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혈액형이 X형이라서 원래 그래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자 아이는 혈액형 별로 이런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어떤 혈액형이기 때문에 그러니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철없는 어른들이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제게는 너무나도 화가나고 답답한 상황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심지어 혈액형별 학습방법까지 설명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그것도 사교육이긴 하지만 교육과 관련된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였습니다.

 

맹신하는 사람들은 정말 걱정스러울만큼 그 말들을 믿고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혈액형을 묻고는 “어쩐지!” 라는 반응을 하거나 “그럴줄 알았어!” 하면서 재미있어 합니다. 어디에도 상대의 기분이나 의견을 존중하는 배려는 없습니다.

 

그것이 과학적이지 못한 낭설이라고 이야기 하면 그들은 “X형답게 말한다.”거나 “역시 X형이야.” 라고 하여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동안 만난 사람들은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혈액형 이야기 때문에 이력서에 혈액형을 쓰는 것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한 논문이 한 두개 이어지고, 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글이 이야기꺼리가 필요한 잡지들과 만나면서 퍼져나갔습니다.

 

그저 어른들끼리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로는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라디오나 TV에서까지 언급되다보니 아이들에게까지 상식처럼 퍼져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2006년 까지 알려진 혈액형의 종류는 500여종에 이릅니다.

수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하는 ABO식 혈액형 분류법이 어쩌다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틀속에 가두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혈액형으로 성격이나 특성을 분류하는 것은 그것이 틀리다는 증거를 댈 필요도 없을만큼 어리석고 가치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믿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제발 아이들 앞에서만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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