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사업 아이템 발굴 방법
[홍재화의 무역인문학] 소상공인의 사업 아이템 발굴과정
누구든지 장사의 기본을 물으면 ‘아이템’이다. 나에게는 볼넓은 맨발 신발이다. 나에게는 맨발 신발이고, 브랜드로는 ‘필맥스(Feelmax)’와 ‘푸트맥스(Footmax)’이다. 어떤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건 간에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바탕은 물건이다. 그 물건을 내가 만들면 제품이고, 남이 만든 물건을 팔면 상품이다. 사업을 하면서 처음부터 자기가 물건을 만들어서 시작하기 보다는 남의 제품을 받아다 파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보통의 경우는 상품으로 시작해서 상품으로 끝나지만, 나처럼 상품으로 시작해서 제품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이 상당히 감성적이다.

일반적인 교과서에 의하면 기업은 신상품을 개발할 때 철저한 시장조사는 물론 자기의 능력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한다. 소상공인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을 맨 처음 시작할 때는 나름대로 성공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검증을 시도한다. 겁이 나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전략은 물론이고 마케팅 전략에 대한 기본 이론을 섭렵하고 나름대로 왜 자신이 사업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리적 체계를 세우려고 한다. 그리고 어느 한 상품을 선택한다. 물론 그 상품의 기술적 특성, 국내 시장의 특성, 그리고 해외 시장의 특성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음식 업이라면 요리법은 물론이고 매장이 들어설 해당 상권의 장단점을 모조리 알아본다.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철저히 그대로 할 것을 굳게 작심하고 시작한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예외 없이 우연의 점철이다. 어느 한 제품을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개발하거나 발굴해내는 일은 없다. 카오스적인 환경에서 늘 우연, 내가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의하여 진행된다. 무슨 일이든 하다보면 무언가에 왠지 끌리는 일이 생긴다. 사업을 하다보면 ‘아, 저거 팔면 괜찮겠네~’하는 아이템이 눈에 확 들어오는 상품이 있다. 아니면 ‘이런 걸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제품이고, 자기만의 독창적이면서도 누구나 좋아할 것만 같은 느낌이 훅하고 가슴에 들어온다. 그럼 그 때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어느 신발업계에 종사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이 나에게 신발깔창을 만들었으니 수출하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깔창에 자석을 넣고 족궁 부분을 강화해서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어 걸을 때 발바닥에 힘이 덜 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자석은 발바닥을 흐르는 혈류와 자석의 작용으로 혈액 순환을 더 원활하게 만든다고 했다. 처음에는 나도 혹해서 정말 그런가 하고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그 깔창의 원리가 내가 파는 신발과는 전혀 상극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차츰 흥미가 덜 했다. 게다가 시장에는 비슷한 깔창도 많았거니와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나는 그 깔창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갔다. 그런데 5-6년이 지난 후 그 분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 제품을 개선해서 완전히 새로운 깔창을 만들었다고 샘플을 보내왔다. 내가 보기에는 별 차이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 분의 깔창에 대한 열정은 정말 끝내주었다. 그래서 거래가 생기지 않았어도 가끔 만나면서 식사하곤 했다. 그 분은 그 깔창 때문에 자금에 어려움을 겪었고, 본인 말로는 사기도 당했다고 한다. 제조업은 이래서 어렵다. 한 제품에 마음이 꽂히면 인생과 자금을 모두 걸어야 한다. 무엇하나 쉽게 만들어지는 일이 없다. 내가 처음 그런 일을 겪은 것은 메시지 전달 기능을 가진 양초였다. 정말 제품의 성격과 제조업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벌린 일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첫 제조업 제품은 대실패였다. 다른 것을 일단 해보고 고치면 되지만, 제조업에 입문하는 것은 될 수록이면 말린다. 일단 해보기 시작하다 인생 말려들어간다. 그래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단하고, 또한 애국자라는 말이 100%진실이다.

이렇게 자기가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남의 물건을 내가 파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장사가 이런 식이다. 이럴 때는 내가 움직이는 물건을 ‘제품’이라 하지 않고, ‘상품’이라고 한다. 제품은 만들었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고, 상품은 장사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남의 물건을 파는 만큼 제조할 때의 어려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의 두려움도 적다. 대신에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물건이란 만드는 사람과 소비자의 마음에 들게 만드는 것이지, 중간 도소매상의 마음에 들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장 소비자에게 팔 수 있고 매장에 전시하거나 인터넷에 올려 팔 수 있어 시작하기 쉽다. 아니면 프랜차이즈처럼 유명 브랜드의 이름과 시스템을 빌려서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처음에는 온 세상의 물건을 다 팔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이 생긴다. 이렇게 남의 제품으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그 제품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관된 제품과 산업에 대한 폭넓음이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제품이 사라지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옮겨 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다 좀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주변에서 권하는 여러 가지 상품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 어느 새 하늘의 별만큼이나 해야 할 품목이 늘어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제품들을 가급적 모두 하려고 했었다. 미련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상품에 대하여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 순간에는 수십 개의 품목을 바이어들과 상담할 때도 있었다. 그럼 바이어들도 안다. 내가 그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걸. 그렇지만 여전히 그들은 나를 중간 매체 역할을 하는 오퍼상으로서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에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전혀 헛되지는 않았다. 내가 했던 수많은 아이템 중에서 결국 나를 먹여 살리는 상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내가 운영하는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 하기’ 카페에서 만나는 젊은 무역상들에게 꼭 그런 말을 해준다. 뭐든지 하다보면 그 중에서 효자 아이템이 나온다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제법 사업가 모양새를 갖춘 친구들도 여럿 있다. 한번은 아마존에 물건을 올려서 파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도 외국에서 수입된 물건들을 남에게 그대로 사다가 팔았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그 자신이 태국에서 그중 한 물건을 직접 생산해서 들여온 다음 아마존은 물론이고 국내 오픈 마켓에 잘 팔고 있는 걸 보았다. 내 경우에는 맨발 신발이 그런 케이스라고 하겠다.

유망한 사업 아이템의 개발은 성공적인 사업의 첫 걸음이다.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때 사람들의 만족되지 않은 욕구를 찾아내고,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 공급하여야 한다. 즉 소비자의 필요성을 찾아내는 것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팔아야 한다. 필요성은 소비자의 기본적 욕구 즉 생리적 욕구나 자이 실현 욕구에서부터 인구 변화, 경제적 소비 행태의 고급화 등 많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가는 발굴된 제품과 시장의 환경에 대하여 자신의 능력에 비추어 사업성을 판단한다. 문제는 그런 감안해야 할 요소들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서로에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실제로 내 경우를 보면 내가 어떤 물건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한 것은 맨 첫 상품인 ‘자동차 부품’이다. 말이 자동차 부품이지,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가 2만개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안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상품이 있었다. 그 많은 과정을 거치고 거쳐서 맨발신발이라는 내가 보아도 기상천외한 제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맨발신발을 통하여 대체의학에 관련된 산업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론 대체 의학 상품들도 내가 굳이 알려고 해서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권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알게 되었다.

이처럼 소상공인의 사업 아이템은 꾸준히 변하고 확대되고 축소되고 또 확대됨을 반복한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이 나에게 효자 아이템이 될지는 하늘만이 안다. 그 때까지 하늘이 나를 알아줄 때까지 사업가는 눈, 코, 입, 귀 그리고 촉감을 다 열어놓고, 마음까지 열어놓고 머리로 어떤 게 기회일지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까 최고의 장사비법은 그때까지 버텨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