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눈빛이 어째 이상하다. 서로 좋아하진 말라구.>“아니, 왜요?”<비극의 주인공이 될까 겁난다.>결혼은커녕 좋아하는 것 조차 말렸다.그들은, 그런데 결혼해 버렸다. 기중(起中)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아버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는데 그가 절을 좋아하고 암자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고 한 것 등으로 미루어 보아 스님의 아들일 것으로 짐작했다.호흡공부, 사주공부 등 계수지공(癸水之功)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그의 명은 경신(庚申)년, 갑신(甲申)월, 갑술(甲戌)일, 갑술(甲戌)시. 대운 3.기중은 태극권, 다도(茶道), 암벽타기, 단전호흡 등에 일가견이 있었고 잘 생겼으며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할 만했다.이런 기중을 좋아하게 된 명숙(明淑)은 지방에서 올라와 간호사로 병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었다. 명숙의 명은 신유(辛酉)년, 병신(丙申)월, 을축(乙丑)일, 기묘(己卯)시. 대운 8. 그들 사이에 핑크 빛이 흐르는 기운을 감지하고 극구 말렸던 것은 혼자서도 무거운 삶의 무게였기에 그 무게가 배가 되면 「비참함」밖에 더 있을까 싶어서였다.기중은 스님이 돼 「도 공부」나 하는 것이 좋다.명숙은 침, 주사기와 같은 것과 결혼해서 봉사활동 하는 것에 뜻을 둬야 한다.그들은 결혼하는 것보다 각자 사는 것이 그래도 잘사는 방법이 된다. 그러나 어쩌랴. 둘이 결혼해 버린 것을.둘은 하반기 생에 공통적으로 수화기제지공(水火旣制之功)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상반기 좋은 때에 자녀를 잘 낳을 것을 당부했었다. 며칠 전 인사동 쌈지길 앞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명숙을 보게 됐다.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떠한지가 궁금했다.근처의 전통찻집에 자리를 잡자 「기중인 잘 있느냐?」고 물었다.“예.”하는 대답은 들릴 듯 말 듯 했고 눈은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했다.「무슨 일 있는 게 틀림 없다」는 분위기를 자아냈다.명숙은 뚱뚱해져 있었다.아니, 그냥 뚱뚱한 게 아니라 흐물흐물 흐느적거리듯 풀어져 있었으므로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애는?>“없어요.”<아니, 왜?>“첫 애는 유산했고, 둘째 애는 낳긴 했는데 얼마 안돼 갔어요.’”<…>괜히 물었다 싶었다.<지금이라도 헤어지지>하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보시하듯 주인 없는 배나 타고 유람하듯 흘러가면 됐지」했던 친구 기중은 성적(性的)으로 탁월했음 직 했는데 친구들 사이에 그런 소문이 있었다.명숙은 사각턱에 얼굴이 큰 편이었고 목은 어깨 사이로 파묻힌 듯 했으며 이복형제가 있었다.기중은 명숙에게서 편안한 삶을 기대했었다.명숙이 벌어오는 돈으로 여행이나 하며 이런 저런 구경이나 다니는, 그러면서 밤일이나 자주 기가 막히게 자지러질 듯 하게 해주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 했던 모양이었다.명숙은 힘든 직장생활과 진한 즐거움에 몸 망가지는 줄 모르다가 콩팥, 심장 쪽의 이상이 오고 나중에는 간까지 나빠져 약으로 사는 인생이 되고서야 「좋아하지 말라」는 경고를 떠올렸던 듯 했다. 인생은 진흙탕에 빠지면 여간하여서는 헤쳐 나오기 어렵다. 미리미리 잘 살펴 대처를 잘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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