성이 보장 받지 못하는 사회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유 재산 제도의 공정성, 합리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어떤 것일까?

‘배가 들어온다.’

이전에 항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곧, 배가 들어올 거야. 우리 이제 고생 끝났어.”

“무슨 소리야, 또 속지 말고 일이나 똑바로 해!”

클릭 한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지금과 다르게 과거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좋은 아이템들을 선점하면 큰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기회와 시기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지 않았으나 일부 발 빠른 사람들은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었다.

반면 기회를 선점한 이들의 소식을 듣고 뒤늦게 참여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배가 들어온다는 믿음 만으로 거액을 중개업자들에게 건냈다 낭패를 보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배가 들어와서 큰 부자가 된 이들이 있고,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중개업자들과의 조우 덕에 부를 획득한 경우도 있었다. 정확한 정보와 발 빠른 타이밍이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중개업자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였다.

‘비트코인, 10만 달러 간다.’

최초에 항구에 배가 들어왔을 때 좋은 물건들을 선점하고 유통한 이들은 큰 부를 획득했다. 비트코인 역시 아직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을 때 선구자적인 마인드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들은 대부분 큰 부를 획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들 중에서 부를 획득한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가진  재산을 잃은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미 모든 세상이 비트코인을 알고 있는 시점에서 ‘비트코인 10만 달러 간다’는 말과 ‘배가 들어온다’는 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통점은 둘 다 희망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배가 들어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믿고 투자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배가 들어와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비트코인 10만 달러 갑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결론은 팩트와 가치를 신뢰하되 그것을 전파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의심에 눈초리로 바라봐야만 현대의 민주주의가 최소한으로 보장해주는 ‘사유재산 제도’를 스스로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블록체인이 사회의 필수적인 분야에 적용되어 최선을 다해 사는 이들에게 불합리하거나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