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드라마 속의 산딸기 정과 스토리:
‘스토리’(Story)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톰(Storm)을 심어라!

음식은 입으로 맛을 보기(미각) 전에 먼저 눈으로 맛을 보고(시각), 마음으로 느끼고(감각), 머리로 (생각)하면서 귀로 들어보면서(청각) 맛을 본다. 한 마디로 오감각이 다 동원되어 음식의 맛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 입으로 맛을 보고, 눈으로 맛을 보고, 마음으로 느껴보고, 머리로 생각해보고, 귀로 들어 보고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다 보는 것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입과 귀, 코와 마음, 그리고 심지어 생각해보는 것도 보는 것이다. 음식은 우선 눈으로 맛을 본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그릇에 담아내놓느냐에 따라 군침이 돌 수도 있지만 입맛이 가실수도 있다. 두 번째 음식 맛은 음식에 담겨진 사연과 배경을 들어보면 동일한 음식이라도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음식과 관련된 독특한 스토리는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음식에 대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는 음식에 담겨진 만든 사람의 이미지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리게 해서 겉으로 드러난 음식을 넘어서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음식에 담겨진 스토리로 한번 맛을 들어보고, 직접 음식을 먹으면서 스토리가 가미된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록 보하잘 것 없는 음식이라고 할지라도 그 음식에 담겨진 애틋한 사연과 속 깊은 스토리를 들어본 다음 음식을 먹어보면 새로운 감동의 맛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한 동안 국민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 드라마에서 장금이가 나뭇가지에 산딸기 세 개를 꽂아서 임금님에게 바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최고의 음식인 이유가 무엇이냐?

산딸기는 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제가 마지막으로 먹여드린 음식입니다.

다치신 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어머니가 너무도 걱정스러워

산딸기를 따서 혹 편찮으신 어머니가 드시지 못할까

씹어서 어머님의 입에 넣어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저의 마지막 음식을 드시고

미소로 화답하시고는 떠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십니다.

비록 미천한 음식을 먹고도 미소로 화답하셨던 제 에미처럼

만백성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제 에미를 걱정하던 마음으로 전하께 음식을 올렸사옵니다.

맛있구나!@@ 너를 두고 가셨을 네 에미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홀로 남아 어찌 살아갈까 노심초사했을 네 에미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정사를 펼치겠노라.

산딸기는 내게도 최고의 음식이다!

또한 너는 조선 최고의 수랏간 궁녀다!!!”

겉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산딸기 정과였지만 산딸기 정과에 담겨진 장금이의 애틋한 사연을 들어보고 산딸기 정과의 맛을 보니 그 맛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 것이다. 산딸기 정과에 담겨진 장금이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전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스토리였다.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그 음식에 어떤 소토리를 입히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스토리에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릴 수 있는 스톰(Storm)이 존재한다! 평범한 음식이라도 남 다른 사연과 배경을 담고 있는 스토리를 입히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영화, 식객2에 담겨진 김치 스토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머니가 담근 김치’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식자재를 파는 성찬(진구)은 어릴 적 친어머니처럼 자신을 길러준 수향(이보희)을 보기 위해 요리점 춘양각을 찾는다. 마침 그곳에 수향의 친딸 장은(김정은)이 10년 만에 돌아온다. 일본 총리의 수석 요리사 장은은 한국 대통령도 반하게 만든 김치를 만든 유명 요리사다. 장은의 귀국 목적은 수향에겐 분신 같은 존재인 춘양각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장은과 성찬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오누이 사이다.

영화는 성찬과 장은이 각각 어머니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 성찬은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어두운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러한 과거는 성찬이 만드는 음식의 뒷맛이 쓰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장본인으로 작용한다. 배장은은 어머니가 40년 넘게 운영해온 춘양각을 없애려 한다. 춘양각이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전설적인 요정이라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수향은 성찬에게 장은이 춘양각을 없애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성찬은 마침내 춘양각을 지키기 위해 장은에게 김치 경연대회에서의 대결을 제안한다. 김치 경연대회에서 이긴 승자에게 춘향각의 미래를 결정할 주도권을 주기로 합의하고 모두 세 차례에 걸친 김치 만들기 대결을 펼친다.

1차 대결 주제는 '백의민족(白衣民族)' 김치, 즉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김치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김치는 맵지 않은 김치다. 백의민족은 일제 시대 때 굳은 절개로 항거했던 민족적 정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 민족적 절개와 의지를 '백의민족' 김치로 표현하는 대결이다. 김치에서 발효의 원천이 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지고 두 사람은 일주일간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면서 백방으로 모색한다. 백의민족 김치를 만들기 위해 장은은 좋은 소금을 얻기 위해 물어물어 소금을 만드는 장인을 찾아가지만 자염을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거절당하고 직접 자염을 만들기로 한다. 갯벌에서 땅을 갈아엎고 자염을 만들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장은의 백의민족 김치에 대한 열정이 빛나 보인다. 이에 반해서 성찬은 다른 요리사들과는 달리 조선간장을 이용한 김치로 1등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대결에서 성찬에게 진 장은은 두 번째 대결을 기다리면서 절치부심한다.

2차 대결 주제는 '아침의 나라'다. ‘아침의 나라’를 상징하는 김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세계 경제 중심국으로 변신했던 한민족의 끈기와 열정을 김치에 담으라는 메시지다. 장은과 수찬은 과연 어떻게 해석했을까? 장은은 동해바다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에 비유, '황태김치'를 만들고, 수찬은 잘 익은 대게 몸통을 파내고 그 속에 붉은 김치를 담아 '대게김치'로 맞불작전을 펼친다. 성찬은 두 번째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게를 이용해서 만드는 김치를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모자와 만나게 된다. 살인범으로 몰려 평생 숨어사는 아들에게 밥 한 끼 먹이는 것이 큰 기쁨인 엄마는 오매불망 아들을 수소문해서 찾는다. 이 과정에서 성찬은 음식에 담고 싶은 어머니의 애틋한 정을 생각한다. 그러나 2차 대결의 결과는 장은의 ‘황태김치’가 승리한다.

마지막 3차 대결 주제는 '통(通)'이다. ‘통’은 김치에 함유된 발효 유산균이 '제3의 생명음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부각된 주제다. ‘통’으로 상징되는 3차 김치 대결은 단지 한국적인 김치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과 함께 건강, 그리고 맛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김치를 만드는 스토리의 대결이다. 한 마디로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김치 컨셉을 구현하는 것이다. 성찬이 들고 나온 컨셉은 ‘어머니의 맛’이고 장은은 ‘마음을 움직이는 맛’으로 컨셉을 정했다. 그런데 성찬과 장은이 만드는 김치는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김치 재료도 똑 같았다. 결국 ‘어머니의 맛’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맛’은 표현만 달랐을 뿐 성찬과 장은은 하나의 김치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다. 결국 가장 멋있고 맛있는 김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머니가 담근 김치’라는 컨셉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깔스럽고 아름다운 김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영화 '식객2'는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식객의 원저자 허영만 화백의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김치 맛의 근원은 눈에 보이는 재주나 기교가 아니라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유래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를 증오했던 장은과 어머니를 오해했던 성찬은 모두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김치 대결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자신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음식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맛을 좌우하는 소금처럼 김치 맛을 좌우하는 것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포근하게 감싸안아주는 어머니의 존재감과 사랑의 크기다. 밥은 봄처럼, 국은 여름처럼, 장은 가을처럼, 술은 겨울처럼, 그리고 김치는 어머니처럼 이라는 카피가 마지막 진한 여운을 남긴다.

*식객2 담겨진 어머니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영화 리뷰를 참고로 제 의견을 추가해서 작성된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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