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유산!
<프롤로그>
어느 날 갑자기 인생에 뜻하지 않은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면, 그 기회는 언젠가 당신이 누군가를 위해 베풀었던 선한 행동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는 언젠가 시련의 시기에 큰 은혜로 돌아올 수 있다. 타인을 사랑하고 베푸는 삶은 곧 자신의 풍요로운 삶에 대한 준비이다. 영화<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에서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던 주인공은 우연히 타인에게 대가 없이 베푼 선의가, 위대한 유산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찰스 디킨스의 원작과는 다소 다른 결말로 끝나지만, 신분의 벽을 넘는 사랑을 얻기 위해 탐욕에 집착하던 청년이 성공은, 본인의 재능과 행운만이 아닌 자신을 아낌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유산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삶의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준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그는 상류사회에 대한 신랄하고 풍자적 희극성과 감상주의적 휴머니즘이 풍성하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 14편의 장편과 다수의 중단편 소설이 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유산!
<영화 줄거리 요약>
플로리다 걸프 해안의 작은 마을에 사는 8살의 핀 벨(에단 호크 분)은 부모 없이 메기누나와 함께 살아간다. 가난한 형편이지만 화가의 꿈을 가진 핀은 아름다운 바다를 그리며 자신의 이상을 키워나간다. 어느 날 그는 탈옥한 죄수 루스티그(로버트 드니로 분)를 우연히 만나 그의 발목에 찬 족쇄를 풀어주고 음식과 약을 주면서 멕시코로 도망갈 수 있게 뜻하지 않은 선행을 베풀게 된다.

한편 인근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나 있던 노라 딘스무어 여사(앤 밴크로프트 분)로부터 매형과 정원 일을 맡게 된다. 그러던 핀은 그녀의 조카인 에스텔라(기네스 팰트로 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사랑으로 매일 그녀의 저택 실낙원을 찾는다. 에스텔라는 핀에게 상류사회 특유의 냉정함과 오만함으로 일관하지만, 핀이 그린 자신의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에스텔라를 사랑한다면 마음만 아플 거라는” 노라 여사의 충고에도, 어느새 커버린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억누를 수 없다. 그러나 에스텔라는 홀연히 파리로 유학을 떠나버리고, 절망에 빠진 핀은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 채 매형과 낚시 일을 하며 생활한다.

7년 후 어느 날 익명의 후원자가 보낸 변호사의 도움으로, 핀은 뉴욕에서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며 미술계의 유망주로 떠오른다. 부와 지위, 명성을 한꺼번에 얻게 된 핀은 에스텔라와의 갑작스러운 재회에 행복해하지만, 그녀가 상류사회의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때 괴로워하는 핀 앞에 갑자기 나타난 탈옥수 루스티그를 통해 그동안 자신을 후원한 사람이 딘스무어 여사가 아니라는 사실과 자신이 누리고 있던 위대한 유산의 실체를 알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유산!
<관전 포인트>
A. 마을의 부자 딘스무어 여사는 어떤 여인인가?
멕시코만에서 가장 부자인 딘스무어 여사는 30년 전 약혼자로부터 버림받고는 미쳐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조카인 에스텔라와 놀아줄 사람으로 핀을 고용한 것이다. 그녀는 빛바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는 “이게 뭔지 아니? 망가진 가슴(broken heart)이란다. 에스텔라가 나 대신 남자들의 심장을 도려낼 거야”라며 무서운 사랑의 복수의 칼을 간다.

B. 딘스무어 여사의 조카 에스텔라는 어떻게 성장했나?                                                       딘스무어 여사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에스텔라를 팜므파탈적인 사랑 없는 차가운 여자로 키우게 된다. 핀은 에스텔라를 사랑하게 되지만, 동시에 굴욕감과 상처, 모멸감과 분노, 서글픔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핀은 에스텔라와 어울리는 상류사회의 신사가 되기 위해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이 커가면서 급기야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속이기까지 한다.

C. 핀의 인생이  변화가는 과정은?
핀은 어릴 적 부모 없이 누나와 가난하게 살았다. 괴팍했던 누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지만, 낚시를 생업으로 하던 착한 매형인 조는 핀이 성장할 때까지 그를 보살핀다. 그러던 중 과거 핀이 도움을 주었던 탈옥수 루스티그가 핀이 유명한 화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를 뉴욕으로 초대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루스티그는 마지막으로 핀을 찾아와 비록 자신은 어두운 범죄자였지만 훌륭한 작가로 성장한 핀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D. 핀이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한 행동은?
핀은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이 성장해온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변조하고 상류사회에 깊숙이 진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탐욕스러운 욕망은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잊어버리게 한다. 그는 뉴욕에서 벌어진 자신의 자선 작품전에 축하하러 찾아온 매형이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실수를 하자  냉대하며 쫓아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첫 번째 작품전에 나타나지 않은 에스텔라의 아파트를 찾아가 “난 이제 부자야! 이게 널 얻기 위한 거였어”라며 에스텔라만을 위해 자신이 노력해온 사실을 외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 후 떠난 뒤였다.

E. 영화에서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은?
에스텔라의 남자에 대한 연습 상대로 초대받았던 핀은 딘스무어 부인의 저택에 있는 분수대에서 물을 먹다가 에스텔라가 다가와 같이 물을 먹으며 키스로 이어지자 깜짝 놀라게 된다. 7년이 흐른 후 뉴욕의 분수대에서 우연히  에스텔라와 재회의 키스를 나누게 되면서 핀은 다시 뜨거운 열망을 느끼게 된다.

F. 딘스무어 여사가 후회하게 되는 장면은?
딘스무어 여사는 사랑에 고통받는 핀이 찾아와 자신의 가슴에 그녀의 손을 얹고 ‘이게 뭔지 아세요? 저의 망가진 가슴이에요”라고 원망하자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핀에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깊은 회한과 함께 사과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대한 유산!
<에필로그>
영화<위대한 유산>에서 딘스무어 부인은 자신의 상처를 에스텔라에게 주입하고 남자와 사랑에 대해 불신과 증오만을 갖게 만든다. 핀은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신분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도구인 돈과 명예를 향한 욕망을 불꽃을 태우게 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공이 누군가의 희생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하는 물질적, 명예적 대상보다는 스스로 진정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가치관과 선을 실천해나가는 삶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교훈을 얻게 한다. 오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주었다면 당신의  위대한 유산은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핀은 “누가 내 인생에 손을 대려 하는가? 내 인생을 조정할 사람은 바로 나다!”라며 자기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라고 외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